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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elo Jun 22. 2021

중국인에게 얻을 수 없는 것?

분명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알고 지내는 한국인 친구가 거의 없다시피 살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오랜만에 옛 한국인 지인들을 만났다.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놀기 위해서 모였던 사람들이라 함께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아주 가끔 연락하며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근황 이야기와 사소한 생각들을 나누는데 그저 편안했다.

Photo by Takeshibeef

중국에서 괜한 한국인 프라이드로 어깨에 힘 딱 주고 살아가는 중국어 못하는 한국인을 혐오하고,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를 이용하려는(?) 듯한 한국인 교민들로부터 진절머리가 났던 어떠한 계기가 있은 이후로는 한국어로 편하게 수다를 떨고 싶어도 굳이 한국인을 찾지 않았다. 중국인 친구들이 소개해준다는 한국인 친구에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평소에도 굳이 한국 음식점을 찾는 스타일도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와 그들의 정보 없이 마치 반중국인처럼 철저히 현지화되어 중국인만 만나며 살아왔다.


문득 다시 떠올려보는 친구의 의미. 멀리 떨어져있어도 가끔 혹은 자주 연락하고, 오래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갑자기 전화나 메시지로 도움이 필요할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찐친. 사람에 대한 맺고 끊음이 너무나도 정확한 내 성격 때문에 중국에서 지낸 5년 동안 '지금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수도 없이 바뀌어왔다. 중국인 친구 대부분이 나에게 친절하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국인 찐친만큼의 편안함을 최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사실 없지만 무언가 나에게 바라는 느낌이 드는 것. 내가 삐딱하고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항상 상대방을 의심한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까지는 아니고 대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해서 혹은 나가 놀고 싶은데 혼자 놀기에는 외롭고 같이 놀 사람이 필요해만 나를 찾는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보고 싶어서 연락하는 친구가 솔직히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최근 자주 들어서 외로웠다. 물론 아주 가끔 뜬금없이 단순히 안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 반갑게 맞아줄 중국인 친구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소수. 그냥 '뭐해?' '어떻게 지내?' 라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일은 나에게 아직도 너무 귀찮은 일이다.


중국인 여자 사람 친구들은 솔직히 재미가 없고... 남자 사람 친구들 중 몇몇은 나를 빡치게 한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너는 중국인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어

살아온 배경과 문화 차이가 있으니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서로 그렇게 자주 만나서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가 이 말을 했을 때, 나는 배신감을 느껴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울어버렸다. 그도 이후에 미안했는지 계속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내가 오해한 것이라며 나를 달랬다. 남성우월주의와 대국주의적인 발언을 일삼는 그 동북 친구에게 매번 대놓고 뭐라고 하면서 티격태격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다고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이 말을 뱉은 이후로 나는 심적으로 그와의 거리가 이전보다는 멀어지게 되었다.


변기에 앉으니 내 생각나서 메시지 보낸거지?

이건 또 다른 친구와의 이야기. 오랜만에 만나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별일없다고 했더니 그가 몇일 전 자기에게 안부를 묻길래 그럴 것 같았다고. 물론 그와 엄청나게 절친해서 시도때도 없이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이가 아니기는 하다. 이전에 만나서 놀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줬고 한동안 장난 아닌 장난으로 사귀자고 거들먹거리기까지 해서 단칼에 거절했지만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어서 그저 먼저 가볍게 손을 내민 인사나 다름없는 메시지였다. 그런 메시지를 보고 심심하니까 자기 생각이 났냐는 이야기에 나는 그냥 어이가 없었다. 원래 농담이 엄청 심한 스타일의 친구이긴 하지만 기분이 나빠서 이후에 별일이 없으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게 되더라.


상하이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나를 '필요'에 의해서 찾는다는 생각이 너무 들어서 먼저 누가 부를 때까지 딱히 먼저 연락도 하지 않는다. 나도 필요에 의해서만 친구들을 집에서 꺼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고, 이 때문에 어떤 친구들에게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게 되기도. 몇몇은 불렀을 때 당장 뛰쳐나올만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나는 아주 쓸모없는 밀당을 하는 것만 같다. 재능이 있고 배울 게 많아서 함께하면 즐거운 이들이 많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품은 한국인들보다 부족하다.


이전에 약속을 할 때 미리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국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주 당연하지만 살짝 피곤하다고 느낀 시점이 있었다. 자유분방하고 기분 내키는대로 만나자고 하는 중국인 친구들이 오히려 더 쿨하고 재미있다고 여기던 어리석은 시절이 잠깐 있었다. 요즘은 아무래도 시간관념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나조차도 먼저 확인하지 않는다. 조금 친하게 지내보고 싶지만 아직은 서먹한 한 친구와 몇 일에 만나자고 얘기해놓고, 비가 오길래 그냥 자동 취소겠거니 하고 나조차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왜 이런 무의미한 예의없고 쓰잘데기 없는 걱정과 줄다리기를 해야하는지 중국인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기 참 쉽지가 않다.


이렇게 이 곳이 싫어질 때 즈음, 한국에서 리프레쉬 후 다시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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