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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May 12. 2022

손녀 너까지! 아니지?

배신자 손주를 고발합니다 2탄

https://brunch.co.kr/@mihyungkim/45 2019년 12월 어느 날 '배신자 손주를 고발합니다' 란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첫 손주가 태어나고 한 살이 되었을 때 큰딸은 다시 직장으로 복귀했다.
나와 남편은 맞벌이를 하는 큰 딸네를 대신해서 3시경에 어린이집에서 손주를 데려와서 씻기고 저녁을 먹이고 놀다 보면, 딸이 퇴근을 해서 오고... 딸 저녁까지 대충 챙겨 먹이고 돌아오곤 했었다.

딸만 셋을 키운 나에게 버거운 손주이기에 대부분 남편과 함께 가곤 했으나 혹시 남편이 바쁜 일 있으면 혼자 출근 도장을 찍었었다.

어쩌다 손주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못 갈 적에는 딸네 집으로 아침 일찍 가서 하루 종일 업어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놀아주고... 이 모든 것이 할미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배신자 손주는...

할아버지와 함께 간 날이면 손주는 할아버지 무릎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내가 키워서 따 가지고 간 '할미표 텃밭 딸기'도 내 입에는 하나도 넣어주지 않고... 자기 하나, 할아버지 하나... 요렇게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내 입장에선 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손주 녀석이었다.

하물며...

퇴근해서 온 엄마에게 안겼다가도 할아버지가 오라고 하면 쏙~~ 안기는 놈이었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런들 어떠리... 내게는 둘도 없는 손자인 것을~~


한국인인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란 손주 녀석~
첨에는 "Bird"보단 "새"가 "Water" 보단 "물"이 편했던 녀석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분명 영어로 가르쳐 주었을 것이고 우리는 한국어로 가르쳐 주었음에도 손주는 쉬운 쪽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택해서 써서 모두를 웃게 만들곤 했다.

그러다가... 내가 혼자 손주를 보다가 이명증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덕분에 남편이 불안했는지 늘 함께 따라왔었다. 그러다가 큰 딸이 둘째를 출산하고 일 년 동안 육아 휴직을 했고 복직을 한 후에도 코로나로 인해 큰딸과 사위가 집에서 일을 하게 되어 손주 봐주는 아르바이트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게 벌써 2년이 되었다.

그동안... 손주는 4살이 되었고 손녀는 2살이 되었다.

할미 하우스는 할아버지 하우스가 되고...

손주 입장에선 그래도 할미의 손길이 많이 묻었다고... 꼭 우리 집을 '할미 하우스'라고 불러주었다.
아마도 부엌에서 맛있는 걸 챙겨주니까... 할미가 대장이 아닐까 싶었던 듯하다.

사위 쪽 할머니는 'Grand Ma' 나는 '할미'

사위 쪽 할아버지는 'Grand Pa' 남편은 '할아버지'

(친가와 외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말이 좀 복잡하다. ㅎㅎ)

큰딸이 아이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렇게 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손주와 손녀는....

나는  '할미~', 남편은 '할아버지~' 그리고 나의 시어머니 그러니까 큰딸의 할머니는 'Old Grand Ma'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전히 할아버지 바라기인 손주 녀석은 언제부턴가 '할미 하우스'가 아닌 '할아버지 하우스'로 부르고 있다.

콩글리쉬의 천국~

손주와 손녀가 오면 우리 집은 콩글리쉬 천국이 된다.

중국계 사위와 큰딸은 각자의 모국어보단 아무래도 영어가 편하니까... 집에선 영어로 쓰고...

각자의 집에서는 또 각자의 모국어를 사용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 오면 사위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큰딸은 한국어를 사용하다 사위에게 대충 영어로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 통역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우리끼리 한국어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고 사위는 한쪽에서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버린다.

눈치 빤한 손자는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섞어 쓰며 본인이 원하는 걸 반드시 얻어내고... 손녀는 그저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대로 모션을 취한다.

