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남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비밀이 없을 거라고.
함께 살고, 어디에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하는지.
스마트폰 사용이 힘든 엄마의 잡무를 스스럼없이 처리하고, 일정기간 이상 만나지 못한 친구를 상기시키며 약속을 잡으라고 말해주는 나에게 엄마의 비밀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비밀을 예상치도 못한 순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 사람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느끼는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언제 그런 일이 발생한 걸까.
사건은 병원비 환급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하고 비승인 신청문자가 왔다는 소식에 입금금액을 확인하던 바로 그때.
익숙하지만 의문이 드는 이름이 출금자 명으로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단 세 글자. 사람의 이름. 내가 아는 사람.
그는 어릴 적 엄마의 손에 자란 사촌오빠였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43살이 되어서야 낳게 된 막내딸이다. 위로 4명의 오빠, 한 명의 언니가 있는 자식 많은 집의 마지막 자식.
그러니 오빠들과의 나이터울이 컸고, 그들의 자식이 엄마의 또래가 되었다.
둘째 오빠에게는 두 명의 아들자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사별 후 재장가를 들었다.
결혼하자마자 아기가 금방 생겼고, 눈 깜짝할 새에 두 딸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이 더 사랑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사내아이는 한창 말 안들을 미운 7살, 9살이었고, 서운함을 숨기지 않은 채 사고를 치고 다녔다.
한 예로 둘이 장난을 친다고 방 안에 불을 지른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런 그들을 돌보았던 사람은 그들보다 겨우 5살 많았던 고모였던 우리 엄마다.
엄마를 잃고 아빠를 빼앗겼다 생각하는 아이들의 보호자 노릇이 쉽지 않다.
어른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고작 5살 많은 작은 고모의 말을 들었을까.
그래도 나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했고, 아빠를 일찍 여의었던 엄마는 아이들이 마냥 갸륵하게 보였다. 그 시절은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성품을 아는 나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 확신만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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