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강제로 집에만 있는 요즘, 나에겐 의도치 않은 습관이 생겨버렸다.
베란다로 나가 바람을 쐬며 밖을 구경하곤 한다.
최근 불면증이 심해져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면 자주 베란다로 나간다.
어제 일이었다.
자정이 넘어도 훨씬 넘은 새벽 두 시였다.
당연히 고요한 풍경을 생각했다.
혹시 새벽의 풍경을 본 적이 있는가.
생각보다 많은 자동차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나만 깨어있는 게 아니구나.'
길어도 너무 길어 그만 보내주고 싶은 밤에 홀로 깨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새벽 네 시가 넘도록 뒤척였고 네 시 반이 되어 다시 베란다로 향했다.
'이번엔 진짜 아무도 없겠지.'
그러나 네 시 반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켜있지 않았던 곳의 불이 켜있고, 출근 준비를 하는지 분주히 뛰어다니는 위층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위로가 되었던 새벽의 풍경이 다시 날 초라하게 만들었다.
'또 나만 이렇게 하루를 끝내지 못한 채 깨어있구나.'
위로와 연민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나는 오늘도 기나긴 새벽을 보냈고 눈을 감지 않은 채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