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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영 Oct 18. 2019

[HOW DOCTORS THINK]

 중간자는 메시지가  아니다-스티븐 J. 굴드

1. 글을 들어가며

"주영아~ 나 병원 다녀올게.~"

"여보~ 내가 보기엔 단순 감기인 것 같은데 조금 더 참아봐요. 병원 가더라도 금방 감기가 떨어지진 않아요.

그리고 항생제는 보약도 아닌데 열이 안 나면 좀 참아봐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은 쌩~하고 혼자 병원을 찾아간다.

남편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조르르~ 달려가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꼭 들어야 안심을 한다. 오죽하면 내가 남편에게 " 당신은 건강염려증 환자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나는 무디고 둔할 정도로 잘 참는다. 서로를 쳐다보고 있으면 벽창호처럼 답답하다.  남편의 생각은 의사의 말은 무조건 진리이고 따라야 할 십계명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나는 의사의 이야기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여기서 부연설명을 하자면  나의 과거 이야기를 반추하면서 맥락을 전해야 이해가 될 것이다.


11년 전 간암 말기로 사랑하는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보고 싶고.. 부르고 싶은 말... 우리 아빠.....

아빠는 B형 간염 보균자로 지금은 사라진 대학병원 특진이라는 진료를 몇 년째 꾸준히 받으셨다. 물론 아버지는 약도 잘 드시고  평생 운동을 하신 분이라 암으로  돌아가실 거란 상상조차 하진 않았다. 하지만 건강에 누구보다 자신감을 가진 마음과  주식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 등 힘든 일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상황적인 것에도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아빠의 상황이  이렇게 극단으로 치달을 때까지 의사는 알지 못했을까? 하는  의사의 생각이 나는 정말 궁금했다.

 비록 무명작가여서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는 그림 작업을  해야 하는 힘겨운 현실이지만  꿈 많은 청년작가인 나는  28살 삶의 변곡점을 맞았다.

아빠의 말기암으로  3개월이란 모래시계 같은 사형선고를 받은 날...

달력의 숫자를 하나하나 지워감에 따라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몸서리를 쳤다.

사실은 아빠의 담당 주치의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컸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높은 벽 앞에서는  한마디 말도 물어보지 못하고 "선생님 제발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울면서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한 겨울 고드름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일방 통보만을 전달받은 체  맥없이 문을 닫고 나와야만  했다.

 " 의사 선생님 도대체 말기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어떻게 그렇게  모를 수가 있으셨나요? 아버지께서 받은 특진은 무슨 의미로 해석해야 되나요? 주치의로서 조금의 책임감도 안 드세요? 하루아침에 통보만 하시고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드시고 싶은 거 잘 드시게 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편안히 모시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실 수 있나요?" 외로운  독백만이  절규하듯 가슴을 쥐어짜면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pixabay사진 참조

2. 본론으로 말하면

내가 <닥터스 씽킹>을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내 가슴속 깊은 응어리가  조금 빨리 풀어졌을 건데...

하는 아쉬움을 나에게 던져 준 책이었다. 평균적으로 3-4일이면 4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읽어내는데 이 책은 무려 8일이라는 시간이 걸린 책이다.  이 책은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철학을 정립시켜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책에다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적고, 다시 책을 읽다가 울고, 그려면서 꾸역꾸역 힘겹게 읽어내려갔다. 심연(深淵) 깊숙이 숨겨 놓은 아픔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책이다.

<닥터스 씽킹>  본문 p224

카렌 델가도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1980년대 초반이었고, 그 후로 줄곧 그녀를 지켜봐 왔다. 전공인 내과학과 내분비학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그녀는 시간에 쫓기는 전형적인 임상의로, 진료해야 할 환자들이 긴 행렬로 늘어서 있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이는 당장 하고 멋있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가 릭 더건이라는 제약회사 영업 직원과의 대화에서 풍문으로만 들었던 로비의 장면을 보았다.

