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왕이냐? 언어유희관이냐?

feat 언어유희(言語遊戱) 프롤로그

by Emile
경고(WARNING)!


언어유희왕이냐? 언어유희관이냐? '언어유희(言語遊戱)'에 관한 글을 쓸 요량으로 새 브런치 북 제목을 정해놓고 왜 이런 어이없는 글을 또 쓰려하는지 자책하며 머리를 감싸 쥐고 키득거린다. 처음에는 '언어유희왕'으로 했다가 그다음에 '언어유희관'이 떠올랐다가 결국 둘 다 하기로 한다. 그렇다! 이 제목이 앞으로 연재될 브런치북 내용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만약 지각 있는 독자라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유희의 언어가 늦지 않고 제 때에 도착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므로 여기 지금이라도 "잘못 발을 담갔다"라고 살짝 후회하는 독자는 -경고(WARNING) - 당장 이 브런치북 구독을 취소하길 권한다.


유희왕

'유희왕'은 '유희왕 세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서 그 카드에 집착하며 유희 이상으로 즐거워하던 얘들을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 뒤늦은 관심에 따르면 '유희왕'은 한 일본 만화가(타카하시 카즈키)의 오컬트 판타지 작품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대결을 통해 운명과 우정을 다룬, 그러나 죽고살기 카드 게임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그들의 '유희왕'과 내가 말하려 하는 '언어유희왕'의 다른 점은, 집착하는 대상이 게임의 '카드' 대신 글의 '언어'일뿐이며, 같은 점은 '즐거움'이라는 게 될 것이다.


유희관

'유희관'도 프로야구 팬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경기의 마무리 투수로 등장해 속 터지는 아주 느린 구속의 공을 몇 개 던지고도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타자들을 프라이 팬에 맛있게 요리하던 모습을 몇 번 본 것을 기억한다. 게다가 그의 헤어스타일도 거의 유희왕 카드에 등장해도 될 정도로 오컬트 적이었는데, 체형은 여느 야수선수와 같지 않은 짤막하고 귀여운 배불뚝이 곰인형 모습이었다. 그 팬들의 '유희관'과 내가 말하려는 '언어유희관'의 다른 점은, 던지는 물체가 속 터지게 느린 '공' 대신 어이없는 '언어'를 비틀어 던질 것이라는 뿐이며, 같은 점은 '제구력'에 못지않은 '제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언어유희


언어유희(言語遊戱)란 동음이의어나 유사 음운, 어순, 발음 변형 등을 이용해 재미를 주는 말놀이를 뜻한다. 승마는 말이 없어 배우질 못했지만, 이 말은 잘만 타면 승마 못지않은 두그덕 세그덕의 말발굽의 청취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언어유희를 남발할 경우 심오한 진리나 깨달음의 경지를 말이나 글로 정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하도 어이가 없거나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히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말법은 언어계 사파에서도 고수들만 은밀히 시전 하던 밀법(密法)이었다. 그 잘못 사용된 예가 바로 '아재개그'다. 이는 언어유희를 가장하고 있지만 말소리가 들리는 주변 반경 10m 가까이가 기와 말이 동시에 끊기고 급격히 기온이 하강하여 꽃과 나무마저 얼어붙을 수 있음에 삼가고 또 사과해야 한다.


언어유희왕

그렇다면 진짜 '언어유희왕'은 누구였을까? 딱 떠오르는 것은 역시 세종대왕이다. "문장으로 서로 유희치 아니할쎄"라고 탄식하며 "이팔청춘 어린 백성도 유희케 할 사람이니라"라고 스물여덟 자를 맹글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언어유희는 세종큰왕이 백성을 위해 특별히 만든 것처럼 원래 백성의 놀이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평생 문장 꽤나 읊었다는 왕과 정승의 지적 산물이었다. 조선실록을 후르르 털어보니 세종큰왕 말고는 정조가 그나마 '언어유희'의 풍류를 좀 아는 듯 보인다. 정조가 “보리 뿌리(麥根)가 맥근 맥근(麥根 麥根)”이라고 하자 정약용이 “오동 열매(桐實)가 동실 동실(桐實 桐實)”이라고 귀엽게 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역겨웠는지, 아니면 왕 보다 너무 답을 잘해서 그런지 정약용은 결국 유배를 가서 약용작물을 연구하게 된다. (요즘 왕과 사는 남자로 단종 때문에 지고 있는) 세조의 경우에는 술자리에서 “신정승”이라고 부르고, 숙주나물 신숙주(申叔舟)가 대답하자, "새 정승(新政丞)을 부르는데, 왜 신정승(申政丞)이 답하느냐?”라고 벌주를 주고, 이번에는 “구정승”이라고 부르자 구치관(具致洪)이 대답하자, 구정승(舊政丞)을 부르는데, 왜 구정승(具政丞)이 답하느냐?”라며 다시 벌주를 주었다는데 전형적인 아재개그로 보인다.


언어유희관

언어유희왕이 세종대왕이라면 '언어유희관'은 자연스럽게 '집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바로 여기서 언어유희의 즐거움을 백성들도 누릴 수 있도록 훈민정음(訓民正音) 뿐 아니라 세종큰왕의 언어유희 비밀 모음집 '희민유음(戱民遊音)'의 창제와 편찬을 보조했기 때문이다. 집현전은 언어유희 뿐만아니라 책을 편찬하고 많은 책을 비치해 두었으니 '언어유희관'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언어유희관'은 어디일까? 투수유희관 선수가 은퇴했으므로 잠실운동장이 '언어유희관'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이나 또는 한글박물관이 어떨까? 하지만 그 영광을 별로 맘에 안 드는 점도 많지만 '브런치'에 주고 싶다. 세종큰왕은 "뭬야? 브런치? 아점? 해괴망측한 이름이구만!"이라고 하겠지만 뭐 그것이 먹을 것이건 쓰는 것이건, 아침이건 점심이건, 때론 저녁과 밤까지 여기서 수많은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세종큰왕 세종시 보시는 것처럼, 해괴망측한 에밀레종도 아닌 Emile 작가가 오늘날의 '언어유희왕'에 도전하며 여기 '브런치', '아점'에서 아침과 점심을 따로따로 꼬박꼬박 먹어가며 '언어유희' 중이다. 하지만 그는 천상유희 YouAre구독자 '언어유희왕'이 되기 보다는, 느리게 비틀어 던지는 언어 제구력의 귀여운 곰인형 투수 '언어유희관'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