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해 단순한 조직 개편보다 좋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보자
Photo by Unsplash의 Patrick Schneider
많은 비상장 투자자들이 투자 이후에 어떻게 회사를 도와 사업을 성공시키고 기업의 가치를 높일 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시장과 사업을 분석하기도 하고, 협업을 주선하기도 하고, 인재를 찾아 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회사의 담당자들은 시큰둥할 때가 많습니다. 투자자들이 열심히 만들어 온 시장이나 사업 분석, 협업 주선이나 추천 인재가 보통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죠.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투자자는 자본시장의 전문가일 뿐이고, 회사의 사업 담당자들은 서로 눈빛만 보면 아는 선수들이니까요. 유명한 VC와의 떨리는 미팅을 끝내고 한 팀장이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니네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투자사는 자본시장의 전문가일 뿐 사업의 전문가는 아니다. 디테일은 떨어질 지 모르지만 여러 회사에 투자하면서 성공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잘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세세한 기술이나 사업의 내용을 모른다고 우쭐해하면 안되고 큰 그림에서 도움이 될 이야기를 잘 들으면 좋겠다.
투자자가 해 주는 큰 그림에서 회사에 도움이 될 이야기.
저는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결정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명의 작은 동아리 같이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은 사업이 커지고 사람이 늘어나면서 조직이라는 것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많아지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조직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 봅니다.
그런데 조직은 단지 하는 일이 비슷한 사람들로 묶어 두거나, 회사 내의 회사처럼 사업 분야에 따라 나누는 것 같은 팀 구분 방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능 조직인지, 목적 조직인지, 애자일인지 워터폴인지는 현실에서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가장 결정을 잘 할 사람이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직이든, 어떤 조직 개편이든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10. 6.에 실린 "Decision-Driven Organization" 제하의 아티클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제 생각과 너무 닮아 있었기에 링크로 소개해 봅니다.
이 아티클에 따르면, 베인앤컴퍼니가 7년 동안 조직개편을 한 57개 기업을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루어진 경우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조직구조가 성과를 개선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므로, '의사결정 감사(decision-making audit)'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는 기업의 G, 즉 거버넌스(governance)를 이루는 두 가지의 큰 축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interest)의 조정이죠. 법적으로 회사에는 주주총회나 이사회와 같은 거창한 기구가 있지만 그 밖에도 회사에는 수많은 중요한 의사결정할 거리가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여러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자본시장의 전문가로서, 무엇보다도 계속 복잡해지는 회사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을 알려주고, 그 기업의 문화와 사람에 맞도록 연습하고 또 훈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겠죠.
투자자가 기업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결정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