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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y 01. 2024

엄마와 함께한 부산 나들이

수정동에서 서면까지 도보가 즐거운 이유는 함께라서

혼자만 보기 아까운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부산에 남아있는 일본식 고택이 있었다.

5월 1일 유료 개방을 하루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수정동은 우리 집에서 멀지만 괜찮다. 여행하는 기분은 거리감마저 설레게 하니까.

고관 입구가 제일 일본주택스럽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는 동구청, 지하철역으로는 부산진역을 찍고 오면 찾아오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5월 1일부터 유료화 입장. 1천 원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평일의 수정동은 한산했다.

날이 적당히 흐려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날이었다.

맑게 갠 엄마의 얼굴이 보기 좋았다.

적산가옥 안과 밖의 사진명소

일본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일본식 집구경은 처음인 엄마가 즐거워했다.

다다미 6조의 방 하나크기를 체험하고 벽이 없고 온통 창 투성이인 신기한 집구조를 설명해 주었다.

역시 한 번 다녀온 사람은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아는 듯이 자연스럽게 설명하기가 수월하다.

즐거운 여행 후에 남는 것은 인상적인 사진이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진을 많이 찍어둔다.

사람들이 늘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 일본식 주택의 안의 모습도 충분히 예쁘지만 뒷마당은 더 예쁘다.

목조주택이 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이 주택은 앞모습도 예쁘지만 뒷모습은 더 아름답다.

조금 안타깝다. 다음에 오실 분들은 뒷마당에도 꼭 들러서 만족스러운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집구경을 끝내니 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수정동에 위치한 고관에서 제일 유명한 고관함박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고관함박은 늘 줄서는 곳이다.

12시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내 앞에 줄이 10명도 넘게 서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곧 내 순서가 됐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키오스크로 주문을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혼자 온 사람도 보였다.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오는 곳 같았다.

고관함박 내부는 모든 곳이 시끄럽다.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공간이 협소한 느낌.

밥통이 음식 나오는 곳과 퇴식구 바로 아래 위치하고 셀프바는 그 바로 앞에 있다.

홀 직원은 한 명이고 빈자리가 생기면 손님을 한 팀씩 들여보낸다.

그러면 손님이 알아서 키오스크 주문하고 정수기로 가서 직접 물을 떠 와야 한다.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면 주방 직원이 번호를 부르고 번호표를 가져가야 음식을 받아올 수 있다.

가성비와 효율성을 극대화한 식당이었고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소란한 벽에 적힌 낙서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곧 내 번호가 금방 불린다.

고관까스와 고관정식

음식은 금방 나왔다.

홀 직원 1명, 주방 직원 6명, 음식이 빨리 나오는 이유.

보기에는 그럴듯했다.

나는 쫄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떡갈비와 쫄면이 같이 나오는 고관정식을, 엄마는 푸짐해 보이는 고관까스를 시켰다.

고관까스는 함박을 튀겨서 나오는 음식이었다.

특색 있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가성비는 좋은 음식이었다.

식사를 하는 엄마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식당 안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보통 30, 40 대로 보였다.

60대의 입맛은 잡지 못했다.

고관함박 쫄면

쫄면을 좋아하는 나의 음식평은 매우 간단하다.

양념은 우리가 아는 흔한 초고추장 맛이고, 아쉬운 것은 야채를 적게 주는 것이다.

자고로 쫄면이란 야채반, 쫄면반 젓가락에 올라오는 그 맛에 먹는 건데, 아쉬움이 컸다.

줄 서서 먹을 맛은 아니었고, 사람들이 많이 가길래 한 번 가본 식당이었다.

우리가 앉은 곳이 퇴식구 바로 앞이라 사람들이 퇴식대에 놓는 쟁반 위의 잔반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잔반이 많았다.

오래 줄 설 집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행에서 음식이 별로면 그 여행은 좋지 못한데.

겨우 허기를 채운 우리는 곧바로 부산진역으로 향했다.

커피박물관의 커피가 참 깔끔합니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부산진역 기차역을 박물관, 체험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빈 공간을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독지가가 기부한 커피기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곳.

커피에 관심 없는 사람도 좋아함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다.

덤으로 깔끔하고 향긋한 커피를 한 잔 선물 받을 수 있다.

입이 개운해지니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리셋 가능하다.

부산진역에서 즐기는 포토존

함께 즐기면 더 행복하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 않던 포즈를 취하라고 주문을 넣는다.

거절하는 척 한 번 해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예쁜 사진이 나온다면 자신감은 한껏 올라간다.

그렇게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을 하나 둘 쌓아간다.

시간여행을 온 조선시대 사람과 사진 한 컷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이다.

배가 부르고 눈이 즐겁다면 몸은 쉬이 지치지 않는다.

쉬지 않고 바로 부산진성을 향해간다.

길가에서 만난 예쁜 꽃은 바로 양귀비

기찻길 위를 지나는 다리를 총총 걸어간다.

그위에서 만난 노랑, 다홍빛 예쁜 꽃.

바람에 흩날리며 춤추고 있었다.

그 꽃의 이름은 양귀비. 역시 아름다웠다. 홀릴 뻔했어.

부산진성은 부산진시장 바로 앞에 있습니다.

수정동에서 부산진성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배부른 사람이라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부산진성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수많은 전쟁으로 축성과 붕괴를 겪었다가 일제시기 해체되고 일본인에 의해 별장으로 옮겨지기도 하는 등 소란한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비교적 최근 복원되어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돌아보고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져 있다.

부산진성 근처 주민들이 동산 오르듯이 쉬이 오르고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관광지로서 더 알려져도 좋을 곳이었다.

여름에도 푸르른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 부산진성공원은 시원할 것 같다.

내 옆에서 불평불만 없이 같이 즐겨주는 엄마가 고마운 순간이었다.

공원을 걸으면서, 또 앉아 쉬면서 체력을 충분히 회복한다.


부산진성을 나오면 조방낙지 골목이 나온다.

눈이 즐거우면 몸이 지친 줄을 모른다.

평화도매시장을 지나면 귀금속거리가 코앞이다.

금값이 한창 뛰 올랐는데도 수요는 많구나. 세상엔 돈 많은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람구경을 원 없이 하고 나면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 금세 당도하게 된다.

서면도 구경할 거리가 많지만, 오늘의 나들은 여기까지.


힘들다는 투정 없이 곁에 꼭 붙어서 함께한 엄마에게 고맙다.

다음에도 또 데리고 나와달라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하루 엄마만의 가이드가 되어서 내가 보았던 좋은 곳에 데려갔다.

다만 음식은 엄마의 눈을 부라리게 만들었지만.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말리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생각보다 맛있는 커피에 기분이 좋아졌고, 중간중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니 더욱 자신감 있는 포즈를 취하는 엄마가 내 눈에 참 귀여웠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건강해지는 엄마가 보기 좋다.

더 자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고 가치 있게 보내야지.

그래서 나는 오늘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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