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순간'을 선물하세요.
사람들은 극적인 상황을 선호한다. 드라마 속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환호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짜인 각본의 드라마처럼 완벽할 순 없지만 저마다 극적인 상황에 대한 로망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원하는 시험의 합격, 첫키스, 스카이다이빙, 프러포즈, 동경하는 스타와의 만남, 로또 일등 당첨, 그 밖의 버킷리스트 실행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이런 극적인 상황들은 일상생활에서 매번 접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래서 극적인 상황을 더 특별하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극적인 상황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신의 하루하루가 ctrl+C, ctrl+V처럼 복붙과 같아서 그날이 그날같은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순간의 힘>의 저자 칩 히스/댄 히스 형제는 책 속에서 그 해결책을 4가지(고양, 통찰, 긍지, 교감)로 친절하게 정리해준다.
고양, 그대에게 찰나의 기쁨을 전할 수만 있다면.
크리스 헌의 가족은 리츠칼튼에서 휴가를 보낸다. 불행히도 그곳에 아들에게 소중한 기린인형 조시를 두고 오게 되는데, 그 사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아들에게 크리스는 조시가 더 긴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다행히 호텔 직원이 인형을 찾아서 집으로 보내주는데 택배에는 조시뿐만 아니라 사진첩 한 권이 같이 들어있다. 사진첩은 조시가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 골프 카트를 몰고 있는 모습 등 정말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고 온 듯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크리스 가족은 이에 감동을 받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이 이야기는 유명세를 타게 된다.
각본 깨트리기는 단순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리츠칼튼 호텔이 조시의 사진첩을 만든 이유는 그들의 탁월한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길 바랐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친절을 베푼 것이 아니란 얘기다. <순간의 힘>, p.89
비록 의도된 친절이었을지라도 이 일은 크리스 헌의 가족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리츠호텔을 애정 하는 단골고객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더불어 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에게도 리츠호텔은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게 될 것이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장소로 여겨질 것이다.
나는 대학생 때 교생실습을 나갔다 왔는데 한 달의 실습기간이 끝나는 날, 반 아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 모두에게 작은 손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밤새도록 학생 한 명, 한 명과의 이야기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지만 편지를 받고 감동받은 아이들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절정을 창조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나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 절정을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지만, 일단 결과가 나오고 나면 그동안 투자한 모든 노력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p80,81
통찰, 말할수록 듣지 않는 청개구리 심보
우리는 타인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접 말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사실 효과가 크지 않다.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잔소리'나 '뻔한 이야기를 하는 성가신 사람'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힘>에서는 직접 말하는 방법보다는 상대방이 진실에 걸려 넘어지게 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CLTS(지역공동체주도 통합위생개선 프로그램)는 야외 배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전 세계 수많은 인구가 화장실이 없어 야외에서 용변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건강과 위생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단순히 변소를 보급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진행자는 시종일관 자신의 의견이나 주민들에게 충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냉정하고 중립적인 질문만을 던질 뿐이다. 그리고는 교묘하게 유도하여 스스로 진실을 깨우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진실을 깨닫게 말이다. 다리 6개를 가지고 있는 파리가 사람의 배설물과 음식을 옮겨 다닌다. 마치 꽃의 암술과 수술을 오가며 식물의 번식을 돕는 꿀벌처럼. 파리 덕분에? 주민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것을(ㅠㅠ) 주민들은 두 눈으로 직접 여과 없이 보게 된다. 이 방법으로 방글라데시 야외 배변 비율이 34퍼센트에서 1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정확한 내용은 <순간의 힘> p.119~122 참고)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당사자가 진실과 직접 마주하게 하는 것, 그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는 듯하다.
긍지, 나는 당신의 능력을 믿어요.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합당한 인정과 칭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습관의 힘>, p.168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갈망한다. 성장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하는 것과는 또 다른 욕구인 듯하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축구감독 눈에 띄어 스카우트된 유명한 축구선수 이야기나 거리공연을 하는 모습이 기획사대표 눈에 들어와 캐스팅되는 이야기까지, 한 분야의 전문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영광? 일 뿐만 아니라 몰랐던 나의 재능을 발견하는 행운까지 얻게 된다. 인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이런 기회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스스로 긍지를 높일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p.182~188 참고)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말고 인간성을 가미하라. 칭찬 빈도는 잦을수록 좋다. 1년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씩 사람들을 치하하라. 그리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순간의 힘>, p.174
수업을 하다 보면 학습내용을 어려워하고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일수록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것을 볼 수 있다.(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그때 나는 단순히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뻔한 말을 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려고 한다. 스스로 해결하는 문제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은 자신감이 뿜뿜인 모습을 보인다. 그때 한마디만 건네주면 된다. '너도 하니깐 되잖아?'
그럼 스스로에게 긍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순간의 힘>에서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이정표를 만들고 필요하면 그 개수를 늘리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영어의 필요성에 의해서 또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영어 공부하기’라는 목표가 있다고 하자.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영단어 외우기, 영단어 외우기, 영단어 외우기... 그래서 성공할 확률은? 우선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만 쌓여간다. 저자는 게임에서 레벨업하는 방법을 사용해 단계별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이정표를 만들라고 한다.
이정표는 우리가 결승점에 도달하게 한다. 이정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에게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오기를 이끌어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거의 예외 없이 발견되는 공통점은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순간의 힘>, p.199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존감'이라는 것은 이런 도전 극복의 경험이 쌓이면서 더 단단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교감, 우리는 같은 것을 느끼며 견고해진다.
썸을 타고 있는 사람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등산과 귀신의 집 같은 다소 험난한? 체험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나의 경우에는 극기훈련과 같았던 교생실습을 함께한 친구와 사이가 돈독해진 것과 소개팅남과 첫 만남에서 길에서 쓰러진 여학생을 도와주면서 친밀감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책에는 용기 있는 순간은 연습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는 내용도 나오는데, 이 남자분의 경우는 이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은 망설임 없이 그 여학생을 도왔다.) 이런 극적인 순간 이외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보이며 친밀감을 나타내고 상대방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을 다져 나갈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우리는 그저 실행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당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소중한 고객에게 어떤 극적인 순간을 선물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