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업가의 미루기 자기반성. 근데 거의 뇌과학 이야기.
Just Do It!
알고 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쯤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튜브에, 서점 이달의 베스트셀러에 '행동'에 관한 자기 계발서가 끊이질 않는 것은, 아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시작은 언제나 좋다. 목표를 세우면서 이번에야말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새사람이 된 것만 같다. 책도 많이 보고 영상도 봤다. 한 가지에 집중하고 될 때까지 하면 된다! 아주 훌륭한 착각이다. 1주일 후의 나는 오늘의 나와는 다른 상태니까. 당장 행동하기도 어렵지만 지속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Grit(그릿)은 아는데 내가 그릿 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에 치킨 먹기도 힘들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자기 계발서만 약 50권을 읽었는데, 아직까지도 만족스럽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실감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도 많다. 목표도 읽고 손으로 쓰고, 오늘 해야 할 일도 써 놓고. 준비는 끝났다.
'오늘 이거 끝내야 하는데'
준비만 끝났다. '나만 이렇게 자기 통제가 안 되는 건가'하면서 20대를 고통스럽게 보냈다.
대학생이 되면 바뀔 수 있을까
군대 갔다 돌아오면 사람이 바뀌겠지
취업 준비생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지
직장인이 되면 책임이라는 게 생기니까
자기 사업을 하면 할 수밖에 없겠지
다 틀렸다. 환경은 중요하다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합리화다. 나도 참 멀리도 도망쳤다. 이제는 사업까지 시작했는데, 이렇게 살다가 삐죽삐죽 회사로 돌아가는 것은 많이 부끄럽다. 자기 계발서로 나는 변화하는 중이라며 자기 위로를 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 지식은 충분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내야 할 시간이다.
현재 지향 편향이란,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인지적 오류를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지속하기 어렵다. <아토믹 해빗>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가 목표 설정 따위 다 필요 없고, 습관만 만들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성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했는데 200% 공감하는 말이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그냥 그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니라, 습관이 에너지 효율이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뇌는 열량 소비가 심하다. 뇌가 일을 하면 할수록 몸의 에너지, 즉 칼로리가 활활 탄다. 다이어트도 되고 개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겠지만, 동물의 본능은 생명 유지와 자손 번식이다. 먹는 족족 에너지를 써버리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야생에 편의점은 없으니까. 습관은 뇌가 정보 처리를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연비가 좋은, 조금 낡은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해두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명의 위협이 거의 없다 (야생에 비해서). 그만큼 발전하고 문명을 이뤘다. 다만 너무 빨리 이뤄졌기 때문에 인류의 진화가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뇌에게 있어서는 에너지 효율이 나쁜 안 좋은 일인 것이다. 혹은 기존의 시스템을 거역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불안, 두려움, 분노, 질투 등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패턴이다. 이런 감정 때문에 일을 미루고 집중하지 못한다는 게 부끄러울 수 있는데,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안심하시길. 감정 역시 뇌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작용인데, 가장 영향력이 강하고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이 특별하게 강하다.
그 이유는, 뇌에게 있어 부정적인 감정이 「경보기」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라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긴다. 그래서 뇌는 이 신호들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한다.
불안 : 실체를 모르는 상황. 갑자기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두려움 : 실체가 있는 위협. 뱀이나 호랑이처럼 위협을 가하는 존재와 조우
분노와 질투 : 자신에게 중요한 것,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존재의 인식
위에서도 말했지만, 뇌가 생각하면(정보를 처리하면)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것도 많이. 그중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곳이,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계산해서 나아가는 일련의 행위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성의 뇌가 제대로 활동하고 있으면 미루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 즉, 경보기가 울리면 이성의 뇌로 공급하는 에너지를 차단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에 몰빵 한다. 결과, 이성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바라만 보는 신세가 된다.
도전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그 결과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잘 못하는 자신, 갈 길이 먼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고통이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된다. 언제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은 1+1으로 따라온다.
성공하려면 실패를 더 많이 해봐야 한다던가,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라던가. 다 들어봤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래,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지!'하고 당차게 뛰어들었는데, 무작정 밀고 나가기에는 또 조금 똑똑했나 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되네어도 사실 속으로는 무서운 거다. 아직 부족한 나 자신을 확인하는 순간순간이 괴로워서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일반적인 미루기와는 다른 패턴인데, 사실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다면 스트레스 없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에서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SNS 마케팅 실시하기」라는 중요 과제는 하위의 「기획」, 「촬영」, 「글쓰기」등으로 나눌 수 있고, 「글쓰기」 또한 「키워드 선정」, 「표현」, 「제목」 등으로 가지를 내릴 수 있다. 그 일에 필요한 시간 예상도 경험에서 오는 정보 중에 하나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오늘 해야 할 일은 SNS 마케팅이다' 하고 생각하면, 당장 무엇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 머리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일본에서 읽은 호리에몬의 <시간 혁명>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행동량은 정보량에 비례한다.
알고 있는 일이면 행동하기까지의 마찰력이 적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귀찮고 하기 싫었는데 해보니 그다음부터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지식도 정보, 경험도 정보다.
갑자기 변명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꼭 변명은 아니다. 몸이 피곤하면 쉬어주는 것이 맞다. 무리하다 탈 나서 쉬는 것보다, 잘 쉬면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좋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패턴이다. 하나는 자기 관리의 실패. 나머지 하나는 진짜 변명인 경우.
