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깊은 연결
순수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변화
송년모임에서 올해가 어떠했는지 한 문장 또는 한 단어로 말해 보라고 요청이 있었다. 누구는 길게 이야기했고, ‘전환’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고, 누구는 순식간에 지났다며 ‘순삭’이라고 했다. 나는 ‘터널의 끝’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격려의 언어로 함께 해주었고 힘내라며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다.
인간애에 대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해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여덟 살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의 경험, 비를 피해 건물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서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을 때 문득 깨달았던 어린 시절의 깨달음을 소개한다. 자기의 팔과 종아리가 젖어드는 것을 느끼던 순간, 옆에 있는 사람들도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다는 사실을 느꼈던 경이로움을 기억했다. 그녀는 거울을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고 회상했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 네 번째 원칙,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Be genuinely interested in other people)”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이 원칙은 단순히 예의 바른 행동을 넘어서, 타인의 삶, 감정, 그리고 욕구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관계를 형성하고, 조직과 경영의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 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기가 힘들며, 인간의 모든 실패는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다.”라고 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공감하도록 창조된 인간
뇌과학에서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관찰하고 동일시하게 하는 신경학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본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지아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와 그의 연구팀은 원숭이의 전두엽에 위치한 운동 피질(Motor Cortex)을 연구하다가 원숭이가 특정 동작(예: 물건을 잡는 행동)을 수행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이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을 관찰하기만 해도 동일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신경세포는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관찰할 때,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행동을 수행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활성화되기에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거울 뉴런 덕분에 우리는 타인 행동의 목적이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모방하고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울처럼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더 깊은 연결과 공감을 이룰 수 있다. 누군가 손을 다친 모습을 볼 때, 내 몸도 움츠러드는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공감에서 시작되는 비즈니스 혁신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개인부터 조직, 사회 전반에 걸쳐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절실히 요구된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 씽킹은 단순히 문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중심의 사고와 창의적 접근을 통해 실제로 작동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이 방법론은 공감하기(Emphasize), 문제 정의하기(Define), 아이디어 내기(Ideate), 모델 만들기(Prototype), 실험(Test)의 5단계로 구성된다.
공유 모빌리티(car-sharing) 산업을 선도하며, 전통적인 자동차 소유 방식을 대체하는 혁신적 모델을 제시한 쏘카의 성공은 디자인 씽킹의 원칙을 충실히 적용한 결과다. 공감하기 단계에서 자동차 소유의 경제적 부담과 대중교통의 한계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만 차량을 이용하고 싶다는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했다. 문제 정의하기 단계에서는 ‘소유 없이 차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설정했다. 이어서 앱 기반 예약, 시간 단위 요금제, 지역별 차량 배치를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프로토타입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테스트했다. 이후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최적화한 쏘카는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며 공유 경제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다른 사람에게 순수한 관심을 보여주는 방법
다른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은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러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래의 단계를 따라 실천해 보면 좋겠다.
첫째, 마음가짐 준비이다. 상대방을 목적이 아닌 존재로 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시작이다. ‘이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기회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둘째, 공감적 경청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자. 이때 내가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랬군요”와 같은 짧은 반응을 할 수 있고, "그 상황에서 정말 힘들었겠어요."와 같이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에 공감을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작은 실천으로 시작하기이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자주 불러주면 좋다. 이는 그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상대방이 잘한 점이나 노력한 점을 언급하며 칭찬하고 감사하는 일도 작은 관심을 표현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옆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먼저 도와주는 친절도 환영받는 행동이다.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순수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인간의 행위 동기를 바라보는 심리적 이기주의(Psychological Egoism) 관점에서 비롯된다. 심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인간 행동이 궁극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친절하게 대하였다면 이는 이익이 되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자신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이다.
동기의 순수성을 공격하는 이러한 비판은 일면 동의가 되는 면이 있겠으나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행위가 자기 이익을 포함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관심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관심을 가지는 행동은 자기만족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동시에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행위가 전적으로 순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은 단순히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돕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깊은 인간성을 경험하게 된다.
내 관심이 환영받을까?
타인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관계를 시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내 관심이 상대방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할 수 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고, 자신이 충분히 매력적이거나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두려움은 본능적인 생존 메커니즘의 일부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란 걸 기억하자. 두려움을 부정하지 말고, 이 감정은 내게 중요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으로 수용하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 줄 때 기뻐한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라는 작은 질문도 상대방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순수한 관심은 단순한 행동을 넘어, 인간을 연결하고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성장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내가 주는 관심이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Become genuinely interested in other people.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
데일카네기 인간관계원칙 4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