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 Jun 21. 2018

통성명

여전히 이별 중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

- 글쎄요... 월남쌈?     


친구들이랑 주로 어디서 노냐고 묻는다

- 글쎄요... 그냥 학교 앞이오.     


형식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나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그 사람에게 맞춰

그 사람이 있는 곳

그 사람이 먹는 것

그 사람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봤었다


어쩌면 나에게 어쩌면 그에게 온전히 맞춰

이제는 내가 돼버린 그였고 그였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 나에 대해 묻는다


여전히 나의 90% 이상이 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 모습이 원래의 나인 마냥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누구일까?


어쩌면 나, 그 사람을 지우면서

나까지 완전히 지워야 하나보다


그 사람이 없으니까 나도 없다.



*이 글은 <어른의 연애>에 수록됐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좀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