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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pr 11. 2024

봄은 스쳐 지나갈 뿐

부산 벽화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쇼츠는 쉴 새 없이 올라온다.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득 시선이 끌리는 곳이 있었다.

짱구가 그려진 벽화마을

오랜 휴식을 깨고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이 그렇게 정해졌다.

닥밭골벽화마을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투표를 마치고 개운하게 나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닥밭골 벽화마을 입구

접근성이 좋았다.

버스로 가기도 수월하고 공영주차장도 넉넉하게 있었다.

감천마을은 여러 번 가 보았지만, 동대신동에 위치한 닥밭골은 처음이었다.

기대감을 안고 갔다.

한지체험관이 있었지만, 투표일은 공휴일이므로 문을 닫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화장실을 편하게 갈 수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생활공간에 조성된 벽화마을이라 편의시설이 관광객보다는 현주민들을 위주로 조성된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아무렴 어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닥밭골 벽화마을 안내도

부산여행 테마에 닥밭골 벽화마을이 포함되었나 보다.

커플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는다.

벽화마을 안내도 앞에서 일정을 짜는 커플들 뒤에서 끝까지 기다렸다가 안내도 사진을 찍었다.

혼자서도 당당한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그렇게 뿌리까지 단단한 사람이고 싶다 나는.

닥밭골 마을 미니어쳐의 모습과 행복센터 옆의 포토존

오전에 도착해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다.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미니어처의 모습이 담 사이에 차례로 올라와 있었다.

닥밭골 입구 근처에서 귀엽다 하고 본 미니어처가 전시품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다.

안내가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여유롭게 벽화마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닥밭골 벽화마을로, 관광지의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벽화마을을 원하는 사람은 감천문화마을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여유로운 사람이므로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닥밭골 엘리베이터와 내려다본 닥밭골 행복마을

알록달록 다채로웠다.

주차장이 여유로웠다. 건물자체가 주차장이므로 주차걱정을 안 하고 오셔도 될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하면 소망계단을 마주할 수 있다.

마치 산을 오른 기분이었다. 내려다보는 기분이 참 청량했다.

벚꽃은 만개할 때 아름답지만 그 꽃잎은 한없이 연약해서 바람에 금방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가득했다.

소망계단과 모노레일

닥밭골의 명소 소망계단과 모노레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있었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계단. 나는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줄에 서있지 않고 바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192 계단. 마음속에 주문을 외우며 천천히 올라가 보죠.

조심조심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나의 소망을 같이 담아본다.

모노레일 움직이는 모습

그렇다고 모노레일을 안 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을 기약할 뿐이다.

작고 소중해서 꼭 타보고 싶다.

에메랄드빛 네모상자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동심이 생길 것 같아.

소망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것들

모노레일은 기차와 같다.

속도는 느리지만 주택가 사이에 길을 지나가기 때문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수동이라 이용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이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인 것 같다.

내가 여기 사는 아이였더라면 여기서도 재밌게 놀 것 같다.

소원을 비는 동상도 있었다. 같이 손 모으고 싶구먼.

높이 올라가는 일은 힘들지만, 맑은 윗공기와 내려다볼 때의 여유로움은 시원한 보상으로 찾아온다.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줄보다 먼저 올라왔고, 더 값진 경관을 볼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더 좋다.

영령 당산나무의 모습

사람은 하고자 마음먹으면 정말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소망계단을 즐기고 내려오면 당산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협소한 장소에서도 당산나무를 고이 지켜내고, 그 높다란 오르막 사이로 집을 짓고 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척스러움이란, 항상 놀라움을 자아낸다.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좁은 장소를 지켜내고 있음에도 곧게 솟아있는 당산나무의 그 뿌리는 깊고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겠지. 이 닥밭골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의 기개에 나도 힘을 얻어가야지.

닥밭골 골목공원의 포토존

관광객과 현지인의 조화를 이루는 골목공원이 재미있었다.

특히 사람이 드문드문 있어서 사진 찍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현지인인 어르신들이 간간히 마을을 돌아보고 계셨고, 각자의 삶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다.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돌아보기에 좋은 장소였다.

닥밭골 골목공원에서 보이는 시

타일에 새겨진 멋진 시구들이 좋았다.

지친 삶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계단과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볼 때 한 숨 쉬라고 주는 여유공간.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 임을 아는 것이다.

내가 나를 돌아보고 챙기고 보살피는 것이다.

닥밭골 골목공원에 포토존인 생각보다 다양하다.

공간이 적은데 볼거리는 생각보다 많았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그려내었다.

주민들과의 생활공간과 관광공간이 공존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그러므로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필수요소다.

사진 찍을 공간이 많아서 사람이 보다 적은 곳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할 만한 장소다.

계단이 나무, 그를 둘러싼 벽을 잎으로 표현하니 더없이 큰 나무가 되고 그 안에 사람이 담길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소였다.

그리고 나는 이내 내가 보고 싶었던 짱구를 만날 수 있었다.

짱구그림이 그려진 벽화

요즘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포장을 잘하는 것 같다.

짱구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장소가 협소하고 짱구가 멀리 있었다.

쇼츠에서 바라본 짱구벽화의 모습은 더 있어 보이고 보다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멀리 있었고, 그려진 지 오래되어 색이 바랜 모습이었다. 새삼 기술의 발전을 느낀다.

그래도 짱구잖아.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아가자.

짱구가족의 평화로운 모습

함께할 때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 된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 위로받고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스러운 짱구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명언과 함께하는 짱구 가족의 자전거 탄 풍경

짱구만화 안에서 짱구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

그게 꼭 내 마음 같았다.

몸만 자랐지, 마음은 아직도 어리고 투정 부리고 고집부린다.

그래도 삶을 살아내고,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다.

영원히 철없고 싶다.

닥밭골 미니어처

타일에 미니어처가 인화된 모습이 있었다.

보고 싶다 생각하고 전시된 장소를 안내판을 보고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아쉬움을 가지고 내려오다가 문득 입구에서 찍은 미니어처 사진이 생각났다.

아, 입구 도로 연석에 놓여 있던 아이들이구나.

그래도 나는 보았잖아. 봤다는 사실에 만족을 해야 하는 현실. 그렇군.

닥밭골 마을은 한지를 만들어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그래서 보다 사는 주민들의 인구 연령이 높았고, 지대가 높은 만큼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곳이었다.

곳곳에 빈 집터를 헐어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고, 벽화로 그 쓸쓸함을 채워나간 마을이었다.

감천문화마을만큼 알록달록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곳만의 여유로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간직한 아름다운 관광지였다.

소망계단을 걸으면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중간중간 숨겨진 예쁜 공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곳이다.

내가 찾는 관광명소 같은 느낌?!

위치가 동대신동에 위치해 있어서 길만 잘 찾아온다면 남포동까지는 도보로 30분 내지의 거리였다.

부산을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면 썩 추천할 만한 장소다.

시끄러운 여행보다 소소하게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닥밭골을 시작점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좋았다.

나의 새로운 출발에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봄은 잠시 스쳐 지나갈 뿐, 바로 여름이다.

그리고 부산의 벽화마을로 추천할 곳은 단연 감천문화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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