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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May 15. 2022

아직도 낯선 뉴질랜드~

강산이 세 번 변해가고 있건만~

어제 가까운 지인들과 카페에서 모처럼 수다타임을 가졌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주춤했던 만남이었다.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코로나에 시달려서인지 매일 이 작은 도시에서 감염자가 천명을 웃돌고 있다지만 우리는 모두 무감각해져 버렸다.

점심 약속을 잡고 도착한 작은 카페엔 우리 말고도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키위 할머니? 들 일곱 명이 곱게 차려입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는 이번 만남에서 암묵적으로 한턱을 쏘기로 한 한 명이 ~ 모두의 메뉴를 챙기고 쪼르르 계산대로 가서 주문을 하고 한꺼번에 계산을 한다.
옆 테이블은 모두가 모일 때까지 수다수다 하시더만, 갑자기 한두 명씩 일어나서 각자 자기가 먹을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을 한다.

이곳에선 늘 있는 일이지만, 한 공간의 두 그룹의 문화 차이가 확연하게 달라 투명막을 느끼는 순간이다.

한쪽에선 영어로, 한쪽에선 한국어로... 그러니 더욱더~ 작은 공간의 두나라다.


우린 모일 때마다 누가 낼까 고민을 하지도,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차례를 지키며 대표가 되어 계산대로 가지만, 우리 중에 그때그때 형편이 어려운 벗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언젠가 카페를 하는 지인이....

단골로 오는 옆 건물의 사장 부부를 보며 말한다.

"저 집은 두 부부와 딸들이 모두 함께 일을 해... 근데 일 년 동안 한 번도 딸이 부모를 위해 돈을 내는 것도 못 봤고... 부모가 딸에게 커피 한잔을 사는 것을 못 봤어~

참 좋은 사람들인데... 참 우리랑은 많이 달라..."

그러더니...

"더 웃기는 게... 어떤 커플은 둘이 손을 잡고 쓰담 쓰담하고 들어와서... 음료수랑 커피를 각각 시키더니...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그냥 각자 내더라고... 그럴 거면 쓰담쓰담이나 하질 말지..."

우린 모두 웃고 말았다.

"참 달라요~~ 그쵸?!" 하면서...

요즘 속이 시끄럽다는 지인이... 이런저런 속사정을 풀어놓았다.

한참 맞장구를 치며 그 친구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참 이상하지~ 이제는 누구에게도 똑같이 갚아주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니면... 피하게 되더라고... 설령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면 뭐하겠어? 시간이 흐르면 다 빨강은 빨강으로 파랑은 파랑으로 그 속이 다 드러날 텐데...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그래서 병이 생길 지경이더라도... 그냥 머리 쓰지 말고 몸을 쓰며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 봐~"라고 엉뚱한 조언을 해주고 말았다.

나서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에겐 최선의 조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카톡이 요란하게 울렸다.

열어보니 여러 장의 사진이다.

몸을 써보랬더니... 집에 가서 바로 낙엽을 모두 쓸어 담았나 보다.

이 무성한 나무에서 떨어트린 나뭇잎이 아주 깨끗하게 사라졌으니 몸을 얼마나 쓴 걸까 싶다.

"동네에서 착한 시민상을 주겠네~ 수고하셩"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림을 그리는 사진을 보낸 지인에게 한 줄 더 보탰다.

"보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보셔~ 대작이 될듯함^*^ 시끄러운 맘은 고요한 호수가 될 듯~"

가을이다~

그럼 나도 모르게... '10월의 마지막 날은~~~' 하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린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메모지에 10월 X일이라고 적다가 '아차~~' 한다.

아직도 나에겐 낙엽이 물들고 가을의 쓸쓸함이 몰려오면 10월인가? 한다.

5월에 가을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의 몸은 한국을 기억하고 있구나~ 변하지 않았구나 싶다.

저녁노을을 머금은 앙상한 가지가 참 운치가 있다.

낯선 이방 땅인들 어떠리~ 같은 하늘이 있고 몇 월인지는 달라도 가을은 가을인 것을...

그냥 하염없이 벗이 보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음에 이는 허전함과 쓸쓸함이 몰려온다.

아직도 나는 가을을 타나보다. 부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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