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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Jan 03. 2024

교토의 오래된 하숙집

교토부 +day5 : 교토 숙소 고조 게스트하우스 아넥스



고조 게스트하우스 아넥스
Gojo Guest House Annex
2022. 12. 12


대로 한복판, 빌딩 사이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이라니. 고조 게스트하우스의 첫인상은 남달랐다. 상점과 주택을 겸하는 ‘마치야’ 양식의 숙소는 외관부터 오랜 교토의 역사가 읽혔다. 미닫이문을 젖히니 입구 한편에 모여앉아 수다를 떠는 젊은 무리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향한 시선에 호기심이 어렸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늦은 시각이라 말을 섞기 어려웠다.

여러 나라의 언어가 오가는 가운데 맞은편 카운터에 앉아있던 호스트가 말을 걸었다. 이름과 투숙 일자를 물었고 입실 카드를 작성하는 것으로 체크인을 진행했다. 마지막 절차로 손글씨로 쓰인 귀여운 가이드 책자와 객실 키를 건네받고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별관의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하는 길에는 별관의 스태프가 동행했는데 취기가 상당했다. 아까 입구에서 마주쳤던 무리와 생일을 앞두고 축배를 들었던 모양이다. 알고 보니 도쿄에서 온 그는 내 또래였고, 장기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워킹홀리데이를 보내는 중이었다. 초면인 사람에게 거리낌이 없고 활달한 성격은 교토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교토는 처음인지, 얼마나 머무는지, 어딜 방문할 예정인지,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관심 어린 질문이 이어졌다.

별관 숙소의 첫인상은 이상했다. 숙박비가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진을 보고 기대했던 여유롭고 해사한 감성은 모두 필터의 영향이었다. 실제 공간은 매우 비좁고 낡았을뿐더러 어둠 속에도 지저분함이 드러났다. 무라사키노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오래된 가옥임에도 관리가 잘 되어있어 쾌적했는데, 이곳은 방치된 곳인 마냥 바닥과 벽이며 천장을 나눌 것 없이 누렇게 때가 끼어있었다.

배정받은 객실은 현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후미진 복도 끝에서야 나타났다. 어디서 주워 온 듯한 철제 책상과 벗겨진 소파 하나. 허름한 여관방에 걸려있을 법한 나무 옷걸이며, 제조연도 미상의 색 바랜 히터까지. 서울의 값싼 고시원만큼이나 열악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빳빳한 면 시트를 두른 침대는 병실의 것이나 다름없었고, 거기 누우면 머리맡에 놓인 화병의 마른 꽃처럼 시들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젊은이들에게 부담 없는 보금자리가 되어준다는 것. 옆방이며 윗방이며 장기 투숙 중인 유학생들이 교토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공용 주방에서 끼니를 때우다 대만 타오위안에서 온 친구와 잠시 인사를 나누었는데 눈빛과 말투에 생기가 돌았다. 비록 숙소는 낡았지만 여기서의 삶은 낡지 않고 자라나고 있었다. 언젠가 투숙 생활을 마치고 숙소를 나서는 얼굴에 빛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어김없이 내일이 밝았고 객실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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