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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pr 26. 2024

기억에 남는 부산 실내데이트 추천 장소는

박물관을 놀이터로 만들면 바로 이 곳

몸이 안 좋을 때는 기약 없이 길을 나선다.

그러다가 문화유산 방문자 여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 있다니.

날이 따뜻해지면 으레 놀거리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국가에서 정성 들여 만든 놀이계획에 동조하자.

부산역 2층에서 오프라인 발권이 가능하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역으로 갔다.

부산역과 부산역 2층에 위치한 여행센터

무계획자의 계획은 항상 허술하다.

재고가 없을 수도 있으니 지점에 문의를 하고 가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지만, 무작정 입장한 자에게 자비는 없었다.

망설일 틈 없이 바로 오프라인으로 문화유산 방문자 여권을 신청했다.

조만간 이곳저곳 발도장을 찍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외출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부산역까지 온 김에 더 좋은 곳을 돌아보자.

부산근현대역사관 가는길

중앙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쭈욱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옛날 관공서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본관과 별관이 함께 하고 있었다.

박물관 가자고 하면 아무도 나랑 같이 가주지 않는다.

내가 재밌게 즐기고 와서 꼬셔서 또 와야 한다.

박물관 1층이 카페라니

박물관이 고리타분할 것이란 생각의 틀을 깨버리는 고풍스러운 카페의 등장.

향긋한 커피 향이 감도는 입구는 관람객을 설레게 한다.

잘못 들어왔나 다시 한번 안내데스크를 보는데 박물관 입구가 확실하다.

이전에 한국은행으로 쓰인 이 건물의 쓰임새를 지금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은행 아카이브실

금고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바닥이 진짜 찐이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튼튼한 바닥은 그렇게 돈을 보호하고 있었을 것이다.

십 원짜리 지폐가 신기했다.

꾸준한 발전이 편의를 가져온 것이다

한국은행의 연혁과 돈의 변화,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영상까지 친절했다.

돈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돈냄새가 나는 곳이다. 돈 향기를 묻혀와야지.

1층에 위치한 기념품샵

기념품들도 제법 좋았다.

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부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방수스티커, 부산에 상주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 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구나.

외로운 이들이여, 혼자와도 좋고, 여럿이 오면 더 좋은 이곳에서 함께 즐겨보아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해의 금전운을 드리는 디저트바를 구경해 보아요

기념품 샵 옆에는 금고처럼 노란 입구의 디저트 바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금괴처럼 만들어진 빵포장용기가 인상적이다.

황금의 기운을 듬뿍 받아갈 수 있다.

달콤한 디저트는 덤이다.

중간중간 예쁜 사진을 찍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얌전히 사진을 찍으니 뒤로 돌아 관람객을 배려해 주시는 점원의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제 1층을 겨우 돌아본 참이었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어서 지하 1층의 금고 미술관과 2층 특별전시관은 다른 전시준비로 잠시 멈춤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쉬워할 것이 없다.

3층 상설전시실의 내용이 그만큼 알차다. 시작부터 실망은 금물이다.

바닥을 보고 따라가면 전시실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내가 가야 할 길이 잘 표시되어 있다.

더 보고 싶은 1층에 미련을 거두고 상설 전시실로 향한다.

빨간 화살표를 따라가면 에스컬레이터를 만날 수 있다.

전면창의 밝은 낮을 만나고 나면 금세 3층 입구에 당도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암흑이다.

입구에 오디오 가이드 QR코드가 있어서 관람이 한결 수월하다.

눈으로는 전시작품을 보고 귀로는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보다 쉽게 이해하면서 관람할 수 있었다.

부산근현대사 맛보기

개항기 부산항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낸 모습이었다.

지금도 유통되는 은단은 출시되었을 당시 만병통치약으로 많은 이들이 먹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얼마나 잘 만든 약이기에 지금까지 이 약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역시 재능과 노력이 합쳐지면 시공간을 초월해 그의 역작이 남는다.

그리고 한국인 하면 노동요, 당시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존재한다.

마음이 담긴 노래를 들으면 그 진심이 전해진다.

