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가전이 이 자그마하고 흔한 커피포트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물 끓이는 것은 꼭 커피포트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다른 가전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물을 끓이는데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인덕션을 사용하며 그것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인덕션은 물을 끓이는데 너무 느림의 미학을 필요로 하는 가전이더라고요.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적정 온도를 내는데도 들쑥날쑥하기가 일수였거든요.
물 끓이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고 할 수도 있지만 커피나 차를 자주 마시다 보면 앏니다. 커피나 차는 물의 온도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것이 원두커피던 믹스커피던 심지어 라면도 그렇습니다. 커피머신이나 정수기의 뜨거운 물은 끓는 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합니다. 따라서 커피나 차를 영혼까지 살려주기에는 부족하지요. 커피나 차는 물이 끓어 일정한 온도에 달했을 때만이 숨어있던 영혼이 온전히 끓는 물속에서 부활하거든요.
그래서 이 가전제품의 명칭은 전기포트나 전기주전자 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커피포트입니다. 티포트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애정 하는 '커피'라는 훈장을 수여하고 싶습니다. 티나 컵라면을 위한 일도 가끔 수행하긴 하지만 이 동물의 주요 임무는 '커피'입니다.
커피포트
물을 끓일 수 있는 용량은 커피를 몇 잔이나 만들 수 있는 크기이지만 보통은 한두 잔의 물만 끓이기 때문에 커피포트는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금세 물이 보글거리는 소리가 올라옵니다. 커피포트 유리창으로 보이는 끓어오르는 물거품을 아주 잠시 지켜보는 것도 커피를 기다리는 마음과 더불어 설렘을 보글거리게 하지요. 그리고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리는 "철컥" 소리와 함께 스위치가 자동으로 꺼지고 나면 준비된 커피잔에 물만 부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커피포트는 사용 후 관리가 중요합니다. 물은 넉넉한 양을 끓일 수 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아주 딱 맞는 양을 끓여서 남김없이 끓는 물을 사용하고 남는 물이 없게 하지요. 그리고 커피포트의 뚜껑은 열어 둡니다. 왜냐하면 물을 끓이고 나면 안에 습기가 차기 때문에 이 동물의 뽀송뽀송한 건강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아니 커피포트가 뽀송뽀송한 것은 오히려 사람의 건강에 더 중요하지요. 그냥 주전자에 비하여 전기주전자이기에 씻기도 쉽지 않고 잘 말려 놓지 않으면 물때가 끼기 십상이거든요.
커피포트는 물 끓이는 속도도 빠르고 하이얀 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를 연상케 합니다. 이 토끼에게는 순수한 물이 아닌 다른 것들을 먹이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듯하지요. 또 여름에는 거의 여름잠만 자다가 겨울에 주로 활동하는 동행성 동물입니다.
전기 주전자는 영국의 Arthur Large가 1922년 발명했고 General Electric은 1930 년에 자동 차단 기능이 있는 전기 주전자를 출시했습니다. 주전자나 커피포트는 이미 널리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로 물을 끓이는 것이 엄청난 변화를 준 발명은 아니었지요.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뜨거운 물을 만들 수 있는 이 간편한 동물은 여기저기 쉽게 번식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물을 끓이는 다른 도구들은 많지만 미래에도 이 커피포트의 번식력은 여전할 듯싶네요. 왜냐하면 정수기가 아무리 진화한다고 한들 커피 혹은 티 그리고 컵라면은 끓는 물에 먹어야 제맛이고 거기에 커피포트 만한 귀여운 반려동물은 아직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