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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May 30. 2022

낼모레 육십에 이벤트는 첨이라...

딸들의 이쁜 마음처럼 빛나는...

그날의 기억~

뜬금없는 선물이었다.

분명 둘째가 사고?를 치고 동시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어 반을 부담했을 셋째였으리라...

그렇다고 셋째가 맘이 부족한 건 아니다.

딸만 셋이고 보니 한 뱃속에서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첫째와 쌍둥이인 둘째와 셋째...

첫째는 그렇다 치고라도 둘째와 셋째의 다름은 늘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둘도 저런데 다른 사람들이야...' 하며 그저 서로의 다름을 웃어넘기는 여유는 두 딸들이 내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쌍둥이라 쓰고 콤비라 읽는다~

이곳도 코로나로 인해서 문을 닫는 곳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쇼핑몰 2층에 있던 유명 보석 샵의 지점이 문을 닫으며 '왕창 세일'을 했다.

나도 얼핏 봤었는데 그럼에도 비싼 가격에 들어가 볼 엄두는 못 내고 버릇처럼 지나가며 곁눈질을 했었다.

아마도 둘째 눈에도 반짝이는 보석들이 눈에 들어왔나 싶다.

기특하게도 엄마의 손에서 반짝일 것을 상상하면서...

둘째 말이 너무 이쁜데.. 꼭 엄마를 사주고 싶은데... 가격이 영 부담스러웠단다...

좀 낮은 가격의 이것저것을 껴 봤는데... 그럼에도 첨 눈이 갔던 것이 제일 낫더라나...

그래서 바로 짝꿍인 셋째에게 문자를 날렸다고... '이거 이쁘지? $OOOO이었는데 지금은 $OOO이래... 우리 반띵 해서 엄마 사주자'요렇게...

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단다...'오케이... 지금 (돈) 보냈어~'  

남편한테도 받지 못한 깜짝 이벤트~

그냥 쓰윽~~ 주고 싶진 않았나 보다.

둘째가 우리 셋(시어머니, 남편 그리고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물론 회사차를 가지고 있는 셋째가 운전기사로 같이 가는 거고...

둘째가 우리와 함께 꼭 가보고 싶었다는 곳은  차로 한 시간도 더 달려간...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중앙에 위치한 winery였다.

이곳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포도밭이 있고 그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 농장이 있고 더불어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딸려있는... 농장 옆으로는 숙박을 할 수 있는 작은 원룸식의 방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와서 며칠 있었도 좋겠다 싶었다.

밤 잠을 설쳤단다...

함께 와이너리를 가기로 한 날~ 

30분 거리에 사는 두 딸들이 조르르 왔다~

나는 그냥 점심을 멀리~ 가서 먹자고 하는 줄 알았기에^*^ 그래도 레스토랑이라고 하니까... 화장도 좀 하고 포장도 뜯지 않고 한 구석에 두었던 한국 이마트에서 반짝 세일한다고 해서 사 온 백까지 챙겨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함박웃음을 머금고 집안으로 들어온 딸들은....

"엄마~~~ 열어봐 ^*^" 하며 불쑥 내밀었다.

쇼핑백에서 포장된 상자를 꺼내고... 포장을 뜯으니 또 박스가 나오고... 박스를 여니까... 또 고급스러운 케이스가 있고... 그 뚜껑을 열자~ 내가 눈여겨봤었던 바로 그 반지가 눈부시게 있었다.

감정이 풍부하지 못한 나의 리액션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지나고 보니... 딸들이 실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왔던 우리 세대이기에 좋아도 "굿~" 별로여도 "굿~" 그리고 좀 섭섭해도 "굿!~" (글이라서 그렇지 사실 굿~이라는 한 단어에도 여러 감정이 묻어난다.)

너무 좋았는데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세일을 했다곤 해도 비싸지 않았을까? 이 비싼걸 내가 몇 번이나 낀다고? 애들이 힘들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들이 스쳐갔던 것 같다.

둘째가 말했다.

"엄마~ 나 어젯밤에 잠을 설쳤어~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까 설레어서~"

그 말에... 그냥 눈물이 핑~ 돌았었다.

주책맞을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지만....

그냥 그 맘이 이뻤다~

그냥... 이뻤다.

엄마가 좋아할걸 생각하고 잠까지 설쳤다는 그 맘이...

한마디 대꾸도 없이 지갑을 열었을 그 맘이...

엄마를 생각해서 고르고 또 골랐을 그 순간들이...

딸들의 반지 선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서프라이즈라며 반지를 선물로 내밀곤 했다.

큰딸이 처음 결혼하고 맞은 첫 내 생일에 불쑥 내밀기도 했고...

30주년 결혼 기념이라고 쌍둥이 딸들이 반짝이는 진주반지를 주기도 했고...

남편이 생일이면 목걸이며 반지며 팔지를 사 주기도 했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액세서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젠 좀 끼고 다니라고 닦달들을 하며 사서 준다.

내가 좋아하던 않든 간에 그냥 그 맘들이 이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번 두 딸들의 선물은 새롭다.

이 반지가 제일 비싸서냐고? 아니다.

선물을 어찌 값으로 따질까...

남편은 혼자 가서 사 주는 법은 없었다.

꼭 같이 가서 같이 고르고 끼워보고 걸어보고... 그리고 샀다.

그러다 보니... 그 가격에 놀라고... 집었다가 다시 놓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그냥 적당한 가격의 것을 좋다고 우기며 샀다.

그래서일까?

딸들의 선물은 좀 새로웠었다.

어쨌든 내가 열기까지 선물의 정체를 모르니까...


그럼에도 이번 두 딸들의 선물이 더 새롭다고 이렇게 몇 번을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선물을 준비한 딸이 밤잠까지 설쳐가며  더 설레 하는 그 마음...

옆에서 그런 둘째를 "으그... 애는 좀 설레발야~" 놀리듯 면박을 주면서도 자기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 하는 셋째의 그 마음을...

나는 다 읽어버렸기에... 눈물이 핑~ 돌도록 고마웠다.

"애구~ 앞으로 몇 년 모든 기념일은 이걸로 퉁칠게~~~" 했다.

(그럼에도 모든 기념일에 나는 여전히 포장을 뜯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밖에 내 속을 못 보여주는 내가 참 우습다. 그 저렴한 표현이라니...

그냥~ "딸들~ 고마워... 이렇게 엄마를 생각해 주다니... 너무 이쁘다 ^*^ 덕분에 엄마 손이 호사를 누리는구먼..." 하며 방방 떴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후에...

나는 두 딸들을 만나는 날이면 고이 모셔놨던 반지를 낀다.

그리고 자연스레 흘러내리지도 않은 머리를 쓸어 올린다...

'딸들... 봤지... 엄마손에 이 빛나는 반지를... 너희는 이 반지에 비할 수 없이 더 반짝이는 자랑스러운 엄마의 딸 들리란다...'라고 속으로 읊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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