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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22. 2024

따로 또 함께 하는 부산 걷기 여행

낙동강과 함께하는 순례길. 치유의 숲과 부산

새 등산화를 샀다.

자고로 새로운 신발이 오면 성능검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길을 나섰다.

갈맷길은 아니지만 부산시에서 기획한 욜로 10코스 중에 8번째 길인 낙동정맥 끝자락 순례를 걷기로 결정했다. 인증도장은 없지만 인증샷을 찍으면되니까. 쿨한 마음으로 떠난다.

안 가본 길로 가는 것의 즐거움

그리고 나는 서대신동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3번 출구로 나와서 위로 계속 가면 된다.

시작은 꽃마을이다.

욜로 8코스 시작 길

다음 주부터 부산지역 꽃들의 개화가 시작될 것이다.

나무들은 벌써부터 만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꽃잎은 없지만 꽃망울들이 금방이라도 피어날 것처럼 그렇게 가지 끝에 영글어 있었다.

피란민들이 모여 꽃재배로 생업을 하여 명명된 꽃마을.

잠깐만 스쳐 지나갔다.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오른쪽 옆으로 만들어진 데크 길로 걸어가면 시작이다.

구덕 꽃마을 입구로 올라가는 길

표지판이라도 설치되어 있으면 좋겠다.

길치는 늘 눈치를 보며 걷는다.

그래도 날이 맑아 지나다니는 행랑객들이 꽤 있어서 다행히 잘 찾아갔다.

역시 인생은 눈치게임이다.

불법주차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불법주차로 인해 갈맷길 안내판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 길의 시작은 구덕문화공원을 돌아보면서 시작이다.

부산 서구를 종단하는 트레킹 숲길과 마주하고 있었다.

가고싶은 길이 더 늘었지만, 오늘은 계획한 길을 가기로 한다.(숲길 잠깐 들렀는데 정말 좋습니다.)

그래도 즉흥적인 이 사람은 구덕문화공원을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덕문화공원 주차장과 포토존

주차장 쪽으로 올라가면 천천히 문화공원을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올만한 곳들이 많았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희망의 의자에 앉고 싶었지만, 유치원 아동들이 무리를 지어 오고 있어서 얼른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이들이랑 함께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다.

나는 나의 흥미가 동하는 곳으로 바로 떠났다.

민속생활관과 역대 도시락들

선조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었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나 봤던 도시락통이 신기했다.

옛날에는 짚으로 만든 통으로 밥을 싸가지고 다녔구나.

내가 알던 도시락은 학교에서 급식 전에 싸들고 다녔던 식사로 인식되는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길을 떠날 땐 도시락이 필수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식당이 흔하지도 않고, 평민들은 사 먹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끼니를 제때 챙겨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다.

초가집과 내부모습
조선시대 의복

조선시대 의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지만 알찬 내용들로 구성된 민속체험관이었다.

생각조차 못했던 일을 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이번 걷기 여행도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구덕산 등산로 입구

앞에 보이는 임도로 쭈욱 올라가면 구덕산 등산로로 쉽게 갈 수 있다.

원래도 이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변수의 연속이다.

등산객들이 다른 산길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가던 걸음을 옮겨서 그들이 내려온 길로 올라갔다.

오른쪽에 보이는 산길로 올라간 것이다.

나는 몰랐다. 처음 가는 길이었고 늘 조사는 미흡했으니까.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봐야 내 것이 된다는 생각이 큰 오산이었다.

참고로 이 길은 딱 고개라고 불리는 등산로이다.

힘들어서 숨이 깔딱깔딱하게 되는 곳이라서 그리 불리는 곳이다.

길을 가로막는 나무가 있으면 뒤로 돌아갈 것.

가로누워있는 나무가 길을 막고 있었다.

바로 뒤로 돌아나가야 하는데 나는 어째서 기어서 앞으로 전진하는 걸까.

그래도 제대로 된 산길이었다. 사실 나는 조금 더 가서 길을 헤매고 돌아가기도 했다.

산을 몇 번 오르고 나니 깨닫게 되었다.

돌이 많이 보이는 것은 정상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10보 걷고 쉬고 또 10보 걷고 쉬기를 반복하면서 산을 올랐다.

구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부산의 전경이었다.

아니다 부산뿐만이 아니었다.

