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성 리더십

여성 리더십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필요한 주제이다라고 공감하기보다는 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리더십이란 어떤 역할을 한다는 뜻이니 여성 리더를 위한 리더십이 따로 있고, 남성 리더를 위한 리더십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일한 것이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덕목과 스킬을 개발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식의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여성은 남성과는 다르니 여성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 이론과 모델을 연구한다면 여성 리더십이라고 할 만하고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체의 특성이나 강점에 집중하는 주장은 흔히 있으니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여성의 특성과 강점을 토대로 남성과 비교되는 차별적 가치를 제시하는 여성 리더십 관점을 지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성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으로 흐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고, 직장에서 여성 관리와 리더의 비율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는 추세여서 여성 리더십 모델에 대한 수요는 늘 있어서 리더십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계속 무시할 수 만을 없는 주제였다. 그러다가 실질적인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는 책을 2권 만나게 되었다. 여성 리더십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필독을 권하고 싶은 강렬하고도 설득력이 있는 책이다.


한 권은 이은형과 유재경이 공저한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여성 리더십에 대한 지식은 여성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개론적 정의가 아니었다. 그런 것은 없다. 여성 리더십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정의를 내리고 설명하는 책이나 논문이 있다면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이은형과 유재경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 리더에 대한 보편적이고 차별적인 선입견에 대해서 신랄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토대로 비판하였는데 그것은 나에게도 적용되는 지적이었다.


다른 한 권은 성경 역사학자 베스 앨리슨 바가 저술한 「처치 걸」이다. 기독교에는 남성과 여성의 위계를 구분하는 고유한 신학적 관점과 체계가 있다. 역사학자들의 시야는 참으로 넓으면서도 촘촘하다. 바는 성경 역사학자답게 일반인들이라면 접하기 어려운 오래전 문헌들과 인물들과 그 시대적 특성을 광범위하게 고증하고 비교하면서 기독교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여성의 설교권을 인정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이 오히려 성경적이지 않음을 비판한다. 


소개한 두 권의 책에서 내가 여성 리더십에 대해 배운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 리더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 리더로서 더 적합하고 우월하다는 차별적이고 왜곡된 세계관을 극복하는 일이다. 두 권의 저자들은 여성들에게 리더로서 기여할 것을 격려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당한 편견과 권력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해서 교육을 해야 한다면, 여성이 어떻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여전히 우리 안에 어떤 왜곡된 관점과 선입견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자기인식을 높이고, 이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리더로서 기여하기 위해 나아갈 것인가를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리더십은 동일하다. 여성 특유의 강점을 살리는 리더십 모델 따위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 23년 여름의 추억 하나, 양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