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등 동창은 친정엄마의 암진단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으로
몇달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자신의 인생에서 너무나 큰 힘과 의지가 되었기에
한번도 자신을 떠날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
못먹고 못자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내색은 안했지만 친구가 내심 부러웠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구나 싶고
어떤 일이 있어도 다 받아주셨던 엄마라니...
상상만 해도 좋을 일이다.
어린 시절...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궁금해하는 가족은 없었다.
상을 받아도, 성적이 올라도
칭찬을 하거나 신경쓰는 가족이 없었다.
딱 하나, 돈을 벌어오는 것에는 반응이 달랐기에
충실하게 가장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느끼곤 했다.
젊은 시절,
연애를 하면서 사랑받는구나 싶은 때가 있었다.
이제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겠구나 싶었지만
결혼생활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랑을 받지 못한 두 사람이 만났으니
누군가를 크게 품어줄 수 없었던 걸까.
지난 시절 감정들은 착각이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결국 서로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고 헤어졌다.
최근에 승진을 했다.
그리고 상도 받았다.
그런 날도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보냈다.
큰아이 수능성적이 나와
학교를 정하면서 며칠 고심이 많았다.
둘째 교육 때문에도 머리가 한동안 아팠다.
하지만 아무말 없이 하루를 보냈다.
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살아야 하니까
어울려 살아나가야 하니까
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가끔 만나도 적당한 공통 관심거리를 꺼내 얘기할 뿐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는 걸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본인 말을 하기 바쁘다.
그런 사람들에게 굳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하지 않게 된다.
힘든 일, 좋은 일, 아픈 일, 기쁜 일.. 그런 일상의 이야기를
같이 공감하고 느끼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잘 살고 있는지 잘 챙겨먹는지 걱정해주는 엄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 때마다 마음만으로라도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일로 고민이 많을 때 함께 나눌 수 있는 배우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 하나,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런 존재가 있다면
내 삶은 많이 달라졌을까?
친구와 오랜 대화 끝에.. 친구가 건넨 말 한마디
"너는 꼭 우리 엄마같은 엄마구나.."
못다한 사랑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주면서 대리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를 만나고 온 후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이들 삶이 무너지면 안되니까..
적당하게 도와주며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하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슬프거나 아픈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애써도 가질 수 없는 것들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잘 흘려보내야 한다.
오늘은 큰 아이 보러 서울을 갈 예정이다.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어제 대량으로 만들어
소분해서 담고 치즈까지 뿌려서 냉동해두었다.
필요한 물건 몇개 더 챙겨서..
숙소 청소 해주고 빨래도 몇번 해주고 내려와야겠다.
서울로 보낸지 벌써 한달이다
정시특강으로 체력적으로 고되면서도
열심히 하는 딸이 대견하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좋은 경험이 되었길 바란다.
올해도 그렇게 잘 보내고
새해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