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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작가

by Emile

'쉬었음' 인구는 학업, 가사, 휴직 등 명확한 사유 없이 취업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자칫 슬퍼 보일 수도 있는 사연에도 불구하고 '백수'의 불안감이나 '놀았음'의 죄책감아 아니라 굉장히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왜'일까? 유명 베이글집에서 생일초를 빠뜨렸다고 시말서를 써야 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명확한 사유도 없이 그냥 쉬고 싶어서 쉬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낭만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쉬고 싶은데 더욱 격렬하게 쉬고 싶다는 쉬었음 제곱의 의지인 그냥 '쉬었음'은 어쩌면 사회적 편견과 노동 착취에 맞선 인간 본연의 당연한 권리이자 궁극의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로 글을 쓰기 싫은 날은 연재의 압박에 맞서 당당히 오늘 글 '쉬었음'이라 쓰지도 않고 그냥 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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