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잘 못하지만 글쓰기 수업에 관심은 있었다. 첫 담임을 하던 시절부터 아이들이 1년 동안 쓴 글을 모아서 학급 문집을 만들었다. 처음에 문집을 만들었던 까닭은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글쓰기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실천하면서는 공부한 결과물을 모으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더해졌다.
아이들에게 글을 쓸 때는 솔직하게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꾸며 쓰거나,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거나, 자신의 감정과 반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다고 쓰라 했다. (물론 무엇 때문에 재미없는지는 써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앞일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은 크게 ‘생활 글쓰기’와 ‘주제 글쓰기’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생활 글쓰기’는 흔히 말하는 일기를 떠올리면 된다. 단 집에서 쓰는 것은 최소화하고 주로 학교에서 썼다.(최근 4년 동안 처음 3년은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쓰기 숙제를 내주지 않았다. 작년에는 조금 더 많은 글을 모으기 위해서 1주일에 한 편 정도 집에서 써오도록 했다. )
생활 글은 우선 근래 자신에 경험 한 일중에서 쓰고 싶은 내용을 결정하게 한다. 쓸 내용을 정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최근에 겪었던 일들 중에서 즐겁고 재미있었던 일, 슬프고 힘들거나 기분 나쁜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서 본 일, 한 일, 듣고 말한 내용, 겪은 일, 궁금한 것, 더 해보고 싶은 것 들을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로 마인드맵을 활용하여 글의 개요를 만들었다. 마인드맵의 중간 가지는 보통 ‘처음-중간-끝’으로 표현하였다. 마인드맵을 완성한 아이들은 간단한 확인을 받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고 나서는 쓴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면서 보충할 내용, 삭제할 내용, 고칠 내용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아이들 글을 읽을 때는 아이들의 생활을 점검하고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이들과 생활하고 공부하며 아이들의 마음이나 상황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더 살펴본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실제로 글을 읽으면서 아이의 공부, 친구, 가족에 대하여 내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그러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이들이 글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은 아이를 공감해주고 아이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썼다. 글의 내용에 따라 때로는 위로와 격려를, 때로는 축하와 기쁨의 마음을 담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에 교사가 달아준 댓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교사의 댓글에 답 글을 달아 쓰는 아이도 있다. 나는 생활 글쓰기를 통해서 아이를 더 알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글쓰기 활동이 단순히 글 쓰는 공부를 넘어서서 교사와 아이가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발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