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후드티
보이후드티냐 후두티냐?
젊었을 때 입는, 그러나 나이 들어서는 입기 힘든 옷으로 '후드티'를 꼽았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보았다.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후드티를 입었더니 누가 목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라는 둥, "후드티를 입으니 후두부를 졸리는 것 같이 갑갑했다"라는 둥, 후드티에 대한 불만은 주로 '모자'가 아니라 후두부'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후두티'가 아니고 '후드티'일까?" 잘 쓰지도 않는 모자가 후두부에 꼬랑지처럼 달려있는 것을 보면 이 옷은 분명 '후두티'여야 한다. 하지만 어디 가서 아직 '보이후드' 라고 주장하는 '엠지후드' 들에게 '후두부'를 '후드러' 맞기 싫으면 절대 '후두티'라고 발음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전용복이며 영포티 '아재후드'들이 입으면 꼴불견이라고 여기며 완벽한 '보이후드티'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후두부'에 꼬랑지가 왜 달려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바로 잡아당기며 놀리거나 놀래키기 위한 '보이후드' 시절의 놀이였던 것이다.
후두후드티
그러나 '후드티'를 놀리거나 놀래키기 위한 '놀래기'로 단정하며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왜냐하면 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Labridae)에 속하는 여러 바닷물고기의 총칭으로 놀래기, 황놀래기, 용치놀래기, 어랭놀래기 등이 있으며 '후드티'의 꼬리를 이 물고기의 꼬리라고 하기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드티'의 유래를 시간여행을 통해 알아보니, 중세 수도사들이 유럽 '대륙의 실수'로 만든 옷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후드티를 머리에 씀으로써 세속 세계를 차단하고 신과 더 교감하기 위해서였다"라고 항변했지만, 실제로는 수도원이 추워서 모자를 뒤집어씀으로써 체온을 유지하거나 꾸벅꾸벅 졸고, 잠자는 것을 들켜서 죽비로 때려 맞지 않기 위한 위장을 위해서였다고 의심된다.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보고 있는 척, 손으로 눈을 가리고 졸고 있었던 경험을 상기하면, 이 후드티가 얼마나 사제들의 위장에 유용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 농부들도 바람이나 비를 막기 위해 후드가 달린 망토나 작업복을 입었고, 궁수들도 숲에서 위장을 위해 이 '후두티'로 '후두부'를 가렸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따로 모자를 쓰면 될 될것을, 굳이 망토에 꿰맨 것을 보면, '귀차니즘'의 원형을 보여준다. 아니면 추기경이 하도 모자를 잃어버리자 한 수녀가 아예 모자를 망토에 꿰매 버리며, "한 번만 모자를 더 읽어 버리면 후두까지 같이 꿰매 버리겠다"라고 경고한 것이 유행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제의 이미지는 이 어둠의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가려 뭔가 은밀한 일을-마녀 재판 같은-도모하였음이 더욱 강하게 의심됨은 어쩔 수가 없는 이 패션의 느낌이다.
로빈후드티
이러한 '후드티'의 위장, 매복, 보호의 특허권은 12세기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사제들에게서 빠르게 의적들에게로 이전된다. '로빈 후드' 전설에 따르면 로빈 후드의 절친으로 '터크 수사(Friar Tuck)'라는 수도사가 등장한다. 추정에 의하면 이 수사가 이 수도원의 특허를 '로빈 후드'에게 밀반출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술 밀반출과 비슷한 것이다. 이때부터 '후드티'는 숲에서의 궁수들의 은밀한 활동과 매복을 위한 위장과 간편한 전투복 차림으로 애용되었으며, 부패 귀족에 맞선 '힙합 전사' 이미지를 얻었다. 여기서 '곰돌이 푸'의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이었던 '로빈'이 처음 '후드티'를 입었기 때문에 '로빈 후드티'가 되었는지는 '피글릿'도 모른다. 다만 '로빈 후드'는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여러 민담과 전설에서 점차 형성된 가상의 의적 영웅으로 보이기 때문에 '로빈 후드'가 정말 '후드티'를 즐겨 입었는지, 그것을 '로빈후드티'로 불렀는지에 대하여는 정확히 증명할 길은 없다.
후드티 오리지널
이렇게 수도자 변장으로 위장한 '리처드 1세'와 '로빈 후드'는 '존 왕'으로 부터 왕권을 되찾은 후 서로 '후드티'의 '오리지널'을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사제들의 '후드티'에 대한 오리지널 주장이 더 설득력 있었기 때문에 리처드 1세는 왕이 되자마자 '로빈후드티'의 상표권을 '로빈 후드'로부터 빼앗아 폐기해 버린다. 이때부터 '로빈후드티'는 그냥 '후드티'로 불리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리처드 1세는 왕의 복장으로는 이 '후드티'가 불경하다며 입지도 않고 처박아 놓아 '후드티'의 명맥은 여기서 끊기고 만다. 이렇게 잊혔던 '후드티'가 다시 나타난 것은 한참이 지난 1930년대가 다 되어서였다. 챔피언(Champion) 사가 두꺼운 면 소재의 셔츠 후두부에 후드를 달아 상용화하면서 '후드티'의 부활이 시작되었다. 이는 사제들의 요구와 마찬가지로, 추운 냉동 창고 노동자 뉴요커와 럭비 선수들의 훈련 전후 체온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후두부' 보호와 보온이 핵심이었다. '후드티'는 사제에 옷에서 궁수의 옷으로 그리고 '운동복'으로 다시 그 '후두부'를 후려치며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재 탄생하게 된 것이다.
