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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pr 17. 2024

조선에서 일본까지 하루만에 끝내는 부산여행 추천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드려요

아침부터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오늘은 아이유 님의 [밤편지]를 들었다.

밤에 들어도 좋은 음악은 아침에 들어도 그 여운이 계속된다.

마치 일본 부유한 집 같은 분위기의 가옥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이었다.

찾아보니 이게 웬걸. 부산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의 전경

1943년 일제시기에 지어진 2층구조의 목조건물인 적산가옥이다.

45년 해방 이후 민간인의 개인주택으로 관리되다가 1970년대 고급음식점으로 사용되었다.

2007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후 보수, 정비 공사를 계속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월요일 휴관. 10시부터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봄, 여름, 가을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나무는 높이 곧게 자라 있었고 그 잎의 푸르름은 봄에서 여름으로 금방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풍요로운 마당에는 벌써부터 단풍나무가 붉음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시공간을 거슬러 어느 일본 시골의 부유한 고택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내 집 앞마당을 걷듯이 돌아본 정원 모습

역사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제국주의 열강에 강제적으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가 있다.

혹자는 그 기억의 산물인 건물을 부숴버려 역사적 가치를 지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물들도 존재한다.

그 귀한 물건이 바로 수정동에 위치한 적산가옥이다.

적산가옥 1층 내부 모습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마치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맞지. 조용히 신을 벗고 신발장에 고이 넣어놓고 마루에 발을 디뎠다.

유리창으로 바깥의 풍경이 마치 그림액자처럼 보이는 복도를 돌면 벽이 아닌 미닫이 창으로 가려진 방을 볼 수 있다.

6조짜리 일본식 다다미 방을 보니 더 일본 스러웠다.

복도에서 천장으로 보이는 서까래는 단연 한국식 건축법이다.

일본식으로 지어도 한국에서 만든 것이므로 한국의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중창은 보온에 탁월하고, 여름에는 통창으로 바람의 순환을 도와 보다 시원하게 해 줄 것이다.

잘 닦인 복도마루에 드러눕고 싶을 만큼 좋은 경치와 은은한 나무냄새가 공존했다.

들어오는 순간 마치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건물 안의 도서실은 도서와 dvd 대여 및 카페 결제가 가능하다.

작은 도서실이 있었다.

[적과 함께 사는 법] 바로 좋은 책을 만날 수도 있었다.

신분증만 있으면 대여가 가능했다.

1층 방에 dvd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온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서실 바로 옆에 셀프카페가 있는데, 도서실에서 3천 원을 결제하고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셀프카페 이용방법

현대식으로 지어진 주방이었다.

캡슐커피도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얼음컵도 구비되어 있었다.

어린이 음료도 있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와도 좋을 것이다.

이용료는 문화유산보존을 위해 전액 사용된다고 한다. 많이 애용하기를 바란다.

2층 내부모습

단단한 나무 계단을 돌아 올라가면 보다 풍성해진 바깥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1층 셀프카페에서 구매한 음료를 앉아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역시 동양은 좌식이죠.

아빠다리가 힘든 사람은 혼자 앉으셔야 합니다.

마치 나도 아이유가 된 것처럼 창가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즐길 수도 있지 않은가.

푸르른 나뭇잎들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저절로 마음이 간지러워졌다.

그리고 곳곳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여행객들이 잠깐 폰을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휴대폰 배터리가 뚝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 정도로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요.

다다미는 관리가 힘들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다다미를 구할 수 있는 것인가.

여유로우니까 괜히 잡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혼자 여유를 즐길게 아니라 같이 즐겨야 한다.

조금 앉아있다가 바로 나왔다. 좋은 것은 함께해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

일본식 주택의 뒷마당 모습

뒷마당도 마치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여유롭게 가꾸어져 있었다.

누군가 장을 해마다 담가서 이만큼의 장독대가 모여있는 것처럼.

높다란 굴뚝에서 저녁만 되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구수한 밥냄새가 날 것 같은.

그리고 그 뒤편에는 꽃을 심어서 장독대 안의 장을 보다 향긋하게 하고, 꽃 기르는 재미를 아는 집주인의 여유로운 여가생활이 그려졌다.

꽃을 배경으로, 목조건물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해도 그림이 완성되었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열심히 셀카도 찍었다.

보물 같은 장소다. 여러분 여기 사진 찍으러 오세요. 모든 샷이 인생샷입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을 손에 쥐고 당당히 나올 수 있었다.

짧은 일본 여행이 이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부산진역으로 향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커피박물관은 무료로 커피시음을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그 지역의 명소다.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관리 직원분께서 방명록을 작성하라고 말을 해준다.