예를 들면... 과자가 먹고 싶으면 "할미~ $&$&$&$&" 하며 펜츄리로 가서 손을 뻗는 식이다.

그것도 웃긴 것이... 나도 엄연히 손주가 하는 영어를 대충 알아듣고 대꾸를 해주고 있건만, 유독 나와 시어머니에겐 말도 안 되는-딴에는 한국어를 흉내 내는 듯한-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외계어를 사용해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면서도 할아버지한테는 엄마 아빠한테 하듯이 영어로 소통을 하려한다.

와~ 이건 뭐 이런 서러운 경우라니....

요 쥐방울 만한 녀석도 이미 나의 실력을 간파한 것이란 말인가? 

요 녀석들이 정말??

멀찍이 혼자 앉아 있는 할아버지에게 굳이 쪼르르 쫓아가서 소꿉놀이를 한다.

탁구공을 서로 던지며 깔깔거리더니...

천으로 만든 컵받침이 피자라고 하며 "할아버지~ 피자!!! $&$&$&$&" 손자가 한번, 손녀가 한번...

아주 할아버지는 배가 터질 지경이고...

내가 "할미 Please~"해도 "할미도 주세요~"라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와~ 이건 뭐....

심통난 할미가... "할미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 했더니... "아이스크림"이라는 한마디에 놀던 것을 뒤로하고 쪼르르 할미를 따라온다.

와~ 뭐 이런 녀석들이 있을꼬!!!!

좌우간...

먹을 것을 챙겨줄 때만 할미다.

할아버지의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인마트에 가서든, 이곳 슈퍼에 가서든 할미인 나는 내가 필요한 쇼핑리스트에 솔직히 손주들만을 위한 품목은 없다.

다 해먹이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할아버지인 남편은 어디를 가던지 애들 과자 파는 곳에 아주 코를 박고 서 있다가 어디서 희한한 것들을 손에 들고 온다. 

애들 오면 줄 거라며... 혹시 내가 또는 시어머니가 다 먹어버릴까 봐 불안한지 우리 둘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아이들을 안으려고 애쓰는 법도 없고,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언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아이들의 말에 응해주고... 그게 전부인 것 같다.


나머지 4명 그러니까... Grand Pa, Grand Ma, 할미, Old Grand Ma... 우리는 아이들을 안아보려고 애쓰고 입을 쭉~~ 내밀고 뽀뽀하자고 귀챦게 굴고... 괜스레 발가락도 주물러보고... 엉덩이도 두드리고...

사실 모두 손주들이 이뻐서 하는 행동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거북하고 싫은 행동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랑받는 할미가 돼볼까나~

10분 거리니까 온다고 하면 게라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

두 녀석들의 카시트를 메고 풀고 하는 것도 일이니까... 낯가리는 손녀는 딸이, 그래도 할미의 손길이 닿았던 손자는 내가 담당한다.

그럴 때면, 나는 꼭 묻는다. "할미가 해줄까?" 하고... 

가능하면 한국말을 가르치고 싶은 나는 한국어 한마디 하고 대충 영어로 한마디 한다.

손주는 알아듣는다는 듯~ 고개를 까딱한다. "땡큐~"라고 하면서...

언제부턴가...

손녀가 지 엄마에게 묻는다... 

"Mam~ 사샤 할미 헬프~" 뭐 이렇게... "엄마... 나도 할미가 해줘~" 일테지....

그 후로 내가 손녀 담당이 되었다.

큰 딸이 말하기를... "엄마 아빠 빼고 사샤 몸에 손을 댄 사람이 할미가 처음야~~~ 영광이지?"

아마도 오빠에게 샘이 난 손녀의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어떠리~~~

최초라는데... 영광이지 뭐... 싶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저 요정도에서 만족을 해야 할까 보다.

오늘도 혹시 오려나 괜스레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드려다 본다.

왜냐고? 나는 할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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