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Apr 14. 2024

다음 대통령실은 어디일까?

feat : 베르사유궁전과 청와대

"날도 좋은데 어디로 꽃놀이를 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청와대를 떠올립니다. 청와대를 개방한 지는 한참 된 것 같은데 그동안 가볼 생각은 못해봤었지요. 예전에는 사람이 많아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제 관람객이 줄어 당일 예약해도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떠나 볼까요?"


청와대에 선다는 01A 버스로 갈아탔는데 광화문에서는 각종 시위가 한참이었습니다. 시위가 탄핵, 반공, 중동전쟁 등 종류가 다양해서 놀랐습니다. 덕분에 교통 정체를 한참 겪고 있었는데 이에 뿔난 버스 기사 아저씨가 거의 반욕을 해가며 어찌나 버스를 험하게 모는지 시위대로 거의 돌진할 기세였지요. 이러다 청와대 관람 전에 용궁 관람을 먼저 하겠다 싶어 한두어 정거장에서 미리 내려 좀 걷기로 합니다.


청와대 입구를 들어서니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청와대는 집무실이라기보다는 궁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르사유궁전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실용보다는 보여주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보기에는, 관람하기에는 썩 괜찮은 편입니다. 그만큼 필요 이상으로 넓고 정원이 잘 갖추어져 있지요. 모두들 청와대의 푸른 기와와 커다란 건물, 내부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집기에 집중하지만 그보다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정원이 이 청와대의 큰 자산이 아닐까 합니다. 멋들어진 소나무를 비롯하여 딱 보아도 값나가는 나무들이 자천이었지요. 외국 정상들이 방문해서는 기념식수를 심은 것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유산들이 이어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빈집털이는 그리 재미없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있어야 볼 가치가 있지요. 예전에 살았던 곳  이사가 버린곳은 아무래도 가치가 떨어지지요.


그런데 어마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로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였습니다. 국민들이 별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돌려주었다는데 줬다 뺏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대통령실의 기능을 위해 자원이 잘 갖추어진 곳이지만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답시고 다시 청와대를 복구한다고 해도 이미 관광지가 되어버린 곳을 살리는 것도 우스워 보일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도 부담일뿐더러 기능적으로도 궁전에 가까운 곳이라 실리도 명분도 별로 없어 보이거든요.

그렇다면 다음 청와대, 대통령실은 어디가 될까요?

물론 지금 새로 대통령실을 마련하긴 했지만 그곳이야 말로 워낙 긴급하게 얻은 임시 거처 같은 느낌이지요. 다음 대통령이 과연 그곳을 이어서 쓰려할까요? 현재로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거든요. 국민적으로도 동의가 되지 않은 곳일뿐더러 워낙 준비 없이 옮겨간 곳이라 기능적으로도 득이 없어 보이지요. 특히 정치적으로도 별로 명분과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은 어느 쪽이 되었건 반드시 새 집을 알아보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 청와대로 복귀를 할 것이냐" 그것도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 오늘 관람을 하며 든 생각입니다. 과거의 유산을 잇는다는 점에서는 자못 합당해 보일지 모르지만 역시 너무 궁전 같은 곳이라 현대적 기능성이 떨어지고 너무 넓고 너무 휑하단 말이지요. 그리고 전 집에 복귀해도 욕먹고, 지금 새 집에 계속 살아도 욕먹고, 딴 잡을 알아보진 않고는 대책 없이 집을 옮긴 거짐 무주택의 소용돌이 에 맴돌게 것이지요.


"그렇다면 역시 새 집을 알아봐야겠죠!" 그래서 다음 대통령실은 어쩔 수 없이 세종으로 방향을 잡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번에도 잠깐 국회를 세종으옮긴다는둥 세종에 대한 언급이 나왔었지요. 세종으로 가는 것은 이제 합리성을 떠나서 누가 대통령으로 나오던 판도라의 달콤한 공약임에 틀림없어 보이지요.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당근인 데다가 이제 헌 집에서도 새집에서도 살 수 없는 떠돌이 처지가 되고 말았으니까요.


실리적으로는 정부청사가 있었던 과천도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힘이 떨어진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아마 세종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의 전셋집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풍수의 기운도 한계가 있나 봅니다. 헌 집이 기운이 별로인 것 같아서 집으로 옮긴 것 같은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보면 풍수보다 개인 운명의 영향이 훨씬 커 보이지요. 집터와 묘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운명은 그렇게 갈길을 이기지 못하는 것인가 보지요.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나오기 어렵다는 청와대를 어떻게든 세종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어렵다는 국방부와 미군이 차지했던 용산이 대통령실이 빠져나가면 진정으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온전한 공원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은 역으로 대통령실 부속 공원 정도의 느낌이지만 말입니다. 덤으로 청와대가 베르사유궁전 같은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역사는 그렇게 갈길을 이기지 못하고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글세요. "그래서 세종에 집을 사야 할까요?" 대통령의 집을 걱정하기 전에 내 살 집부터 걱정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설사 그렇다 해도 오래 걸릴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요. "대통령은 집 옮길 생각도 안 하는데 부동산업자 처럼 김칫국부터 마신다고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베르사유궁전은 장료도 받던데 이거 청와대도 좀 더 볼거리를 마련하고 유지관리를 위해 입장료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용산공원도 마찬가지듯 청와대도 이거 공원도 아니고 관공서도 아니고 아직은 돌려준 것도 아닌듯 어정쩡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다음 대통령실은 어디가 좋을까요? 좋은 곳 있으면 추천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서 가고 싶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