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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06. 2024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나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얼마 전 친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후배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단 한 명만이라도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아이는 올바른 삶을 살아갈 거야"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나름 문제성을 가진 한 남학생이 떠올랐습니다.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아는 상식적인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어렵다'라고 툭 내뱉는 언행에 가끔 '요 녀석이 딴지를 거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워낙 많이 상대해 본 경험 덕분에 쉽게 화가 치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칠 때는 속에서 열이 확~ 올라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 남학생의 태도와 언행을 보면서 무엇이 이 아이의 진짜 마음일까? 속마음에서 제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확~! 포기해 버릴까?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신뢰와 믿음을 주는 것이고 너를 믿고 있다고 지지해 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벌새'(1994)의 주인공 은희는 가정에서 부모님의 무관심은 물론 오빠로부터 당하는 폭력에 시달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언어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정서적인 아픔과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죠. 그러다 한문 학원 영지 선생님을 만나고 은희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은희의 어두운 인생에 한줄기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지 선생님은 은희와의 첫 만남에서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을 칠판에 적으며 말합니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영화 '벌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대놓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실, 나 살기 바빠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오늘날, 과연 상대방의 속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예전과 달라진 오늘날, 화려함과 돈이 만능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사람을 겉모양으로만 바라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정말 많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학생들을 대하면서 혹여나 그런 사람이 될까 늘 저를 돌아보고 있지만 저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성질이 올라오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마음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말해준 영지 선생은 

은희에게 힘이 되어 주었고 세상을 더욱 환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었듯이 저 역시 학생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마음을 알고 대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부부지간에도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은 통합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한 이불을 덮고 살아도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녹이며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진실한 대화가 늘 필요합니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와 강남 마담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 씨의 경우에도 아내 전혜진 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선균은 애처가의 모습을 보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기 때문에 이선균과 전혜진 부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대표 잉꼬부부로 자리매김해 왔었죠.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전 국민은 물론 아내 전혜진 씨가 받았을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살아도 이렇게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알기란 힘이 듭니다. 만약 이선균 씨가 자신의 속마음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미연에 싹을 잘라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몰랐기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 아무튼 이선균 씨의 사건이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라면 더더욱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내 주변, 내 가족을 한 번씩 돌아보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해 보는 하루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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