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미리 Mar 14. 2021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니까 이제 엉덩이를 덧붙인

오늘도 어김없이 9시가 찾아왔다. 출근을 해야 한다. 9시마다 컴퓨터에 앉게 된 건 이제 3년째다.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불린 것도 3년째다. 그런데, 나는 과연 일을 잘하고 있을까?


최근에는 마케팅이라는 게 정말 별거 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온 세상이 퍼스널 브랜딩으로 가득 차 있고,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고도 마케터보다 마케팅을 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퍼스널 브랜딩으로 블로그 수익화하기', '마케팅 글쓰기', 'SNS 마케팅 이렇게만 하세요.' 등의 내용을 담은 강연과 글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이제 모두가 글을 쓰고 기획을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자괴감에 빠질 시간이다. 내가 만든 모든 콘텐츠들은 그 많은 브랜드 사이, 어디쯤에 있는 걸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 잘 되어 있어서 블로그로 수익화를 내는 사람도 아니고, 기똥찬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도 아니며, 마케팅 글쓰기로 책을 낸 출판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케터로 불리며,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과연 나는 '마케터'로서 몇 점짜리일까.




지금 소박한 나의 꿈은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누구의 종잇장도 맞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래서, 나는 '엉덩이 근육'을 기를 생각이다. 누구와도 함께 뛰어갈 수 있는 아주 탄탄하고 튼실한 근육을 만들 테다.


앞으로 돌진해 나가는 수많은 재능가들 사이에서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해 나가기 위해 나는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쓸 참이다. 앞으로도 이 일을 통해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한 엉덩이를 가질 때까지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이 글을 적어 내려 가는 동안 조금 더 딱딱해진 엉덩이를 상상했다. 꽤 괜찮은 기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줄서기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