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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y 28. 2024

떡볶이 vs 수제비

탄수화물 파티에 승자는 과연?!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떡볶이만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하도 떡볶이, 떡볶이 노래를 부르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나만 보면 떡볶이가 먹고 싶은 지경에 이른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나와 가장 많은 식사시간을 함께하는 엄마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도 보아서 질린 건가. 그러한 면에 있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다.

엄마는 해산물과 수제비, 칼국수를 좋아한다.

나는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다.

하도 싫어하다 보니 알레르기까지 생긴 경우가 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먹는 음식을 탐하지 않고 자기 것만 챙겨 먹는 경향이 있다.

그러던 엄마가 어느 날 나에게 정말 맛있는 수제비가 있다고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분명 유전이다.

일주일가량 시달린 나는 하루 마음을 먹고 가자고 했다.

얼마나 맛집인지 도착 20분 전에 주문전화를 하고 가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길 바로 전화를 했다.

매운 칼국수보다 수제비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저씨가 전화를 받으셨다.

어디냐고 물으시길래 곰내터널이라고 답변했다.

자기는 모르니까 20분 안에 오라고 했다.

전화통화가 쉽지 않았다. 소통에 오류가 있은 듯.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수제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니까. 엄마만 맛있게 먹으면 된다.

수제비의 시달림을 끝내기 위해 주문전화를 마치고 얌전히 차를 타고 수제비 가게를 향했다.

정관 매운 칼국수 전경과 메뉴

저녁시간에 가니 가게 안은 한산해 보였다.

점심시간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했다.

위치가 초등학교 옆, 관공서 뒤에 위치해 있어서 공무원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참고로 공무원들의 낙은 먹는 것임으로 공무원들이 가는 식당이란 그냥 맛집이다.

매운 칼국수는 산초와 방아가 들어가서 화~한 맛이 일품이다.

(참고로 뒤에 들어온 사람들이 산초와 방아를 뺀 매운 칼국수를 주문했으니 싫어하시는 분들은 빼달라고 요청하면 그대로 만들어 주신다.)

엄마가 이전 모임에서 들깨칼국수를 먹고 다른 사람이 먹는 매운 수제비를 조금 맛보았는데,

매운 수제비가 참 맛있었다고 해서, 매운 수제비를 2그릇 시킨 참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인아저씨의 적극추천인 궁중만두를 주문했다.

전화주문을 하고 20분 후에 도착했는데 수제비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유롭게 가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가게 사장님의 취미를 엿볼수 있다.

우리 화폐 변화를 볼 수 있었다.

한 개인이 시대의 격변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삶을 살아내는 중에, 그 눈에 띄는 변화를 화폐로 표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돈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월, 화 휴무)

부부가 둘이서 운영하는 가게는 준비시간까지 포함하면 온종일 일만 하시는 게다.

주방 입구에 위치한 셀프바와 앞에서 쪄지는 만두

만두는 주문과 동시에 찜기에 쪄진다.

만두는 가게에서 직접 만들지 않고 받아온 만두를 쪄주시는 것 같다.

단가는 비싸지만 맛있는 만두를 선정해서 가져오는 사장님만의 경영철학이 엿보였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시고, 서비스마인드도 남다른 분이신 것 같았다.

오기 전 주문전화를 할 때, 자신의 전화 말투가 친절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다.

대면하지 않고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얌전히 있었지만 사장님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괜찮았는데 계속 말을 하셔서 조금 어색했다.

점심시간 바쁜 시간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서 괜찮았겠지만, 한산한 저녁시간에 사장님이 계속 말을 걸면 좀 불편한 내향형 인간은 빨리 음식이 나오길 바랄 뿐이었다.

매운 수제비와 만두

만두가 먼저 나왔다.

사장님이 자신 있는 이유가 있었다.

고기만두는 피가 얇고 쫄깃했고, 육즙이 풍부했지만 결코 느끼하지 않았다.

이렇게 깔끔한 맛의 고기만두라면 두 판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운 수제비는 방아와 산초가 들어가서 화한 느낌이 들었다.

해산물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산초가루가 주는 매운탕의 느낌이 재미있었다.

맵고 칼칼한 맛이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그래도 나는 수제비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국물을 맛있게 먹고 만두로 배를 채웠다.

수제비는 손으로 빗어 만들었지만 굵은 부분 하나 없이 정성스레 빚은 수제비였다.

수제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하고 먹을 맛이다.

엄마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를 보고 염려했지만 그다음 주 또 이 가게를 들러서 들깨칼국수먹고 왔다.

엄마는 매운 수제비보다는 들깨칼국수

사람은 좋아하는 마음과 기침을 숨길 수없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식사시간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맛있는 음식만 있다면 장소며, 사람이며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나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로 직장동료들과는 식사를 같이하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식사시간을 해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다.

저녁을 서운하게 먹은 것 같은 나를 위해 다음날 엄마는 나만을 위한 떡볶이를 만들어 줬다.

전국 매운 떡볶이 중에 가장 매운건 우리집 떡볶이

떡볶이 만들 때마다 화생방 체험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엄마는 늘 기침을 그렇게 한다.

덜 맵게 해도 된다고 말해도 할 때마다 늘 잊게 되나 보다.(안 매워하는 날 보고 더 맵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거기에 나는 내 접시에 후추를 뿌려먹는다.

떡볶이로 삼시세끼 1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최고 적이라고 하는 떡볶이는 나에게는 숨이고, 활력소다.

그나마 건강을 위해 당근을 넣는 것이다.

그 외에도 배달의 민족에서 내가 시키는 음식들을 보면 죄다 떡볶이다.

안될 인간이다.

엄마는 내가 사 온 떡볶이는 먹지 않지만 본인이 만든 떡볶이는 먹는다.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하니까.

서로를 위해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주는 일은 분명 사랑이다.

하지만 매일 먹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매운 수제비는 분명 맛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나는 매주 한 번씩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아귀찜 집에 가면 밥과 반찬을 맛있게 먹고, 수제비 집에 가서 만두 한 가지만 파기도 하지만 항상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도록 노력한다.

나에게 세계 최고의 떡볶이를 만들어주는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그러므로 이번 수제비와 떡볶이의 대결의 승자는 바로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제일 잘 만드는 이유는, 잘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한 마음이니까.

내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뷔페를 가야겠다.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강요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서로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오늘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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