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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기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보자..

by 하루한끼

나를 알아간다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드라마,

좋아하는 여행지,

노래방에서 항상 부르는 노래,

카페에서 항상 주문하는 음료,

자주 구입하는 옷 스타일과 색상,

갖고 깊은 가방 등등


아이 낳고 직장 다니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가족들 취향은 훤히 다 알고 있는데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기억이 안 나고 잘 모르겠는 때가 종종 있었다.


자신을 위한 삶.. 첫걸음이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나의 트라우마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무엇인지

중년이 되어 주위에 남은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언제 회피를 하고 언제 주체적으로 결정을 했는지

이 모든 것은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사색을 통해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듯하다.


오늘은 공가를 내고

집 근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검진 지원비가 있어 공단검진 이외에 초음파와 피검사를 추가했고 수면내시경도 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공부할 때 위경련으로 응급실도 두 번이나 갔고

이혼 무렵에는 담낭염, 담관염으로 약을 오래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둘째 학교 보내고

큰아이에게 보낼 택배 보내고

기본검사와 초음파 검사부터 받았다.

마취주사 맞고 수면내시경도 한 후

진료실에 들어가 몸속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식도염 소견이 있으나 식도 위 대체적으로 매우 깨끗하다고 한다.

혈압도 정상이고 경동맥도 괜찮고

간, 담낭이나 췌장 신장 염증소견도 없고

갑상선도 0.5센티 혹이 있지만 별 이상에 없다고 하셨다.


피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 정도 주의 깊게 봐야지 싶다.


병원을 나오면서 기분이 꽤 좋아졌다.

좋은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랄까.


언니가 좋아하는 달달한 카페모카 사들고

언니 가게에 들러 차 한잔 마시면서 검진결과에 대해 얘기했더니

언니가 예전보다 마음이 편해 보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바쁘긴 해도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실이라

언니 말에 끄덕거렸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먹고 싶은 걸 하나씩 골랐다.


가래떡 한팩, 참깨컵라면, 표고버섯, 마늘, 생크림, 포도주 한병 소박하게 담았다.


아들이 스파게티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에 마늘 듬뿍 생크림 넣어 크림스파게티 만들어

나는 포도주와 함께 곁들여 먹었다.


술을 잘 안 먹는데

한 번씩 기분 좋은 날은 한잔 정도 마신다.


내가 주로 구입하는 건

마트마다 대표 포도주.. 저렴이로 구입한다.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포도주를 잘 몰라서

보통 카베르네 쇼비뇽이라 적힌 것 중

젤 저렴한 걸로 구입한다.


오늘은 모 대형마트에서 한 병에 4900원 주고 구입했다.


컵라면 중에서는 참깨컵라면을 제일 좋아한다.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먹는데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리면

면이 부들부들해진다.

소화력이 그리 좋지 못해선지 이렇게 먹으면 속도 괜찮다.


떡볶이는 로제 짜장 크림 카레 등등 새로운 소스보다

고추장과 설탕 대파 듬뿍 들어간 걸 좋아하고

어묵과 삶은 계란은 꼭 넣는다.


밀떡보다 쫀뜩한 가래떡을 넣는 걸 좋아하는데

길쭉한 누들밀떡은 좋아하는 편이다.


내일 저녁으로 만들어 김자반 주먹밥과 함께

아들과 같이 먹을 계획이다.


일찍 저녁 먹고 살짝 알딸딸한 기운에

음악 들으며 이렇게 글을 쓰는 오늘 하루가

그런대로 괜찮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연말이 되어선지 지인들이 생각난다며 연락이 왔다.

그들과 함께 보낸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여전히 깊고 심각한 아픔이 가슴속에 박혀 있지만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내가 안고 가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무탈하게 별일 없이 편안하게 기분 좋게 보내기도 한다.


나를 점점 더 알아가다 보면

나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방법도 하나 둘 늘어나겠지.

남은 내 인생의 숙제이다.


틈틈이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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