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듣고 싶은 말
아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서로의 가장 힘든 시기를 아는 유일한 사람.
어쩌면 자신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기에 다툼조차 없었던 관계.
어떠한 접점이 없었지만, 누군가가 건넨 서툰 인사 하나가 그 둘의 시작이 되었고, 함께 한 세월이 반백년이 다 되었다. 그때는 알았을까, 이렇게 긴 세월 함께할 줄을.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감정이 불안한 사람들 곁에 있는 일은 마른 잎사귀가 바람에 바스러지는 것과도 같았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기분을 예측하고 다음을 대비해야만 했던 아이들.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경제적 사정이 여유로운 집에서 왜 저렇게 아이를 막대하는 걸까.
편애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 저 아이는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걸까.
서로에 대한 의문이 어느새 호기심으로, 흥미가 대화로, 그러다 저도 모르게 힘들 때 찾게 되는 존재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태초의 애정결핍은 결국 어긋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어른인 척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야 아직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모든 관계에 정석은 없지만, 응당 지켜줘야 하는 서로의 선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선을 알지 못했고, 함부로 자신의 선을 늘렸다 줄이기도 하면서 호의를 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 상처 주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거친 야생을 헤쳐나갔다.
경험한 실패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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