먼저 자기 관리의 실패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기 계발서의 바이블과 같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 정신노동은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인슈타인에게서는 피로 독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나. 그럼 우리가 일하고 공부한 뒤에 지치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 이건대, 이것 역시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한다. 불안, 걱정 등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루함」이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부정적인 감정은 뇌에게 있어서는 위험 신호와 같다. 산속에서 뱀이나 곰과 만나면 우리 몸이 어떻게 될까. 긴장과 공포로 식은땀이 나고 경직될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몸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부른다. 그래서 지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진짜 변명인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자각이 없다. 너무나 정당한 이유일 뿐이다.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다.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면 대강 이렇다.
「즐거울 때,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웃게 된다는 메커니즘의 정착」→「엔도르핀이 안 나왔는데 얼굴이 웃고 있다」→「뇌 : "어? 사실 지금 재미있는 것이 아닌지?!"」→「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진짜 즐거워진다」
즉, 몸의 반응과 실제 생각은 인과관계가 바뀌어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변명 역시 그렇다.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 표정이 일그러지고 몸이 축 쳐진다. 지치고 피곤한 상태와 비슷하다. 그리고 몸이 진짜로 그렇다고 믿기 시작하면 사실로 변한다.
우리는 잃는 것에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 낭비에는 부들부들거린다. 이 패턴은 단발적인 행동 미루기가 아닌, 지속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결국 미뤄버리는 행동 패턴이다. 공부나 운동과 같이 꾸준히 오래도록 노력해야 열매를 맺는 일에서 자주 보인다.
이것 역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헛수고라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 투자한 시간을 잃는다는 불안함.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낭비를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만들어 낸 미루기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건 그냥 포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람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격과 성향에 가깝다.
'확실한' 해답은 모른다. 그런 절대적인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세상에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적성검사에 가깝다. 누군가에게 약이 될 것을 희망하며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한테도 약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전에, 신경가소성에 대해서 간단하게 전하고 싶다. 간단하게 말해서, 뇌는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이며,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른 사람보다 머리가 나쁘다? 독해 속도가 느리다? 프로그래밍과 같은 건 잘 맞지 않는다? 아니다. 행동과 사고를 거듭하면 뇌는 변한다. 앞서 습관의 동물인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꺼려한다고 말했지만, 이것 역시 바꿀 수 있다. 나는 자기 계발의 끝은 습관의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하게는 링크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작은 시작 x 노동 요법
행동 트리거 (루틴)
부정적인 생각의 논리적 오류 찾기
공부
무거운 물체일수록 마찰력이 강한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행동에 옮기고 집중하기까지의 마찰력이 강하다. 그래서 하려고 하는 일 앞에, 아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추가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하려는 일과 같은 조건이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좋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하다면 그전에 다른 사람의 글을 하나 읽고 댓글을 남기는 것.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면 그전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는 것.
이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노동 요법에 있다. 노동 요법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서 나온 방법이다. 사람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을 하는 동안에는 불안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집중 상태에서는 확실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애초에 시작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때문에 작은 시작을 곁들인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루틴이라는 개념은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설명은 생략한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오감을 동시에 자극할수록 효과적이고 강력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정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특정 동작이 좋다고 본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트리거는 이렇다. (만드는 중)
클래식 '파사칼리아' 듣기
복압을 의식한 복식 호흡 계속하기
TIME TIMER 세팅하기
이 방법은 오로지 임철웅의 저서 <마음 설계의 힘>에서 배운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뇌의 주도권을 잃은 상태라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해결책은 내가 이성적일 때 부정적인 생각들의 논리적 오류를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내가 일을 미루고 있을 때나 불안, 걱정으로 힘들 때 했던 생각들을 회복되고 난 후에 글로 써라. 그리고 생각해 보아라. 이게 정말 말이 맞는지. 친구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뭐라고 격려하고 반박할 수 있는지.
사람의 기분은 원래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래서 부정적인 상태로 내려갔다가도 어느 순간 힘이 돌아오고 열심히 살 다짐을 하게 된다. 그때 서둘러 일이나 공부부터 하려 하지 말고, 잠시 자신의 생각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자.
이게 정말 효과적인 해결책인지 의심이 생길 것이다.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도 해보는 수밖에. 책에서 말하기로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생각에 대한 문답이 뇌 속에 형성되어 더 빨리, 더 쉽게 부정적인 상태에서 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회복 탄성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행동량은 정보량에 비례한다고 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그래도 역시 알면 안심이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글공부는 아니더라도, '내가 헛수고를 피하려고 하는구나', '지쳤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몸이 긴장해서 그런 것일지 모른다'던가, '계속하면 뇌가 변해서 점점 잘하게 될 거야'와 같은 인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뇌과학이나 심리학이 재미있어서 깊이 파고든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등가교환했다 (친구 적음). 책은 좋지만 더 효율적인 방법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 젊은 영상 세대라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책 없이도 얻지 않을까. 그러니 책이 어렵고 공부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너튜브에서 강의나 성공 사례를 많이 보면 된다. 종종 사례는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스킵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례는 그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기준을 낮춘다. 쌓이면 '나도 할 수 있겠다'가 된다.
이만큼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일을 미루던 나는 뭘까 하면서 썼다. 역시 아웃풋 해야 배우는가 보다. 그래도 해결책 부분은 아직 약한 것 같다. 쓰면서도 확신은 없었으니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극약은 없다. 시행착오하는 수밖에.
미루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나한테 하는 소리).
주관으로 꽉꽉 채운 글이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책 그리고 정보가 세상에는 넘치고 있겠죠.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또 다른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이킷 눌러주시면 브런치 놀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