현지인인지 타지인인지 조사하기 위한, 간단한 기록을 하면 향긋한 커피를 한 잔 내어주신다.

그렇지. 이 것이 바로 여행이지.

적당한 온도의 향긋한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박물관을 돌아본다.

커피 박물관 내부모습, 커피기구들이 정말 많다.

커피를 사랑한 한 시민이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증한 커피기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라인더와 추출기. 나는 잘 모르는 커피기구들이 참 많았다.

정말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그 덕분에 나도 오늘을 더 색다르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늘 분에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커피박물관을 나와서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도전하기로 했다.

철도 위를 걷는 기분은 색다르다.

부산진역에서 좌천역까지 걸어가면 철도 위를 걷는 다리를 만나게 된다.

그 위를 씽씽 달리는 차들과 나는 별개의 몸이지만 함께라는 느낌이 든다.

그늘 하나 없어 햇볕은 따사롭지만, 바닷바람과 차들의 속도에 내 몸도 같이 바람에 휩쓸려 춤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나가는 기차에 인사를 하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부산진성 전경과 안내도

부산진시장은 구경하러 자주 왔는데, 부산진성은 처음이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오늘 하루 안에 일본과 조선을 바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조선시대 경상좌도 수군사령부가 주둔하던 군사적 요충지인 부산진은 임진왜란 때 함락되었다가 다시 증축되고 일제 강점기 때 시가지 정비 계획에 따라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으나 1974년 건춘문, 금루관, 진남대를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복원이 가능한 것도 당시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있는 것 아닐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나도 그 노력에 조금 보탬이 되려고 한다.

승가정과 천장군 기념비

임진왜란 때 지어진 왜성을 활용해 부산진성으로 활용된 승가정. 그 옆에는 천장군 기념비가 있었다.

명나라 장수였던 천만리는 조선에 출정하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기, 조선에 큰 공을 세웠다.

명군이 회군할 때 함께하지 않고 조선에 남아 귀하 한 사람이었다.

은혜를 귀히 여겨 기념비까지 새긴 모습은,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잊지 않겠다는 단단한 조선인들의 기개가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옆을 나풀거리는 꽃마저 그 마음을 계속 응원하는 듯했다.

부산진성을 걷는 기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다 허물어진 것을 복원한 것이기 때문에 옛날 성의 모습보다는 지금 이곳을 오는 사람들을 배려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관리된 모습이었다.

얕은 동산을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곧게 뻗은 나무는 그 기개가 건강했고, 푸른 잎의 싱그러움은 그 밑을 걷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그늘을 선물했다.

인근 주민들의 방문이 더 많은 곳이었다.

낯선 관광객인 나는 거기에서 모난 돌처럼 보였지만, 역사를 사랑하고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재방문을 약속할 만큼 좋은 기운을 받았다.

복잡한 시장 바로 옆에 이렇게 고즈넉한 유적지가 옆에 있다니.

영가대와 진동문 전경

역사의 소용돌이에 정통으로 맞았던 부산진성의 역사가 담긴 영가대의 모습.

용왕님께 해산제를 올리던 영가대는 1911년 일본 독지가의 별장으로 옮겨졌다가 1966년 도시화 과정에서 철거되었다.

옮겨지고 철거되고, 다시 복원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픈 기억도 존재한다.

감정은 사라진다. 그래도 그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오늘 만난 조선의 모습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절개 있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덕분에 국사책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역사적 사건을 찾아보게 된다.

하루하루 배움이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느려도 좋다. 바른 길로 가고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다.

최영장군 사당으로 가는 길

높다란 계단을 보아도 괜찮다.

높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준비했으니까 나는 그냥 오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곧 만날 수 있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을 남긴 최영 장군의 사당을 만날 수 있다.

후손들이 해마다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우연히 그의 후손이 와서 절하는 모습을 보았다.

최선의 삶을 살아낸 사람은 그의 사후에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억나는 사람일 수 있을까.


다른 곳을 더 돌아볼 예정이었지만 오늘의 부산여행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오늘 간 장소는 2곳이었지만, 여운이 깊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소를 다녀오니 생각이 많아졌다.

멀지 않은 곳에 같이 있었다.

참 귀하고 소중하다.

이 좋은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돈벼락 맞는 곳

좋은 마음을 갖고 도착한 돈벼락 맞는 곳이다.

부산진성에서 도보로 5분이면 금세 도착한다.

사람들이 계속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홀린 듯 들어가게 되었다.

모두에게 좋은 하루가 되기를.

다시 기분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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