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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31. 2024

성 엄숙주의는 이제 그만

남녀 모두 평등한 정조대가 우리의 이상인가?

얼마 전 민주당 후보가 화성 묘소를 '여성의 젖가슴'에 비유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데 필자의 생각은 초큼 다름


페미 피씨들이 종래 진보좌파의 성해방을 (말없이) 철회하고 남성들의 문란한(?) 성의식을 주공으로 삼은 이래 남녀 간의 젠더전쟁은 서로 간의 성 개방성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진행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들'도 여성들의 알페스를 공격하며 재미를 많이 보았고 말이지.

문제는, 이렇게 서로의 성욕을 주 표적 삼는 전투방식이 끝없이 이어지며 결국 양 측 모두가 더 성 억압적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4 사분면 전통보수주의 아해들은 이것이 옳은 엔딩이었다고, 우리는 신 앞에서 모두 성욕을 억누르고 금욕해야만 한다고 주장할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아름다웠다고 하는 '전통사회'가 지금만큼 성에 있어 금기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사 이래 이렇게 성, 섹스에 금기적이고 닫혀있던 시대가 있었던가? 조선시대나 중세 가톨릭시대를 살아가던 인간들에게 타임머신을 이용해 지금 시대로의 여행을 제공하면, 그들은 돌아가서 어떤 감상평을 남기게 될까? 성에 대해 너무 개방적이라 적응이 안 된다 할까? 아니면 성에 대해 지나치게 금욕적이라 아무도 남녀합일의 이치를 행하려 하지 않는, 그래서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모두가 성직자인 끔찍한 시대라고 절망하게 될까?



여성의 젖가슴 내지 우뚝 솟은 남근과 같은 표현은 과거의 문학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던 표현이었다.(산악 지명중에는 아예 '남근봉'이라는 명칭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 그러한 표현들이 너무 천박하고 음란하다며 폐기해야만 하는 그런 시대가 도래하였는데 정말이지 마광수 교수님께서 지하에서 통탄하실 일이다.




엊그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매불쇼에서 권윤지 후보가 자위행위나 포르노, 성매매들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던 건 이런 맥락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페미니즘을 때려 부수는 정도를 넘어, 그렇게 페미니즘을 때리며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적어도 '남녀 모두 평등한 너도나도 정조대'의 성 엄숙주의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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