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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Jun 14. 2024

두 달에 한 번씩 이사가기1

난 꼭 정착을 할테다.  

어렵게 찾은 고양이를 끌어안고 전주로 내려왔는데


이미 비워놓은 집엔 아무것도 없었다.


(집을 팔거나 전세로 돌리려고 했지만 안 팔렸다.결국 3년 쯤 고생했다.)


이모가 날 신경쓰셔서 당장 아무것도 없는 집 말고 이모네 집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문제는 우리 이모는 동물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사람 사는 집에 털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몇번이나 거절했으나 계속되는 강권에 결국 이모네 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음날 바로 고양이 화장실을 위해 아무것도 없는 집으로 왔다.





당장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 가 벤토나이트 한 포대를 사 화장실 부터 만들어 주니


고양이는 참았던 용변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그리고 내 상황은 그다지 시원하지 못했다.



애초에 스페인에서 최소 1년은 있다 올 줄 알았지만 4개월만에 이사만 한 번 하고 돌아온 셈이었고


그나마도 집주인이 이삿날 보증금도 안주고 아침에 사라져 잠적해 버리는 탓에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집 열쇠를 들고 이사를 갔다.

(내가 살던 집의 큰 방에 본인이 살고 나는 작은 방에 사는 셈이었다. 거실과 부엌 화장실을 공유했는데 시시 때때로 불러대는 것은 물론 내가 없을 때 내 방에 맘대로 들어오는 바람에 기겁했던 적이 몇 번 있어 매우 불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안을 최우선 시 하던 집주인은 내가 집 열쇠를 갖고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나는 겨우겨우 연락이 닿은 집주인이 일이 있어 바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과

(그게 보증금과 무슨 상관인지..)


변기탱크에서 물이 튀던데 그걸 내가 부쉈으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얘길 들어야 했다.


나는 도착한 날 부터 그랬는데 무슨 소리냐. 그럼 나랑 있을 때 얘기하지 말도안되는 소리 마라.


결정적으로 '나 경찰서 가게 만들지 말아라.'라고 해야 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구질구질하게 싸운 후에야 나는 비오는 날 직접 걸어가서 남자친구와 있는 집주인에게 꼬깃꼬깃한 현금을 받을 수 있었다.


굳이 세어보라고 해서 그 앞에서 세어보고는


질린 마음으로


다 끝난거죠? 맞죠? 하고 몇번이나 되 물었었다.


난 그렇게 이사간 새 집에서 프랑스, 스페인 커플이 집주인으로 있고


셰퍼트를 키우는 옆방 사람과 꽤나 오래 보게 될 줄 알았으나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두 달 만에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그렇게 돌아온 전주는 분명히 고향이었지만 이제는 낯설어진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느낌을 뭐라고 설명 할 수 없었는데


그 순간 나는 '서울로 가야겠다.'라고 마음 먹게 된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서울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이다.


하나 웃긴 점은, 그 전까지는 


"나는 서울처럼 복잡한 곳은 딱 질색이야. 중소도시가 좋아."


라고 입버릇 처럼 말했었다는 것이었다.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나도 어이없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그렇게 난 전주에서의 남은 삶을 정리하고


두달만에 또 서울로 이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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