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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로 삶이 힘든 당신에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뇌과학적 접근법.

 끝까지 읽어 달라고 하지 않겠다. 그저 이 마음, 이 사실 하나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불안은 있다. 우울도 있다. 사람이란 약한 존재다. 그러나 또 어느 순간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이 솟는 순간이 온다. 당신은 약하면서 강한 존재다. 그러니 곰이 겨울잠을 자러 가듯, 나에게 불안의 시기가 왔구나, 시기가 지나면 또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이것 하나만 알아도 조금은 힘든 그 마음이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과 싸운 지 햇수로는 3년이 지났다. 2019년부터 감정과 호르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관찰과 연습을 했다. 효과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2021년이 되어서 바뀌었다고 실감했다. 불안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 불안이 와도 우울로 커지지는 않는다. 어쩌다 큰 불안이 생겨도 이틀을 넘기는 경우는 없다. 


 이 글에서 불안과 우울의 메커니즘을 해설하고, 해결 방법을 3가지 이야기하려 한다. 메커니즘은 재미없는 글이 될 것이다. (내 다른 글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제일 밑에 「요약」을 해두겠다. 근본적인 해결보다 당장의 불안 해소가 급한 사람들은 요약을 읽어 주면 좋겠다. 




 '나 우울증이 조금 있는 건 아닐까?'

 '어제까지 기분 좋았는데 오늘은 또 왜 이렇게 불안하자?'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 보이는데, 나는 왜 작은 일로 크게 불안해할까..'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일주일에 4일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심하게 증상이 오면 2주일 동안은 누구랑도 이야기하기 싫어서 집에서 안 나가고는 했다. 요즘 일이 손에 잘 잡힌다고 생각하다가도 같은 날 저녁 불안으로 앉아 있지 못했다. 한 순간이라도 편하고 싶어서 술을 자주 많이 마셨다. 


 우울증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했다. 다행히도 '내가 우울증은 아닐까?'하고 생각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우울증이 아니란다. 우울증은 도대체 얼마나 힘든 건지 상상도 안된다.  


 병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평균에 비해서 불안을 느끼기 쉬운 타입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뇌 구조상 불안을 막아주는 호르몬의 분비가 약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타입은 주의결핍장애(ADHD)와도 가까운 증상을 보인다. 즉, 집중력도 약하다.


 이 사실을 알고 억울해서 이틀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생명은 존재 자체로도 존엄하다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너무 불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죽거나 극복해내거나'


 투덜거려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꿈을 포기하고 그냥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야금야금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간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당장 죽거나, 아니면 해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불안할 때는 펜을 들어라.



 불안할 때는 펜을 들어라. 펜은 칼보다 강하다 같은 소리다. 펜으로 불안과 우울을 해결할 수 있다니. 나름의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준비했으니 일단 읽어 보시길.


 불안을 해결하는 핵심은 뇌에서 불안을 느끼는 영역을 끄는 것이다. 끈다는 말은 다른 영역을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다. 그럼 어디를 활성화시켜야 하는가? 바로 전전두피질이다. 전전두피질은 이성적인 기능을 가진다. 사람이 계획을 하고 목표를 세우고, 욕구를 절제하며 행동하는 것은 이성의 뇌가 있기 때문이다. 이성의 뇌는 뇌의 '사령탑'이다. 다른 동물은 이 영역이 없다. 그래서 인간은 문명을 이뤘고, 다른 동물 은은 야생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게는 감정과 이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강할까? 감정이 더 강력하다. '코끼리와 조련사' 이야기가 있다. 평소에는 조련사가 잘 다루지만, 코끼리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조련사는 어찌할 방법 없이 끌려다닌다는 말이다. 여기서 코끼리는 감정이고 조련사는 이성이다. 즉, 인간은 평소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지만, 정작 감정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이성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감정 중에서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더 강력하다. 긍정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감정은 뇌가 생명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우선 순위의 과제로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눈 앞에 곰이 나타났다. 사람은 '두렵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도망친다는 판단을 한다. 이런 감정이 없다면 가만히 서서 생각하다가 강을 건널지도 모른다. 


 최우선 순위의 과제로 판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바로, 뇌의 다른 영역을 전부 꺼버리고 오로지 감정을 느끼는 부위에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조련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는 '편도체'다. 에너지가 집중되면 편도체의 기능이 더 강력해진다. 불안이란 '대상을 알 수 없는'두려움이다. 두려운 대상을 모르는데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계속 불안해진다. 이것을 '편도체 납치'라고 부른다.


 해결법은 미리 말했다. 펜을 들어라. 펜을 들고 종이에 써 내려가라. 


    '지금 내가 무엇을 불안해하는 걸까?'

    '이 걱정들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뭘까?'

    '이런 일은 반드시 생기는 걸까?'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앞에서 말했듯이 불안은 '대상을 알 수 없는'상태다. 즉, 대상을 명확하게 해 주면 불안이 아니라 '걱정'으로 바뀐다. 글을 쓰면 흐릿한 생각에 '실체'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실체를 알면 대책을 세울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걱정이 타당한지 아닌지도 따질 수 있다. 사실 70%가 필요 없는 걱정이다.   


 또 한 가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 진짜 문제일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 논리적이다. 논리는 이성적인 행위다. 즉, 글쓰기는 이성적인 활동이다. 