델가도 선생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말 그대로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잠시 본문 내용을 인용해보면 델가도 선생은 일부 제약회사들이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의사의 생각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테스토스테론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들은 경쟁사 제품을 제치고 자사 제품이 처방되도록 노력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의학이 규정하는 시장 너머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싶어 했다. 델가도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 더건이 자신을 목표로 삼은 까닭은 그녀가 마케팅 용어로 소위'오피니언 리더'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란? 어떤 집단 내에서 타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강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유명 병원의 의사이며 전공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임상의이자  콘퍼런스의 단골 강연자이고, 차세대 의사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감독이자 수많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인기 의사로서, 지역 사회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임상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이가 바로 그녀라는 것이다. 1) 본문 p) 298


 책은 주로 사례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전문적인 의학용어와 의학이란 학문의 배경지식이 없어  전체를 1 회독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책의 9장과 10장 내용을 보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기분이 들어 앞으로의 의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9장은 꼭꼭 씹어서 다시 읽고 싶은 내용이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만성요통의 수술 치료라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35살 나는 추간판 탈출증 소위 허리 디스크로으로 2년 동안 진통제와 꼬리뼈주사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주사치료와  1차례 시술과 1차례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나는 수술만 하면 그 즉시 정상적인 생활이 바로 가능한 줄 알았다. 하지만 퇴원 후 6개월 동안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고 견딜 정도의 통증은 늘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이렇게 고생한다면 차라리 수술을 안 할 것을... 후회가 되었다.

외과의사들은 지금까지 많은 수술을 적극 선전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를 보면 완전 무익했다고는 볼 수 없더라도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2006년 미국에서 실시된 하부 요추 융합술 시술 건수는 15만 건이 넘는다. 이 수술은 아래쪽 척추에서 추간판을 제거하고 기계적으로 금속 막대와 나사로 척추뼈를 고정시켜주는 시술이다.

이 시술은 척추골절이나 척추암 환자들에게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지만, 그런 경우는 전체 시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만성요통을 완하 하기 위해 시술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경우 과연 효과가 있는 지의 여부와, 일부 의사들이 그 시술을 시행하는 이유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2) 본문 p) 316-317


 허리 수술을 하고 8개월 후 나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그리고 출산 후 1년쯤 몸이 회복도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니 다시 허리디스크가 재발되었다. 천안에서 유명한 척추전문 병원을 찾아가니  mri를 찍은 후 입원을 하고 바로 수술을 말씀하셨다. 위에서 말한 내용처럼 허리에 금속 막대와 나사로 척추뼈를 고정시켜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난 갓난아기 젖도 못 먹이고 모유수유도 중단하고 이틀 밤을 울면서 고민했다. 이번에 하는 수술은  직감적으로도 큰 수술이 예상되기도 하고 더 분명한 것은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나는 1번의 시술과 수술 경험이 있어 분당서울* 학 병원으로 진단서와 c/d소견서를 받아서 다시 진료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분당서울*학 병원에서 진료받고 교수님께서 웃으면서 나이도 젊고 아직 출산 계획이 더 있는데 수술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나는 진료받기 전까지 아기를 두고 수술해야 하는 걱정에 바들바들 떨었는데  수술을 안 하고 주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된다는 말에 하늘을 나는 듯 기뻤다.

책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하고 또 공감한 내용이다. 만성요통과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각은 전공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994년에 발표된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각 전문가 그룹은 환자 평가 시 자기 분야의 진단 도구를 선호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진단법과 치료법은 각각 하나의 '프랜차이즈'이며,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가  단순한 은유 이상의 경제 용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3) 본문 p) 318~319

자코메티 작품_구글이미지 참조


3. 글을 마무리하면서

현재의 의학 풍토는 이익 추구형 의뢰 및 시술 네트워크를 부추기며, 실제적 가치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 의지는 꺾고 있다. 보험 혜택 역시 수술 편을 들어준다. 4) 본문 p) 322

이런 심각한 문제에 관해서 언급한  이 책을 10년 전에 읽었더라면 나의 30대는  달라졌을 텐데...

여기서 나의 입장은 무조건 의사를 불신하라는 뜻도, 대학병원만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2-3명 정도의  의사의 다양한 조언을 구해  의사 결정을 하면  합리적이고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의 질을 높여줄 또 다른 중요한 파트너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 파트너는 정곡을 찌르는 결정적 질문 몇 가지를 던짐으로써, 오진을 유발하는 수많은 인식의 함정 들오부터 나를 보호해 줄 것이다. 그 파트너는 불완전한 인간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순간 나와 함께한다. 5) 본문 p) 375

끝으로 제롬 그루프먼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980-90년대에 이 책이 나왔다면 아마 분서갱유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를 찌르는 내용들을 솔직하게 집필해주시고 일깨워주신 선각자이시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https://youtu.be/F9lqF-PTSyY

이 영상은 내가 좋아하는 의사 선생님의 영상이다. 의사의 진료 철학을 말씀하신 멋찜 폭발하시는 분이시다.

<참고 문헌>

1) <닥터스 씽킹>, 제롬 그루프먼, 해냄출판사, 2007.


좌 책표지 우- 자코메티 드로잉 구글이미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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