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다 공모전> 작가로서 나의 시작, 작가로서 나의 도전기
어느 날 운전을 하며 즐겨 듣던 아델의 노래 <someone like you>를 끄고, 대신 라디오를 틀었다. 어느 방송도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에 여기저기 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이때 “EBS<나도 작가다> 공모전에서 작가님을 기다립니다.” 라는 방송을 들었다. 나는 그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나에게 작가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던 일이다. 그러나, 인생을 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팔할은 독서라고 믿고 있고, 실제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면 내 마음속에 내 머릿속에 다양한 작가들이 살아 숨쉬며, 언제 어디서나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펼치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간접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한 사람의 생각은 물론 인생의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상의 파수꾼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라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 진다>의 저자 이희석 작가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젊은 날의 고민대신 책읽기로 가득 삶을 채웠다던 작가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위로와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강연 후, 나는 저자에게 물었다.
- 나 :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책을 읽으면 취업에 도움이 될까요?
- 이희석 작가 : 취업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거예요. 길게 보면 그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희석 작가는 당신의 책에 “그대의 열정과 꿈을 응원하며!(2010.6.9.)”라고 응원의 글과 함께 싸인을 해주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입시공부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 후 직장에 들어와서는 보고서 작성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장님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찾아듣게 되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기업에서 17년간 말과 글을 다룬 경험을 책과 강연을 통해 알리고 계셨다. 강연 후, 또 질문을 해보았다.
- 나 : 글쓰기를 잘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 강원국 작가 :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해보는 경험이 글을 잘 쓰는 밑바탕이 됩니다. 이를 위해 독서, 학습, 관찰, 메모, 토론 등의 활동은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고 표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거예요.
강원국 작가는 당신의 책에 “회장으로 살면 누구나 회장!(2014.12.27.)”이라고 격려의 글과 함께 싸인을 해주셨다. 이를 계기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다시 독서를 시작하였다. 또한,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등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기쁨을 느릴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의 매너리즘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먼 북소리>를 만났다. 현재까지 40여년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루키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배우자와 함께 1년간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여행하면서 <먼 북소리>라는 에세이를 썼다. 당시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전업작가로 뛰어든 그는 40대가 되기 전에 기존의 활동 공간을 벗어나 생경한 자신을 느끼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고 회고한 바 있다. 직접 만날 수 없어 하루키와의 대화를 가상으로 상상해 보았다.
- 나 : 작가가 되기 전에 재즈바를 운영하신걸로 알아요. 안정적인 사업을 접고, 어떻게 전업작가로 전향하실 수 있었나요?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님의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 하루키 : 그 당시 작가로 전향할 때 마음은 이랬어요. “이건 내 인생에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라고. 설명이 좀 부족한가요?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의 말을 인용하면 제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거예요. “내가 할 말은 네가 원하는 대로 연주하면 된다는 거야,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건 생각할 것 없어. 연주하고 싶은대로 연주해서 너를 세상에 이해시키면 돼. 설령 십오 년, 이십 년이 걸린다고 해도 말이야”
하루키의 책 “먼 북소리”를 읽고, 이러한 가상의 대화를 나누어 봤다. 이를 계기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나는 ‘문득’ 긴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회사를 잠시 쉬며 6개월간 캐나다에 거주하였다. 이 시간 동안 나는 하루키 작가처럼 살아 있다는 생경감을 충분히 느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여태껏 영어를 시험으로만 공부해봤지만, 캐나다에 가서는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한 영어를 처음으로 하였다. 이것은 독서를 통해 일어난 나의 또 다른 시작이자, 도전이었다.
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의 책은 내가 뭔가를 ‘시작’하고 ‘도전’할 때 마다 함께해 주었다. 직장생활 신입 시절,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온전한 내 자신에 이르는 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회사에서 중국 출장을 가기 전에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를 읽고나서 중국 문화와 중국 사람들의 인식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나서 새로운 세대의 특성인 간단함, 온전함, 솔직함을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직장후배를 이해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나는 어느 날 우연히 듣던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문득’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글을 쓰는 작가, 설령 작가는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내게 우연히 찾아온 그 ‘문득’은 가벼운 의미의 ‘문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힘든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었던 독서의 힘, 그리고 훌륭한 작가들의 조언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의 “문득”일 것이다.
이번 <나도 작가다> 공모전은 작가로서 나의 시작이자 작가로서 나의 도전기이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독자가 작가가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독자로서 내가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의 작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