구덕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시내와 낙동강, 그리고 김해공항

조망권이 엄청났다. 멀리 보이는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낙동강과 김해공항까지.

사실 길을 잘 몰라서 어찌어찌 정상을 향해 올라왔는데, 정상석을 만나지는 못했다.

정상석이 없구나 생각하고 내 얼굴을 담은 인증샷을 찍고 내려갈 때 목숨을 걸고 내려왔는데.

구덕산 정상은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구덕산 정상석은 내가 있던 곳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못 보고 내려온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250m를 걸어서 올라가서 인증샷을 찍고 내려왔다.

그래야 내 마음에 찜찜함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는데, 약 1시간 정도를 힘들게 걸어 올라갔는데 차로는 2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등산로였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올라갔던 딱 고개로 올라가면 희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나는 좀 걷는다 하시는 분은 임도로 올라가시면 되고, 그마저도 싫고 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만 즐기고 싶다고 하시는 분은 차를 타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모두를 아우르는 산이었다. 구덕산. 참 마음이 넓은 산이구나.

재넘이 마루터에서 승학문화마루터로 갑시다.

이제부터 편한 길만 이어진다고 안내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새로 산 신발은 정말 성능이 좋은 신발이라 발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무릎이랑 다리만 아플 뿐이었다.

역시 취미활동을 즐기는 데에는, 장비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필수요소인 것 같다.

생각보다 구덕문화공원에서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에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초콜릿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걸었다.

물배 채우기도 함께하였기 때문에 물이 곧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다음에는 승학산 약수터 투어를 기획해야겠다.

물이 딱 필요하다 싶을 때 발견한 약수터 안내판.

이 산에는 다양한 약수터가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승학산에 위치해 있었다.

제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한샘약수터였다.

물 받아가는 사람도 많았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마치 헬스장을 옮겨 담은 것처럼 많은 운동기구들이 즐비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덤벨을 들고 역기를 올리고 계셨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얼른 자리를 피했는데, 다음에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이곳에서 운동을 시켜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정말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약수터가 많은 산은 처음 보았다.

다음에는 승학산 약수터 투어를 해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에 잡생각을 넣고 가다가 또 길을 잃고 헤맸다.

제석골 산림공원으로 향하는 길

그래도 괜찮았다. 오르는 길이 아니라 내려가는 길이라서.

곧 제길을 찾았고 나는 무사히 산을 하산했고 제석골 산림공원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산에서 하도 길을 잃어버리니까 대충 어떻게 가면 길이 나오겠지 하는 짬바가 생겨버렸다.

이거 좋은 건가?

승학산 둘레길 안내판과 산과 마주한 아파트 전경

제석골 산림공원도 잘 만들어진 공원이었다.

하지만 나는 등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에 안녕을 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 무심코 아파트를 둘러보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 여기 전국에서 유명한 아파트였구나.

산과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 당리 동원베네스트 아파트

뒤에는 산이 든든하게 서있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지리적 위치.

내 옆을 지나가는 마을버스를 보면서 마음이 동했지만, 나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리 지하철 역까지 도보로 가기로 했다.

참을성을 길러야 합니다.

참을성 없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마을 버스정류장. 사람들이 정차하는 잠시를 기다리지 못해 역주행해서 추월하는 차들이 간간히 있고, 또 횡단보도까지 가지 않고 바로 무단횡단하는 하차객들이 많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이 장소에서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났겠구나 추측할 수 있는 좌우확인, 보행자 주의 표시판과 반사경이었다.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다. 예방이 최선이다.

회전교차로를 지나 음식점 사이를 가로질러 만난 당리역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무사히 목표를 완수했구나.

새로 산 신발의 성능을 검사하기 위해 떠난 도보여행은,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하고, 역사를 마주했고, 강과 바다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정상을 등반했고, 달디단 약수를 마실 수 있었다.

처음 와 본 곳이었지만 정이 갔다.

또 오고 싶다.

부지런히 와서 오늘 내 눈에 담은 장소들을 다 살펴보고 싶었다.

부산이 이렇게 넓은 곳이었구나.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오늘도 내 시야는 어제보다 더 넓어졌고, 더 성장했겠지.

그리고 더 갈 곳이 있다는 것에 더 설렌다.

어제보다 더 좋은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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