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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an 10. 2022

브로커로 살아간 6개월(추억의 한 자락)

내 남자 이야기 (63)

브로커들의 삶. 그들은 매일 쳇바퀴 돌듯 맴돌았다.


그들은 ㅇㅇ 다방이나 ㅇㅇ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맥심 커피 한 잔 가격은 1500원, 그러나 꼬박꼬박 마담 것까지 계산하면서 테이블당 추가로 2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담배를 빨아대는 브로커들 때문에 다방은 자욱한 연기로 안개성을 이루었다. 순환되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생긴 불문율 같은 것. 마담에게 커피 값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과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었다.


브로커들은 오전부터 자리에 앉아 커피 값을 지불하고 12시부터 점심시간을 피해 자리를 비웠다가 오후에 다시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고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다 돼서야 다방을 나왔다.


점심식사는 을지로 입구 주변에 위치한 분식집을 전전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천막으로 만든 '열차식당', 그곳은 라면 한 그릇 1500원, 김밥 한 줄 1000원이었다.


브로커들은 오후 6시가 지나면서 퇴근하듯 다방을 빠져나와 선술집을 찾아 나섰다. 하루종일 마신 담배 연기를 씻어내듯 거리를 걸으며 싼술을 마실 곳을 찾아 나섰다. 그들이 주로 가는 곳은 종로 낙원상가의 지하 시장.

 김치 부침 한 장 1500원, 막걸리 한 병 1000원. 그리고 1층 시장 입구에서 파는 시래기 해장국 500원. 골목과 길거리에 주욱 늘어선 포장마차의 잔술. 그나마 뜨끈한 안주에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은 형편이 좋은 날이었다.


정말 주머니가 비어 있는 날에는 을지로 인쇄 골목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찐계란 한 개를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비우기도 했다.


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돈이 없는 일명 '걸뱅이 브로카' 신세가 된 날은 고층 빌딩 옆 공원 벤치에 앉아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어디선가 모여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덩그러니 하늘을 쳐다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을지로 쁘렝땅 백화점 1층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한숨짓고 있었다. 안 물어봐도 척!! 이들은 브로커들이다. 온 시내에 서성대던 브로커들이 다 모여든 것처럼 장사진을 이루었다.


요즘 사람들은 을지로에 있던 쁘렝땅백화점이나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을 알까?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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