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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r 28. 2024

봄맞이 나들이를 간다면

부산 삼락생태공원 꽃놀이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어제오늘 날씨가 매섭다.

변덕스러운 것이 참 봄이 오는 것 같다.

봄이 오면 당연히 봄 마중을 나가야 한다.

벚꽃은 피는 중이고, 이미 만개했다는 튤립을 보기 위해 평소에는 가지 않는 곳을 가기로 한다.

시작은 사상역.

오랜만에 도착한 사상역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상지하철역 3번 출구가 시작지점이었는데, 계단 쪽에 공사를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등장했다.

굳 스타트.

인생삼락 갈맷길의 시작.

사상역 3번 출구는 아마도 이 지역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출발하고 계셨다.

나도 곧 그들 사이에 들어서 같이 걷고 있었다.

살풍경하던 공사현장을 지나면 바로 화려한 봄의 시작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색감에 시선과 마음이 빼앗긴다.

쨍한 노란 튤립이 활짝 피어있었다.

예쁘다. 오길 잘했다. 하고 지나가다가 발견한 무지개 빛 나무의자.

이미 봄을 만나버렸는걸

사람들 많은 틈을 비집고 나가서 찰나의 순간을 찍어내었다.

다행히 사람이 잡히지 않은 사진을 찍어서 더 뿌듯했다. 시작부터 좋구먼.

색감이 주는 강렬한 힘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부지런히 걸으면 핑크색 바람개비 길을 맞이할 수 있다.

이곳은 봄맞이를 제대로 하는구나.

4월이 시작되면 만발한 벚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쁜 봄 구경하러 오세요.

괘법르네시떼역 에서 삼락공원 가는 길

괘법르네시떼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서 가도 되고, 옆에 보이는 하얀색의 다리로 가도 됩니다.

그래도 횡단보도로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길치는 직진만 합니다.

욜로 갈맷길 9 코스로 가기로 했지만, 그저 발 닿는 데로 가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낙동강정원 벚꽃축제를 하는 길

벚꽃이 피는 중에 있었다.

중간중간 만발한 튤립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노란 문을 열면 살랑살랑 흔들리며 웃고 있는 꽃, 그리고 너와 나.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졌다.

이 길로 가다 보면 벚꽃길만 보게 되겠지.

미련 없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삼락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아까 보았던 흰 다리만이 삼락생태공원을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삼락생태공원은 계속 공사중입니다.

연꽃단지로 가서 갈맷길 시작 도장을 찍고 오고 싶었지만, 공사 중이라 머릿속에서 위험신호를 보냈다.

굳이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미련 없이 도장을 포기하고 삼락습지생태공원으로 향했다.

그래도 갈맷길로 안전하게 들어오지 않았는가.

오르막 없는 평지를 무난하게 걸을 수 있다.

가벼운 산책이지만, 그 길이는 짧지 않다.

편한 신발을 신고 오길 다행이었다.

삼락생태습지공원의 여유로운 모습

습지답게 곳곳에 물이 있었고, 그 안을 여유롭게 누비는 오리들이 보였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같이 좋아지는 기분.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도 있나 보다.

딱 봐도 새내기 친구들이 다인사용 자전거와 그냥 자전거를 타고 재미있게 데이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학 새내기. 한없이 즐거울 시기다.

나 또한 그랬다. 단 한 번의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12년의 정규 교과과정을 수행하고 대부분은 자기가 살던 곳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를 보살피던 가족의 품을 벗어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기존에 배웠던 학습의 틀이 바뀌고 내 삶을 설계해야 하는 시작점에 섰을 때.

억압되어 있던 자신의 결계를 풀고 무장해제한 순간.

20살의 봄은 폭주의 연속이다.

새로 사귄 친구와 통금시간 없이 놀 수 있는 것은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다.

그 후의 결과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지만, 걱정은 미리 하는 것이 아니다.

스무 살의 나는 굉장히 즐거웠지만, 지금의 나는 그들을 그저 즐겁게만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많이 신났네, 하고 그들을 보내고 그들과는 다른 길을 그저 갈 뿐이다.

그래도 그 덕에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삼락생태공원 안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소음을 피해 선택한 다른 길은 나를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길로 안내했다.

가시연꽃을 볼 수 있는 길이었지만, 이른 시기에 도착했기 때문에 덜 자란 연꽃만 볼 수 있었다.

데크길을 지나니 억새와 함께하는 고즈넉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억새풀 사이를 걷는 기분은 오로지 나만의 것입니다.

아무도 없어서 혼자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길고 빽빽하게 자라는 억새를 피해 가지를 구부렸다 편채로 자라는 나무도 볼 수 있었다.

휘어 저도 곧게 자랄 수 있다.

억새풀 사이에 난 길로 살며시 보이는 불륜커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제는 비가 왔지만 오늘은 맑았다.

덕분에 맑은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 억새풀 흔들리는 소리. 도시와는 동떨어진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삼락생태 공원 안은 인공과 자연의 조화가 어우러집니다.

나무들이 나란히 줄 서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아름다운 직선이 보였다.

