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 '어색하거나 난감한 순간'이 화두가 되었다. 이런 순간이야 많겠지만 일상에서 아주 소소하게 맞닥드리게 되는 난감한 순간들에 대한 얘기였다.
예컨대, 나의 경우 어색한 순간으로 꼽은 것은 회사 복도에서였다. 회사 복도에서 회사 직원들을 만나면 부서불문, 직위불문 꾸벅 인사를 하는게 보통이다. 나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직장인 8년차. 인사쯤이야. 회사 복도에서 사람만 지나가면 반자동으로 묵례인사가 튀어나올 정도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럼 뭐가 문제냐. 거리가 애매할 때가 꽤나 난감한 순간이었다. 상대방이 애매하게 먼 거리에 있다면? 인사를 해야 할까? 인사를 해야 한다면 보는 즉시 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 가까워졌을 때 인사를 해야 할까. 상대방이 정면이 아닌 측면에 있을 때도 아리송하긴 마찬가지였다. 눈 가장자리로 측면에 누군가 있다는 걸 파악했을 때, 그대로 가던 길을 가야 할까. 아니면 고개를 살짝 틀어 인사를 하고 가야 할까.
자주 맞닥드리는 상황이지만 매번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은 복도를 지날 때 바닥을 응시하는 소심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 물론 매번 그런건 아니지만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할 때가 있었다.
오늘 커피를 마시며 동료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이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애매한 상황들을 피하고자 일부러 핸드폰 보는 척을 한다고 했다. 핸드폰이라. 화장실 갈 때 들고 가기 귀찮긴한데 이것도 좋은 방법이다 싶었다.
옆 부서의 J대리는 이와 비슷한 또 다른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건 남자 직원들이 공감하는 소소하지만 난감한 순간이었는데 바로 소변기 옆에서 동료 직원을 마주친 순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민망해 모르는 척 한다는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볼 일이 끝난 뒤 가볍게 묵례 정도만 한다고 했다. 여자들은 이런 고민은 없는데 이것 역시 고민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따지고 보면 비단 이것 뿐이랴.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종종 가는 단골 상점 등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고민할바에야 그냥 무작정 인사를 해버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싶기도 하다. 물론 상대방이 의아해 하거나 생각보다 무덤덤한 반응을 보여 민망한 순간이 있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이편이 편하지 않을까. 누군가 나타나면 그냥 재거나 고민하지 않고 즉각 인사하기. 앞으로 난감한 순간을 돌파할 대안으로 이 자세를 몸에 익혀야겠다.
* 사진 출처 : Photo by JOSHUA COLEM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