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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09. 2020

디저트가 있는 시간

싸롱같은 디저트 공간을 꿈꾸며


싸롱 같은 디저트 공간을 꿈꾸며

송복련

나는 디저트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 긴 코스요리를 다 먹을 재간이 없을 뿐 아니라 취향은 아는 만큼 즐기는 것이라 여긴다. 어쩌면 낯선 여행지를 찾듯 새로운 호기심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연남동의 듀윗을 찾은 것도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 에서 공부를 한 셰프가 디저트를 만든다는 소문 하나만 가지고 길을 나섰다. 프랑스 풍의 정통 디저트를 기대하며 홍대역에 내렸다.

 젊은이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길을 잃었다. 동생과 한참 헤매다가 친절한 학생에게 도움을 청한 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새롭게 조성된 경의선 철도공원 근처, 카페거리에서 만난 ‘듀윗’이라는 상호가 반가웠다. 조금 들떠서 올려다 본 이층 창에는 커튼이 예쁘게 드리워졌다.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듯 계단을 올랐다.  

두 개의 푸른 리본이 출입문을 장식한다. 세계적인 맛집을 알리는 미슐랭가이드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든 ‘블루 리본 서베이’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올라간 집이라는 걸 알린다. 기대가 된다. 오늘 하루 동생과 멋진 프랑스 분위기에 젖어보는 거다. 

마주 보이는 곳에는 금빛 테두리의 거울과 전구들이 길게 늘어졌다. 흰색의 태이블 너머 귀여운 레이스 커튼은 허리가 잘록하고 바닥은 모자이크 문양이다. 파리의 어느 찻집을 찾은 듯하다. 프랑스의 싸롱 문화를 특히 좋아하는 터라 이런 곳에서 문학을 이야기 하며 작가들과 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맛보는 일이 일상이 된다면 너무 격조 높은 취향일까. 아기자기한 소품들에게 잠시 눈이 홀렸다가 차와 디저트를 골랐다.

마카롱과 티라미수, 그랑누아, 갸또 오 쇼콜라 등 디저트들이 진열된 창에서 하얀 컵처럼 생긴 ‘샤또 블랑’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리고 ‘까눌레’를 추천 받았다. 프랑스에서 만든 동으로 된 틀로 구운 것이라고 한다. 굽는 용기에 따라 다른 식감을 고려한 셰프의 정성을 엿보게 한다.

다음은 차를 고르는 차례다. 진열된 작은 병에서 차향을 맡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한 차를 선택했다. 우리에게 비엔나 커피로 알려진 ‘아인슈페너’를 선택했다. 아메리카노 위에 부드러운 크림이 올라가는 음료인데 우리에겐 ‘비엔나 커피’로 더 많이 불린다. 유명한 학림다방이 떠올랐다. 오늘은 흰 색에 꽂힌 건가. 커피와 하얀 생크림으로 선명하게 나누어진 사진은 매력적이었다. 맛보다 시각에 기울어지고 스토리에 쏠리는 걸 보면 미식가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명소가 된 학림다방의 나무계단을 오를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1956년에 생겼다는 이곳을 아지트처럼 드나들던 나혜석의 흔적을 만날 것 같기도 했고 그 시절 쟁쟁하던 작가들의 이야기라도 듣지 않을까 싶었다. 음악을 신청하면 레코드 판을 틀어주던 그곳은 5대째 이어가는 곳이다. 디저트와 차들이 아무리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음식과 장소에도 고전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살아남는 거다. 

 원래 비엔나 커피는 오스트리아의 커피 음료라고 한다. 크림을 올린 커피로 비엔나 커피, 또는 독일어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라는 뜻의 "아인슈페너"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추위를 이기고자 크림과 설탕을 얹은 커피를 마신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디저트 위에 장미 꽃잎 한 장에는 이슬이 몇 방울 묻어 있다. 만든이가 보내는 마음이 전해온다. 포크로 하얀 크림을 자르니 딸기로즈 무스와 마스카포네 크림이 들어가 층층이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답답한 도시에 숨쉴 수 있는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시원하게 트여 끝까지 걸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오가며 더러 앉아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풍경을 감상하면서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곳이다. 옛 철길이 부활해서 우리들을 또 다른 추억의 거리로 데려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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