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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May 29. 2024

등산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회동수원지는 오후도 참 좋다.

오늘은 등산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점심은 전복죽이 먹고 싶다는 보호자의 말에 점심까지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정을 정리하고 전복죽을 만들고 나니 오후가 금세 다가왔다.

한낮에 등산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가볍게 워밍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볼일을 마치고 무작정 걷다 보니 버스정류장이었다.

그리고 오는 버스를 바로 탔는데, 가야 할 곳이 정해졌다.

바로 회동수원지.

등산 초보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장소.

부산은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물 보기가 수월한 곳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갇혀있는 물을 볼 수 있는 곳.

회동수원지 입구

오후 4시에 도착해서 왠지 두근두근 했다.

오전에 출발하는 등산의 규칙을 지키고 있던 터라 긴장했지만, 건강해진 내 두 다리를 의지해 한발 한발 내디뎠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늦은 시각 둘레길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주의를 줘야 한다.

나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은 아름답다.

회동둘레길을 오후 4시 이후에는 처음 왔더니 느낌이 색달랐다.

우선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드문드문 종점을 찍고 돌아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오는 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만큼 가벼운 트레킹 코스다.

물을 향해 뻗는 나무의 굴곡진 모습과 어우러진 둘레길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익숙한 길도 다른 시간에 접하니 낯설게 느껴진다.

날이 더울 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의 선선한 바람이 나를 응원해 주는 기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잔물결을 바라보면서 걷는 기분이란 상쾌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간혹 맨발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맨발로 걷기에 좋은 날씨다.

촉촉하니 발바닥에 즐거운 자극을 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 완벽히 낫지 않았기 때문에 발목을 보호하는 트레킹화에 의지할 뿐이다.

다음에는 꼭 맨발로 완주해 봐야겠다.

청명한 하늘과 푸르른 나무와 잔잔한 물이 주는 평화로움

오늘 날씨는 사진 찍기 참 좋았다.

덕분에 나는 다른 날보다 하늘을 더 올려다볼 수 있었고, 제멋대로 자란 것 같아도 멋진 나무들을 많이 보았다.

늦은 시각 출발해서 같이 걷는 동지들이 없었다.

돌아오는 사람들뿐이다.

고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기 날아가는 새가 마치 혼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림자마저 길어보이게 만드는 오후의 회동둘레길

오후 4시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그림자마저 나를 배로 늘씬하게 해 보이고 있었다.

흐르는 물과 마주한 편백나무는 마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피톤치드 효과를 물씬 즐겼다.

곧은 나무와 함께하는 낭만적인 둘레길이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나무는 더 높게 크기 위해 뿌리를 단단히 내린다.

그렇게 단단한 지면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저절로 힐링된다.

그렇게 금세 나는 내가 목표로 했던 회동수원지 땅뫼산 황톳길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회동수원지 땅뫼산 황토숲길 입구와 안내판

조만간 회동수원지 전체길을 다 걸어보아야겠다.

생각보다 넓은 길이다.

모든 지면에 내 발도장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 금정구 5번 마을버스가 곧 도착했다.

오륜동 회관 바로 앞에 마을 버스정류장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길을 묻는 사람이 많은 장소라는 것이 여실히 보이는 안내가 많은 버스정류장이다.

대기번호자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많으므로 천천히 버스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바로 버스가 와서 기다리지 않고 앉아서 장전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었다.

부산 가톨릭 대학교를 들렀다 가는 코스라 작은 마을버스가 금방 가득 찼다.

그래도 버스노선이 짧아서 곧 장전역에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힘들었다.

낮에는 덥지만 저녁이 다가오니 추웠다.

환절기는 일교차가 심하다.

내가 좋아하는 환절기는 이랬다 저랬다 늘 변덕을 부리지만 반드시 지나야 하는 시간들이다.

평화롭게 이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나를 더 보듬어야 하는 시간.

등산 갈 준비는 완벽하게 되었다.

한 달간의 치료와 한 달간의 재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더 성장하고 더 건강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에게도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이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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