멍하니 보는 그 사이 사슴이 스쳐 지나갔다.

아 저 길로 가야지. 마음먹었다가 다시 뒤돌아 나갔다.

저 억새풀 안에는 사슴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슴궁둥이를 보고 마음이 설레었다.

나에게 이번의 봄은 설레는 봄이다.

사슴을 피해 나온 길인데, 갈맷길로 잘 걸어오는 중이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과 마음이 안락해지는 중이었다.

삼락생태공원 안에서 구포쪽으로 향하는 길

억새풀의 높이가 2m도 넘어 보였다.

풀인데도 높게 자란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다.

유연하게 살아도 좋다. 건강하게 신념을 갖고 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을 것이다.

자연의 건강함이 주는 에너지를 풍부히 받을 수 있었다.

곧게 뻗은 나무들이 마치 그림풍경 같았다.

이런 찰나의 순간들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힐링이 됐다.

이 길의 끝엔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다.

노랑의 싱그러움이 한가득 부어져 있었다.

훼손되기 전의 꽃밭은 이렇게 아름답다.

아프지 않고 이 계절을 지나가면 참 좋겠다.

수관교를 지나 굴다리를 지나가는 길

삼락생태공원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무를 보고, 억새풀을 보고, 오리를 보고, 참새를 보고, 사슴을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닿아 있었다.

벤치에는 사람들이 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르네상스의 여유가 물씬 풍겨왔다.

그리고 만난 굴다리.

굴다리는 범죄의 온상, 하지만 지금은 밝은 대낮이고 이 길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재빨리 굴다리를 지나왔다.

잘 관리된 갈맷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다.

삼락의 유래를 읽어보고 다시 벚꽃길을 걷는다.

보다 해를 많은 보는 곳의 꽃들은 일찍 피어있었다.

시기보다 일찍 핀 꽃을 흔히들 미쳤다고 한다.

미친 꽃들의 개화를 보고 있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일찍 온 나를 반기는 것처럼.

많은 인파에서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유유자적 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나가다가 렌즈가 굉장히 큰 카메라를 든 사람이 한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아마도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듯했다.

살짝 뒤에 가서 보았다.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사람에 포커스를 잡고 크기를 조절하더니 개화한 꽃 사이로 사람을 묻어버리는 사진을 찍었다.

역시 전문가는 남다르다.

저 할아버지 오늘 운이 굉장히 좋으셨네. 인생샷을 여기서 찍으시다니. 부럽다.

구포장터 3.1 운동 기념비

분명 기념비인데 숨어있었다.

도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뒤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도 보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의 자유와 평화는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마음에 새기고 나의 길로 돌아왔다.

그리고 만난 이 여행의 종착지점.

구포역, 갈맷길 6-1 종점, 안녕구포

예전에는 기차를 타면 부산역보다 구포역을 더 자주 오곤 했다.

구포 시장도 구경하고, 덕천에 위치한 뉴코아 아웃렛에서 쇼핑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가볍게 걷는 코스를 정한 덕에 체력이 좀 남았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 구포시장으로 다시 종착지를 변경한다.

그리고 길이 생각보다 재밌다.

구포만세길을 걸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굴다리와 구포시장

가는 길에 보이는 상점의 간판들이 다 통일화되어 있었다.

귀엽고 예뻤다.

다만 저녁장사를 하는 곳이 많은지 문을 연 곳은 많이 없었다.

빵집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시장에 갈 예정이기 때문에 마음을 자제하고 돌아갔다.

가는 길에 큰 소리가 나는 곳이 있어서 시선이 갔다.

주차를 잘못해서 한 커플이 한 할아버지에게 한 소리 듣고 가는 모양이었다.

미안합니다 한마디가 힘들어서 큰 소리를 내는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과가 쉽지 않은 삶이라, 그 삶 참 고되겠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순간 내 삶이 어제보다 더 평탄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굴다리를 후다닥 지나서 만난 구포시장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정이있는 구포시장

오후 2시가 막 지난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볼거리도 많았다.

어제는 부전시장을 방문했었는데, 상품의 판매 단위가 달랐다.

부전시장은 상추 한 바구니를 1천 원에 판매했고, 구포시장은 상추 한 바구니를 가득 채워 2천 원에 판매했다. 혹 할뻔 했지만, 현명한 구매자는 집 안의 재고를 생각하고 구매욕을 잠재운다.

같은 것이지만 다르다. 도량형의 규격화가 경제발전의 부흥을 일으킨 것처럼.

호떡 하나를 사서 입에 물고 총총 돌아다니면서 시장구경을 마쳤다.

조용한 길을 부지런히 걸어서 시끄러운 시장을 돌아보니 여행의 개운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피로감이 몰려왔다.

엄마를 위한 천혜향을 사고 돌아오는 길.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오늘 좋은 여행을 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그가 좋아하는 것을 사서 돌아가는 마음은 상상 이상의 기쁨을 나에게 선물한다.

천혜향의 싱그러운 향을 품고 즐겁게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가는 길이 더없이 짧았다.

그렇게 오늘의 봄맞이는 향기롭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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