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을 살아낸 고택보다 강하지 않은 인간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인간이다.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지, 옛말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독 여름의 더위를 잘 견뎌내는 사람이다.
땀이 나면 닦으면 되고, 너무 더우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덥다고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에어컨의 서늘한 공기를 만나면 털끝이 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콧물과 기침이 연쇄적으로 나온다.
1년 12달 중에 10달은 감기에 걸리는 바보가 바로 나다.
그런 사람이 300년의 시간을 버텨온 고택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 집에는 어떤 사연과 사람과 지금이 있을까.
궁금증에 잠 못 이루었던 밤을 잊을 만큼 거대한 힘이 자석처럼 이끈다.
코끝 시린 밤이 무섭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을 누구 하나 나에게 알려주는 이 없었고, 골수까지 얼어버릴 듯한 추위를 깨달은 이는 각성한다.
첫 번째 밤은 동생과 함께 자는 여름밤이었다.
손이 귀한 집은 아니었지만, 어딜 가든 사랑받는 사람은 있는 법이다.
한쪽으로 쏠려버린 관심과 그 밖으로 밀려난 사람의 관계가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인재, 수재 소리를 듣는 아이는 자존감이 높았다. 그의 옆에 있는 아이는 별 생각이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은 한 침대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한여름밤,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고요한 밤이었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이불을 감싸고 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저 혼자 하루 종일 뿔이 나 있었던 건지 모르지만, 이불을 다 가져가버리는 동생이다.
달라고 하니, 싫다며 고집을 부린다. 항상 남매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나면 이유불문하고 혼났던 나는.
다 일러버리겠다는 동생의 말에 그저 몸을 웅크리며 모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힘으로 이불을 뺏을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베리아 벌판에 혼자 동떨어진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서러움과 추위는 같은 결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여름이었음에도 한기가 밀려왔다. 코끝이 시린 이유는 다만 추위 때문일까. 외로움이 한술 더해져서 였을까.
그래서 다음날부터 우리는 각자의 이불을 덮게 되었다.
두 번째 코끝 시린 밤은 대학교 답사에서였다.
내가 다니던 학과에서는 답사가 의무였다. 배우는 것은 즐거웠지만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 사실이 힘들었다.
하루 종일 유적지와 박물관, 사찰을 돌아다니면 피곤할 법도 하지만, 쉬이 잠들지 못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