한쪽 스피커로 듣는 옛 시절 음악에 괜스레 코끝이 아려온다.

잊어선 안되는 독립유공자의 이름과 선교사의 집

감각 있는 디자인이었다.

모든 독립유공자의 이름을 담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최선으로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갸륵한 마음을 언제까지고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바로 옆은 한국에 선교하러 와서 한국의 독립을 돕고 기록과 유산을 남긴 선교사의 집을 모사한 공간이 있었다. 중간중간 포토존이 있어서 쉬어가듯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참 좋았다.

쉼과 전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

한 층을 돌아본다고 끝이 아니다. 다시 한 칸 올라서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면 여유롭게 앉아서 내가 봤던 것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도 있고, 함께 온 이가 있다면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사색과 쉼, 배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 전층이 근대의 부산역사였다면, 이곳은 광복 후 현대에 가까워지는 부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부산의 모습

개개인이 모여 마을이 되고 도시가 만들어진다.

개인의 역사가 곧 그 시절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늦게 일어나서 지각이라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아이와 잔소리하는 엄마의 외침, 매일 만나도 안부를 묻는 정겨운 이웃의 모습, 지친 일과를 마치고 친구와 털어내는 그날의 감정들.

멈춰있음에도 그 소리만 들어도 추억할 수 있는 기억들이 공유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것을 공감이라고 한다.

그 시절 공순이(직장인)의 모습을 현대모습으로 바라보기

이렇게 편하게 박물관을 본 적이 있었던가.

국사책에서 열심히 외웠던 부분을 이렇게 보니,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공들의 이야기. 말 그대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이야기.

인스타로 만들어 보니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있을까.

다만 그때보다는 삶의 질이 조금 나아졌다는 거?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 수준?!

최소한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준을 지켜주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폭압적인 경영체계를 경 계하기 위한 노동조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물론 경영계와 노조계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로의 최선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아무쪼록 좋은 방향으로 달려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본관에서 별관으로 가는 길

관람이 종료되면 4층 엘리베이터를 만날 수 있다.

1층으로 내려오니 사물함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짐을 편하게 놓고 볼 수 있었다.

이 사물함은 별관에도 존재한다. 나도 다음에 오면 가방을 사물함에 놓고 좀 더 편하게 놀다가야겠다.

부산근현대사역사관 별관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관보다 사람이 적어서 더 즐거운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1층에는 역사 관련 서적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책보다는 예쁜 공간 즐기기를 더 좋아하지.

아치형구조가 많은 별관엔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있다.

박물관이 어린이 친화적이면 더 좋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역사가 모여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이 한 나라의 역사가 되는 것.

너도 소중한 사람이니, 너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기고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 너의 의무라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다.

별관 2층은 열린공간이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열린 공간을 만날 수 있다.

1층에도 물론 에세이, 어린이도서, 역사도서가 다양하게 있었지만, 2층은 문학서적들이 많아서 나에겐 더 좋았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책을 보는 맛이란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좋은 공간은 눈치게임 입니다.

좋은 자리는 항상 선점되어 있다.

그 덕에 오랜만에 좌식으로 앉아서 책을 보았다.

2층에서는 안나 카레니나. 1층에서는 매천야록을 읽었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를 참 좋아한다.

그 책의 첫 문구가 정말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단 하나의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행복의 이유는 명확하다. 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고 그 해법도 잘 알고 있다.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는 자신 스스로도 알고 있다.

자신을 생각하고 보다 다정하게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정말 좋은 것만 자신의 곁에 남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 본다.


혼자서 돌아보는데 2시간 남짓이 걸린 듯하다.

이제 날이 더워지고 있다. 금세 여름이 된 것이다.

부산을 여행할 때, 장마가 오거나 밖이 너무 더울 땐, 여기 이곳 참 좋을 것 같다.

남포동은 정말 볼거리가 많다.


박물관을 놀이터로 만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만들어 놨는데 안 가볼 이유가 없다.

단지 박물관이라서 가기 싫다고 하는 사람을 데려올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일단 금괴로 싸인 맛있는 빵을 선물해 줄게.

함께 가자. 너의 황금 같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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