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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Aug 18. 2024

도서 리뷰 '스타벅스 일기'


밀리의 서재를 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신간 도서를 읽게 될 때가 있다. 이번에 만난 책도 그런 책이었다. 새로 들어온 책 코너를 보다 <스타벅스 일기>라는 에세이에 눈길이 닿았다. 첫 번째는 손그림으로 캐주얼하게 그려진 표지에 관심이 갔고, 두 번째는 스타벅스와 일기라는 조합에 호기심이 생겼다.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스타벅스에서 쓴 일기로 이루어진 에세이. 번역가이자 수필가이신 50대의 저자가 매일같이 스타벅스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써낸 일기 같은 글들을 담고 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 글은 예상대로 가벼워서 좋았다. 그야말로 작가님의 소소한 일상이 위주. 번역가로서 집필일상이나 스벅에서 마주치는 손님들을 관찰하며 느낀 감상들을 이야기하는데 작가님의 유쾌함 덕분인지 잔잔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스타벅스의 몰랐던 점들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였다. 일단 메뉴가 그렇다. 자주 가셔서 그런가. 작가님은 꽤나 다양한 음료를 시도하시는 걸로 보인다. 스노우 민트 초콜릿 블렌디드, 라벤더 베이지 오트 라떼, 오로라 캐모마일 릴렉서, 스노우 바닐라 티라떼, 블랙 햅쌀 고봉 라떼, 핑크 플라워 유스베리티, 포멜로 플로우 그린티,  파인 코코 그린 요거트 블렌디드... 등등 '스타벅스에 이런 음료가 있었던가' 싶은 독특한 메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왜 나는 스벅을 그토록 오래 들락거렸어도 아아 아니면 아이스 라떼 등 기본 음료만을 고집한 것인가. 그나마 약간의 일탈을 했다면 토피넛 라떼나 자몽 허니 블랙티가 고작이었는데... 흡사 시를 연상케하는 스타벅스의 감성적인 신메뉴 묘사와 작가님의 음료평을 보고 있자니 먹어보고 싶다는 충동과 함께 나 역시 앞으로는 조금 특별한 음료들을 주문하는 것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트렌디한 음료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카페 가는 재미를 더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사이렌오더에도 급 관심이 갔다. 그동안 주변에서 사이렌오더를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긴 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사용해야겠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가서 주문해도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위에 말한 신메뉴 탐색을 위해서라도 사이렌오더가 필요할 것 같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스타벅스에서 메뉴판을 봤어도 너무 많고 복잡해 그냥 습관적으로 늘 먹던 메뉴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스타벅스는 언제 가도 늘 북적거리다 보니 고민하고 할 겨를도 없이 그냥 기본으로 주문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렌오더를 통해 주문하면 조금 더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억력이 썩 좋지 않아 금방 까먹을 수 있으니 사이렌오더 히스토리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나 역시 카페에서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카공족이어서 그런가. 내용 중에는 공감할만한 부분들이 많았다. 예컨대 2시간 이상이 넘어가면 눈치가 보인다던가 옆 테이블의 손님에 따라(대화 내용, 데시벨 등) 그날의 집중력이 좌우된다는 점 등등... 하지만 하나 공감이 안 갔던 부분이 있다면 그건 스타벅스라는 공간 자체였다. 나 역시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늘 신기했다. '저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저들은 진정 공부가 잘 되는 것인가? 아니면 내 집중력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건가' 혼자 진지한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어느 지점에 가던 스타벅스는 늘 사람이 많다. 우리 집 주변의 스타벅스는 평일에는 그나마 테이블이 몇 군데 비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아침부터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다. 1인석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들어갔다가 허탕치고 그냥 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운 좋게 자리를 잡는다 해도 이번엔 소음 강도가 문제. 서라운드뷰처럼 사방팔방 온갖 소리가 고막을 비집고 들어와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에어팟도 뚫고 들어오는 데시벨이라 절대 화이트 노이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스타벅스를 가지 못하고 늘 약간은 조용한 카페를 선호했던 이유다.


그런데 이것 역시 다 훈련인가 보다. 처음에는 작가님 역시 소리가 신경 쓰였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소음이 전혀 안 들리게 됐다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타벅스가 역시 많은 카공족의 넘버원 아지트인 것은 사실이니 다음번에는 나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도전해 볼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독서는 해야 하는데 뭔가 공부하는 느낌은 싫은 요즘. 그래서 독서는 안 하고 유튜브만 찾게 되었는데 오늘 보게 된 책은 가볍지만 유쾌해서 좋았다.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은 누굴까?' 궁금해져 작가님의 프로필을 찾아보기도 했다. 알고 보니 놀라운 점. 작가님은 지난 30여 년 동안 300여 권의 책을 번역하신 분이었다. 일본 작품들은 워낙 많이 번역하시어 일본 소설 좀 읽었다는 사람 중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책을 읽다 보니 새삼 카페가 정말 소중한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공족에게 카페라는 공간이 선사하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자기계발을 위한 성장의 공간 또 누군가에겐 혼자만의 조용한 휴식공간이자 아지트이지 않을까. 나도 더 예의 바르고 개념있는 카공족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내일은 퇴근 후 꼭 카페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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