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손주를 고발합니다 2탄
그럼에도 배신자 손주는...
할미 하우스는 할아버지 하우스가 되고...
콩글리쉬의 천국~
그것도 웃긴 것이... 나도 엄연히 손주가 하는 영어를 대충 알아듣고 대꾸를 해주고 있건만, 유독 나와 시어머니에겐 말도 안 되는-딴에는 한국어를 흉내 내는 듯한-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외계어를 사용해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면서도 할아버지한테는 엄마 아빠한테 하듯이 영어로 소통을 하려한다.
와~ 이건 뭐 이런 서러운 경우라니....
요 쥐방울 만한 녀석도 이미 나의 실력을 간파한 것이란 말인가?
요 녀석들이 정말??
멀찍이 혼자 앉아 있는 할아버지에게 굳이 쪼르르 쫓아가서 소꿉놀이를 한다.
탁구공을 서로 던지며 깔깔거리더니...
천으로 만든 컵받침이 피자라고 하며 "할아버지~ 피자!!! $&$&$&$&" 손자가 한번, 손녀가 한번...
아주 할아버지는 배가 터질 지경이고...
내가 "할미 Please~"해도 "할미도 주세요~"라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와~ 이건 뭐....
심통난 할미가... "할미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 했더니... "아이스크림"이라는 한마디에 놀던 것을 뒤로하고 쪼르르 할미를 따라온다.
와~ 뭐 이런 녀석들이 있을꼬!!!!
좌우간...
먹을 것을 챙겨줄 때만 할미다.
할아버지의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인마트에 가서든, 이곳 슈퍼에 가서든 할미인 나는 내가 필요한 쇼핑리스트에 솔직히 손주들만을 위한 품목은 없다.
다 해먹이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할아버지인 남편은 어디를 가던지 애들 과자 파는 곳에 아주 코를 박고 서 있다가 어디서 희한한 것들을 손에 들고 온다.
애들 오면 줄 거라며... 혹시 내가 또는 시어머니가 다 먹어버릴까 봐 불안한지 우리 둘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아이들을 안으려고 애쓰는 법도 없고,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언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아이들의 말에 응해주고... 그게 전부인 것 같다.
나머지 4명 그러니까... Grand Pa, Grand Ma, 할미, Old Grand Ma... 우리는 아이들을 안아보려고 애쓰고 입을 쭉~~ 내밀고 뽀뽀하자고 귀챦게 굴고... 괜스레 발가락도 주물러보고... 엉덩이도 두드리고...
사실 모두 손주들이 이뻐서 하는 행동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거북하고 싫은 행동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랑받는 할미가 돼볼까나~
10분 거리니까 온다고 하면 게라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
두 녀석들의 카시트를 메고 풀고 하는 것도 일이니까... 낯가리는 손녀는 딸이, 그래도 할미의 손길이 닿았던 손자는 내가 담당한다.
그럴 때면, 나는 꼭 묻는다. "할미가 해줄까?" 하고...
가능하면 한국말을 가르치고 싶은 나는 한국어 한마디 하고 대충 영어로 한마디 한다.
손주는 알아듣는다는 듯~ 고개를 까딱한다. "땡큐~"라고 하면서...
언제부턴가...
손녀가 지 엄마에게 묻는다...
"Mam~ 사샤 할미 헬프~" 뭐 이렇게... "엄마... 나도 할미가 해줘~" 일테지....
그 후로 내가 손녀 담당이 되었다.
큰 딸이 말하기를... "엄마 아빠 빼고 사샤 몸에 손을 댄 사람이 할미가 처음야~~~ 영광이지?"
아마도 오빠에게 샘이 난 손녀의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어떠리~~~
최초라는데... 영광이지 뭐... 싶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저 요정도에서 만족을 해야 할까 보다.
오늘도 혹시 오려나 괜스레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드려다 본다.
왜냐고? 나는 할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