로빈후드티의 부활
80년대 제5공화국 시절, 미국 힙합, 갱스터들이 부패 정권에 맞선 힙합 전사 '로빈 후드'의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후드티'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적질이나 활쏘기보다는 얼굴을 가리고 낙서나, 도둑질, 활이 아닌 총질 같은 은밀한 행동을 할 때 '로빈후드티'가 유용하게 쓰여 오히려 범죄자 상징으로 오용된다. 심지어 '후드티'를 입으면 범죄라로 오인되어 총격당하거나, '후드티' 금지 법안까지 발의되며 '로빈후드'가 어렵게 만든 '로빈후드티'의 브랜드를 '로빈후드' 증권사의 이미지로 만든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들이 편안함, 효율, 반권위주의의 의미로 이 '후드티'를 입게 되며 '로빈후드티'는 다소 '보이후드티'로의 젊음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러나 '터틀넥'으로 대표되는 '스티브 잡스' 스타일처럼 '후드티'도 '저커버그'의 '버그'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보이후드티
그렇다면 '후드티'는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입는 '아동복'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그것은 갑자기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떠올리면서부터다. '보이후드(Boyhood)'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2014년)로, 6살 소년 메이슨 이 18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을 12년에 걸쳐 실제로 촬영한 작품이다. 보이후드(Boyhood)는 말 그대로 소년기, 어린 시절이라는 뜻인데 묘하게도 이 시절이 '후드티'가 가장 어울리는 나이대로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소년의 '후드티 시절에서 후드티를 입기 어려워지는 나이로 넘어가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비행기에서 보았는데 그나마 그때가 공항패션으로 '후드티'가 어울리는 나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위대하고 감명깊은 영화 '보이후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AI가 12년의 성장은 물론이고 60년에 걸친 성장과 퇴화의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이를테면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를 몇분만에 찍어낼 생각을 하니 갑자기 '보이후드티'가 후줄근해 보이며 '후드티'의 모자를 잡아당기는 것 처럼 숨이 막혀 왔다.
주방후드티
그러나 최근 나는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 '후드티'가 '보이후드티'도 '로빈후드티'도 아니고 '주빙후드티'라는 주장이었다. '후두부'에 두른 '후드'나 레인지에 두른 '후드'가 같다는 것이었는데 연기, 냄새, 열, 수증기, 미세먼지, 유해가스를 빨아 드리는 주방 '후드'와 '후드'를 잡아 당겨 쓰면, 연기, 냄새, 열, 수증기, 미세먼지, 유해가스를 입으로 빨아들이는 '후드티'가 어떻게 같다는 게 어랍쇼 이해가 가네? 이 '주방후드티'의 가설이 정설이 될 경우 더 이상 '후드티'를 입을 딱 좋을 나이는 없어지는 것이다. '주방후드'는 오히려 나이 들어 사용하므로 '후드티'의 사용가능 연령은 훨씬 더 연장될 수 있다. '후드티'를 입었더니 "누가 목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라는 둥, "후두부를 졸리는 것 같이 갑갑했다'라는 둥 불평하는 이유도 이제 삼겹살을 굽다가 '주방후드'가 막혔을 때가 되는데, 그것이 막히면 '후드'를 잡아 당기거나 '후두부'를 조르는 것처럼 그저 갑갑하게 느껴질 뿐이었던 것이다. 그럴 때는 당연히 '후드'를 청소해야, 그리고 '후드티'는 세탁기에 빨아야 할 때다.
나의 후드티
나에게도 '후드티'가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지난 계절 한 번도 '후드티를' 입지 않았다. 후드티가 '보이후드티'라는 젊어서나 입는 옷이라는 생각에, '후드티'가 '로빈후드티'라 힙합 전사나 입는 옷이라서 예의를 차리기 어렵다는 편견에서 그랬다. '후드티'는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질 때 재빨리 '후두부'를 당겨 뒤집어쓰고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자 '후드티'에 대한 편견을 '후드러' 팰 때다.
사족 : 후드티에 관한 글을 다 써나갈 무렵 문득 땡땡무늬 후드티를 입고, '후드'를 머리에 푹 쓰고 있는 실물 '후드티', '보이후드' 아니고 '걸후드'를 바로 옆에서 발견했다. '보이후드티'만 있고 왜 '걸후드티'는 없을까? 궁금해 했더니 익숙하지 않아서 일뿐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걸후드(Girlhood)'도 존재한다고 한다. "저기요 후드티 사진 한장만 찍으면 안될까요?"라고는 말 못하고, 그저 '땡땡이 무늬 후드티'를 힐끗 탐낸다. 어울리지는 무리수지만.
Emile's Summary (실험실)
'후드티'는 어릴때나 입는 '보이후드티'도, 힙합전사나 입는 '로빈후드티'도 아니라, 차라리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막기 위한 '주방후드티'다. 그러므로 '후드티'에 대한 편견을 '후드러' 팰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