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빛보다 진짜 빛을 쫓는 나는 희망을 꿈꾼다
올해 가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코트 꺼내기가 무섭게 패딩에 손이 가는 계절이다.
손끝, 발끝, 코끝이 시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단어와 가까워진다.
바로 '기적'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소원, 소망, 희망,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겨울, 특히 12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걸어두고 툭하면 꺼내어 보곤 한다.
마음이 힘들 때면, 몸이 지칠 때면, 혹은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외로움이 진해졌을 때 기적을 바란다.
유독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유치원 다니던 시절, 엄마가 일하러 가면 친척집으로 하원했다가 저녁 즈음에 도착하는 엄마 회사차를 타고 같이 집으로 가곤 했다.
매일매일 기도했다.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그 어린 나이에도 어떤 걱정을 했던 걸까.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서운 아빠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것?
굳이 나를 챙길 필요가 없었던 어른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었다.
엄마가 돌아오지 못하면, 나는 이 힘든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종교는 없지만, tv에서 보았던 기도하는 방법을 엄마가 오는 길목에서 실천하다가 한 번은 걸렸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십자가를 긋는, 성호하는 모습을 엄마 회사차를 탄 사람 모두가 본 것이다.
웃긴다며, 어린애가 뭘 안다고 거기서 기도를 하고 있었을까.
나는 한 자리에서 소원을 빌었지만, 어른들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도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제인에어].
[빨간 머리 앤] 애니메이션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 바로 [제인에어]다.
갑자기 부모님을 여의고 의탁하게 된 친척집에서 받는 학대는 제인을 지독하게, 때론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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