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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an 16. 2019

영원히 영화 스크린에 머물다

그를 위해 나를 위해 적은 한 줄


어떤 위인들에게는 '큰 별이 지다'

사랑하는 가족이 떠났을 땐 '천국으로 가다'

키우던 동물과의 이별엔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노부부 다큐멘터리에서의 애틋한 헤어짐엔 '먼 강을 건너다'

그리고 마음 아픈 헤어짐엔 '영원히 눈을 감다'



죽음, 사망, 소천

이런 말 외에도

숨을 거두다, 세상을 떠나다, 영원한 안식에 취하다 

다양한 표현 있어요


처음엔 "죽었대"라는 말로 소식을 접했지만

내가 전할 땐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곳에 적을 땐

어떤 표현을 써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운명을 달리했다' 이 말,

잘못된 표현인 거 알면서 우리 참 많이 쓰죠

한자를 풀어보면

'유명을 달리했다'라고 하거나 

'운명했다'라는 말이 맞는 표현인데

왠지 "운명을 달리했다" 고 쓰여있는 

그와 관련된 기사 속 한 줄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흔하지 않은 마스크

실제 모습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드는 연기

내가 최고로 좋아한 영화들 

몇 번을 돌려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남자 주인공 이야기예요 

2003년, 영화 <싱글즈>에서 '나난 나난'을 부르고 

<아내가 결혼했다> 속 '주인아~ 주인아~'를 외치던 남자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처럼

장미 꽃다발을 들고 언제고 스크린에 비춰있을 것 같은 배우

故 김주혁 이요


최근에 연기 변신을 한 그의 모습에

나보다는 아빠가, 영화감독님들과 남성팬들이 

더 많이 생겼구나 했었는데

관객들이 더 박수 칠 기회도 주지 않고

"영화배우 김주혁 운명을 달리했다"라는 기사 한 줄만 남겨주었네요


한참 영화관을 찾던 청춘시절에

우리가 꿈꾸던, 나를 짝사랑해줬으면 하는 워너비 남자 친구상

영국의 로코 왕자로 휴 그랜트가 있다면

한국에선 당연히 김주혁이라는 말언젠가 전하고 싶었는데,

언젠가 또 한 번 설레는 로맨스 영화를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 아쉬워 자꾸만 작품 목록을 찾아보게 됩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또 영화관에서 청춘의 설레는 순간을 보낸 관객으로

영화를 꿈꾸고 방송에 참여하는 작가로

그와의 이별을 이렇게 적을까 해요


운명을 달리한 배우 김주혁

언젠가 작품으로 만나고 싶었던 배우 김주혁

2017년 10월 30일,

영원히 영화 스크린에 머물다.


고마웠습니다.




*이 글은 2018년 11월에 작성,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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