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사육제
4/6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라는 소설의 여섯 번째 장에 보면 사육제(Carnaval)라는 소제목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사육제'라는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은 혹 4/6제? 4시 출근 6시 퇴근? 하지만 4시는 부디 오후이길. 그러나 예전에 '삼성'에서 행한 것은 7/4제였지, 설마 4시부터 집합시켰을 리는 없어 보인다. 다만 '현대'의 모 회장은 꼭두새벽부터 아침을 단체급식으로 자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에 이 사육제는 '현대'의 아침식사 4시와 저녁식사 6시 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Carnival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랴? 으랴! 아니 상관이 있다. '현대'차 이름 중에 '카니발'이라고 있지 않던가?
동물의 사육제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며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곰인형에게도 물어보다 보니, '동물의'라는 수식어를 어렴풋이 알려주었다. 그래 뭔가 '동물의 사육제'였던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 '사육제'는 소, 돼지, 닭을 사육하는 제도인 것인가? 그런데 괄호하고 왜 현대차 카니발(Canibal)로 되어 있는가? '카니발'이 자동차가 아니라면, 어디 남미, 브라질 축제 아니었던가? 아니 그것은 '카니발' 축제가 아니라 '쌈바' 축제 아닌가? "쌈바, 쌈바, 쌈바" 아니다. 쌈바의 여인 트로트 훌라춤이 생각을 방해하고 있다. 훌라춤은 하와인데 이상하다. 그것은 쌈바가 아니라 생강, 아니 상생, 아니아니 생상이었다.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생상은 왜 동물을 사육하면서 노래를 만들었을까? 설마 이것이 "닭장 속에는 암탉이" 그 키 큰 아저씨의 동물농장 노래는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동물농장은 1984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1984면 그 동물농장이나 이 동물농장이나, 쌈바 쌈바나 나온 연도가 얼추 비슷하긴 한 거 같다.
이마트 고기 감사 축제
결국 찾아보니 사육제(謝肉祭)는 '고기(肉)에게 감사(謝)하며 제사(祭) 지내는 축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카니발은 가톨릭 전통에서 사순절(고기 금식 기간) 직전에 열리는 축제인데 이것을 누군가가 사육제(謝肉祭)로 번역했나 보다. Carnibal은 라틴어 'carne vale(고기여, 안녕)'에서 유래했는데, 사순절 동안 40일간의 단식과 회개를 앞두고 금육과 금식을 시작하기 전 육식을 마음껏 즐기고(방탕하게 즐기고) 작별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꽤 괜찮은 제도이다. 까짓것 40일 쥬비스 다이어트를 위해 야나두 방탕히 고기 한번 실컷 먹어보자. 금육과 금욕을 위한 정육과 정욕의 판타지라니, 오늘날은 겨우 이마트 한우 반값 세일 축제에 열광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고 보면 고기 안 먹는 불교에 비해 고기 카니발이 왜 더 행복하지 않은지 고기는 행복순이 아닐지도 모른다.
고기 연주곡
그런데 뜻을 알고 보니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는 뭔가 좀 으스스해 보인다. 사육신도 인간에 충성하다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동물들을 위한다는 사육제가 행복으로 결말날 리 있겠는가? 그래서 이곡은 혹 고기가 된 동물복지 위령곡이었을까 생각한다. '고기 축제'의 음악에서 과연 이 동물들은 '고기'의 객체였을까 아니면 '음악'의 주체였을까? 다행히 14개 악장으로 구성된 이 음악은 숯불구이 '고기 연주곡'은 아니었나 보다. 그 대신 사자, 닭(치킨),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수족관(물고기의 횟감), 뻐꾸기, 새떼, 화석(공룡 고기), 백조 등의 진귀한 고깃감들이 경쾌한 플루트나 우아한 첼로 선율에 맞추어 동물 소리로 음악을 연주한다.
동물 가면무도회
그런데 '생상'의 고기 축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상하게도 '슈만'의 '사육제'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무인도에 딱 하나 곡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 곡을 선택하겠(가나)다라(마바사)나! 나 같으면 아마 피아노 대신 사람 목소리 나오는 '아이유'나 아이돌곡 모음집을 골랐을 듯싶다. 하여튼 '슈만의 사육제'는 사육제 기간의 가면무도회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가면 밖과 가면 속에 감춰진 인간의 이중적 자아를 상징하는데, 슈만의 자아도 외향적, 열정적이며, 자유분방한 플로레스탄(Florestan)과, 내성적, 우울증적, 몽환적인 오이세비우스(Eusebius)라는 두 가지 인물로 상징된다. 그런 자아 분열적 성격을 음악에 투영한 것인데, 하루키의 글에 따르면 분열의 연유는 아마 매독 때문인 듯하다. 겨우 매독으로 분열된 슈만의 고기 감사 축제 음악을 최애로 픽한 것에 실망한다. 그리고 이 가면무도회가 동물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가면무도회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아니라는데 두 번 실망했다.
4/6제를 개명하라
그러므로 오전 4시 출근 저녁 6시 퇴근, 이마트 고기 감사 축제, 고기 동물복지 위령곡, 동물 가면무도회로 착각하기 쉬운 '사육제'라는 명칭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랜만에 들어보니 '사육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도 영(0) 안 나고, '카니발'처럼 고기도 실컷 굽고,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금육, 금욕 다이어트 전, 요요현상으로 정육, 정욕 판타지 이마트 세일도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 생상의 사육제는 '동복축제', '동물복지 축제곡'으로 슈만의 사육제는 '가몽파티', '가면몽환 파티곡'으로 개명을 제안한다. 동물가면은 아니라고 해서, 사실 두 사육제에는 별 관계를 찾지 못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