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별 중
말없이 눈으로 인사하던 사이
서로를 껴안고 어깨에 한쪽 뺨 밀착하기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몇십 번의 토요일을 그렇게 보냈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던 순간은
서로의 선곡 폴더를 공유하는 것
한 주 동안 새로 알게 된 좋은 노래들을 골라
매일 들어도 싫지 않은 서로의 명곡을 모아
각자의 귀에 하나씩 이어폰을 나눠 끼고
서로의 반쪽 된 영혼을 위로하곤 했었다
우리가 함께 음악을 듣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이 글썽 맺히기도 하지만
결국 미소를 짓게 된다
음악을 통해 지난 사랑을 기억하는 건
도무지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슬픔
우린 여전히 같은 아이디를 공유 중
단지 듣는 음악이 다를 뿐
떠올리는 대상이 다를 뿐
이어폰을 나눠 끼는 네 옆의 그 사람이 내가 아닐 뿐.
*이 글은 <어른의 연애>에 수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