편도체 납치로 멈춘 이성의 뇌를 강제로 깨울 수 있다. 이성에 뇌에 불이 들어오면 조금씩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대책을 세우기 전에 불안함이 사라져 있는 경우가 있다.


 PC나 스마트폰도 괜찮지만, 가능하면 펜으로 직접 쓰는 것을 추천한다. 그 편이 더 효과적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은 호르몬의 불균형


 불안을 느끼기도 전에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 나도 가끔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이것 역시 당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런 유전자가 있었을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그런 성향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일반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정말 갑자기 어느 순간. 그냥 우울해진다. 


 이런 성향은 권력이나 성공, 성취에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잘 나타난다. 그래서 야망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루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중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갑자기 우울한 아픔을 겪는 당신은 아마 꿈도 크고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해결 방법은 '도파민'수치를 (적정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다. 도파민은 유명하지만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도파민은 단순한 '쾌락'과 '중독'의 호르몬이 아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 분비가 넘치는 사람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고 난폭한 행동을 한다. 반대로 분비가 부족한 사람은 활력을 잃게 되고 우울감을 느낀다. 뇌의 활력이 떨어지면 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뇌의 에너지는 포도당. 즉, 당분이다. 그래서 설탕이나 초콜릿을 과하게 섭취하기 쉽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 중에 비만이 많은 이유도 이것이다. 


 나도 도파민 수치가 낮아서 많이 고생했다. 지금은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있을 뿐이지, 완전히 정상적이지는 않다. 내가 쓰는 방법은 2가지다. 

    1. 달리기

    2. SAMe 보충제


 달리기(운동)의 장점은 인터넷에 너무 많다. 이만큼 좋다고 하는데, 그냥 하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안 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조금 설명하자면, 달리기는 도파민의 수치를 적정 수준으로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울할 때 뛰면, 달리는 도중에 기분이 나아진다. 평소에 꾸준히 뛰면 우울함이 오기 전에 잘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매일 아침 뛰려고 한다. 


 SAMe 항우울 성분이 있는 보충제다. 처방전이 필요한 치료제는 아니다. 그래도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복용법에 주의하자. SAMe는 매일 먹을 필요가 없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왠지 좀 우울하거나 활력이 없다 싶으면 공복에 한 알(400g) 먹는다. 


 약을 먹는다는 것이 부끄럽거나 인정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 만큼은 말하고 싶다. 우울하지 않은 상태로 일주일, 한 달을 지내본 결과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실감에 힘이 넘친다. 




신호를 아는 것


 제일 처음에 말했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불안함을 느끼고 우울할 때가 있다. 완전히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불안과 우울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신호를 알고 잘 반응하는 것이다. 


 나는 빈도는 줄었지만 다른 사람보다는 기복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을 많이 겪은 만큼 그 신호도 잘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이 신호다!'하고 공유할 수는 없다. 감각적으로 '오늘 뭔가 기운이 없네. 오늘 저녁에는 괜히 불안할 수도 있겠다.'하고 알 수 있다. 그러면 미리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고맙게도 이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어서 상담도 한다. 


 신호를 알고 빨리 나오는 것은 오로지 경험이다. 그렇다고 단순이 많이 경험하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방법이 있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설명하겠다. 


 글쓰기를 읽은 사람 중에 모순을 느낀 사람은 없는가? 있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성적인 기능이 꺼졌는데, 어떻게 이성적인 글쓰기 활동을 하라는 거지?' 


 맞는 말이다. 사실 불안하거나 우울한 상태에서는 글쓰기고 뭐고 다 하기 싫다. 그냥 힘들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불안과 우울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글쓰기를 해야 한다. 겨울잠의 시기가 지나간 직후에 말이다. 이번에는 뭐가 힘들었을까. 왜 힘들었을까. 내 상태는 어땟는가. 시간을 내서 천천히 글로 쓰면 된다. 


 스스로 상태를 분석하고 기록하다 보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 생각에 이름을 붙여라. 이를 '네이밍'이라고 한다. 이름을 붙이면 뇌가 장기기억으로 보존하기 쉽다. 그래서 다음 겨울잠의 시기에 조금 더 빨리 기억해 낼 수 있다. 이 과정의 반복이다. 


 나는 시작된 순간 '아, 그분이 오셨다.'하고 느낀다. 사람이라 곧바로 불안에서 나오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빨리 돌아올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도 알고 있다. 


 신호를 알라는 말은 많이 추상적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해하고 앞으로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볍게 시작한 글인데 내용이 길어졌다. 이것도 줄인다고 반으로 줄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설명이 논리적이지 않은 곳도 있다. 과학적인 부분이나 정확한 메커니즘이 궁금한 사람은 댓글로 질문해주면 좋겠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거침없이 지식을 공유하겠다. 


 도움이 되었다면 기쁠 것 같다.




「핵심 정리」

1. 불안, 우울할 때는 뇌가 정상 기능을 못한다.

2. 글로 생각을 쓰면 뇌가 정상 기능을 조금씩 되찾는다. 

3. 도파민 수치가 부족하면 이유 없이 우울할 때가 있다. 

4. 도파민 수치는 달리기와 SAMe 보충제로 조절할 수 있다.

5. 불안과 우울은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신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6. 신호는 사람마다 다르며,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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