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벌거숭숭이 May 03. 2024

부산의 베네치아 장림항의 오늘은

그저 걷기를 바란다면 마냥 좋은 부산 걷기 추천코스

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5월의 시작은 완연한 여름이었다.

날이 더워지면 야외활동에 제약이 있다.

더 더워지기 전에 갈맷길 걷기를 하자.

오늘은 욜로 7코스. 신평역에서 시작해서 다대포까지 걸어가기.

부산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장림항을 실제로 볼 수 있겠구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나는 평소 지하철을 그다지 즐기진 않는다.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차창밖 풍경을 좋아하기도 하고, 지하철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뉴스에서 피해자들의 인터뷰 잔상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되도록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먼 거리일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내를 가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리면 가는 길에 지치기 때문이다.

책도 보고, 사람구경도 하고, 패션의 흐름과 정치적 기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신평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평역 9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건너기

공장단지가 많은 길로 걸으니 식당가들이 즐비했다.

시락국은 추억의 음식이다. 이쑤시개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맛있는 식사를 하셨구먼,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정오에 이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았다.

쏟아지는 강렬한 햇살에 나무그늘에 숨을 수밖에 없었다.

공장단지를 걷다 보니 덤프트럭들이 굉장히 많았다.

횡단보도에 서 있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위험한 곳이다.

얼른 강변데크로 향했다.

강변데크로 향하는 길

고개를 돌리면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다닌다.

자유의 공기가 느껴졌다.

해외로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부산을 여행 중에 있다.

부지런히 여행 다녀서 부산을 잘 소개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부산 도장 깨기를 마치면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이제 나에게 남은 욜로코스는 단 2코스다.

강변데크는 자전거전용과 도보전용 길이 분리되어 있었다.

을숙도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은 바다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나는 강렬한 햇빛을 벗 삼아 설레는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평일에도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전거전용으로 된 길이 다대포까지 끊김 없이 이어진다.

그늘이 없는 평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의 나는 도보쟁이이기 때문에 내 두 다리를 열심히 사용한다.

열일하는 공장굴뚝과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매연인가. 연기가 참 하얗게 피어올랐다.

누군가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이구나.

씽씽 달리는 차들을 사이에 두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중인 한 소녀를 만났다.

뒤돌아 서 있는 저 소녀도 언젠가는 앞을 바라보겠지.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도 짙은 꽃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장림항으로 향하는 길

내 앞에 주어진 길을 부지런히 가다 보면 두 갈래 길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부네치아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아래로 향하는 길로 걸었다.

그리고 곧 수많은 요트들과 알록달록 색을 입은 상점가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걷는 이 길에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소화시키기 위해 걷는 산책 코스로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그래서 나도 어느새 그들 틈에 끼어 자리에 앉아 싸가지고 온 간식을 먹으며 같이 여유를 즐겼다.

부네치아를 더 여유롭게 하는 요트가 함께하는 풍경

시끄럽지 않은 항구라서 참 좋았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꾸며진 장림항은 조용하고 깔끔했다.

관광안내소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없고 잠겨있었다.

장림포구를 돌아 알록달록 칠해진 상점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문을 연 곳과 문을 닫은 곳의 비율이 반반이었다. 카페종류가 3곳,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은 거진 다 닫혀있었는데, 출강 중이라는 안내가 붙은 곳도 있었다.

완연한 여름이 되면 문을 연 상점이 더 많아지겠지.

나는 부네치아를 즐기러 온 사람이 아니라 스쳐가는 사람이라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었지만, 부네치아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이라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얼른 활성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림항에서 다대포까지는 계속 걷기입니다.

장림항을 나오면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남은 거리는 4.2km

직선거리를 앞만 보고 걸어야 한다.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다.

자외선지수가 높아진다고 알람이 울렸다.

나는 그에 대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준비해 왔다.

내가 나를 챙겨야 더 멋진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쌩쌩 달리는 차들과 뻥 뚫린 도로, 옆으로는 잔잔한 바다와 청청한 하늘.

그저 걷기에 완벽한 장소다.

그리고 심심할만하면 쉼터가 곳곳에 나타난다.

고니나루쉼터.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고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큰고니 한 쌍을 만날 수 있다.

빛과 순결과 사랑을 상징하는 고니는 우리에게 백조로 잘 알려져 있다.

새들과 오랜 걷기로 지친 사람들이 같이 쉬어가는 쉼터에서 한숨 쉬고 다시 길을 나선다.

귀여운 고니 모습

지칠만 하면 다시 등장하는 고니의 모습

아기고니가 초롱초롱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약해 보이는 아기새도 스스로 날갯짓하며 본인이 가야 할 길을 혼자 헤쳐 나간다.

여기서 도약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그리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 옆으로 자전거가 간간이 지나갔다.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전거가 부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모래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다대포 모래사장과 생태공원

풀이 자라는 모래를 오랜만에 보았다.

중간중간 보이는 꽃도 예쁘고 여유롭게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예뻤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에 맞닿을 듯 높은 아파트와 푸르른 바다는 이곳에 살고 싶게 만들고 있었다.

흔들리는 억새풀들 사이를 걷는 기분은 장시간 걷기 운동으로 지친 심신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그리고 곧 고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다대포와 스머프는 무슨 관계일까.

따사로운 햇볕에 데워진 모래사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대포 밑에 놓인 누군가의 신발은 주인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발목 붕대를 풀지 못한 나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지.

건강하게 바다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대포 해수욕장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스머프.

푸르른 너의 색감에 내 마음까지 같이 맑아지는구나.

서면 송상현 광장에도 스머프친구들과 가가멜 연등이 있었는데, 스머프 너는 참 바쁜 삶을 사는구나.

숲에 살면서 자연에 동화된 너의 캐릭터를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좋아해 주는구나.

나도 마음 속에 동화를 그리면서 이번 걷기 여행을 마무리했다.

때로는 쉬운 길도 있어야지.

삶이 늘 고단하기만 하다면 버텨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소하고 소소한 하루도 때론 필요하다.

오늘이 나에겐 그런 하루였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 행복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행복의 크기보다는 빈도수를 늘리는 연습 중에 있다.

당신에게도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