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틈에서 – 3화

스쳐가는 존재들: 깨어 있으나 아직 잠들어 있는

by 로다Roda
깨어 있으나 아직 잠들어 있는.png 현실과 꿈의 틈에서, 몸은 아직 잠 속에 남아 있는 시간.


아침과 밤 사이.

눈을 떴지만, 몸은 아직 잠 속에 남아 있는 시간.

머리맡에 스민 희미한 공기가

꿈의 잔향인지, 현실의 흔들림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이불 끝이

누군가 살짝 잡아당긴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눈을 뜨기 전의 감각이 가장 진실할 때가 있다.


그 진실이 무서워서

우리는 눈을 뜨려 애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은 깨어났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

눈꺼풀 뒤로, 방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 새벽빛,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물컵, 문틈 쪽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그림자?

심장이 옅게 떨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데

마음만 잽싸게 현실을 인식한다.

몸은 잠에 남겨두고 정신만 먼저 깨어난 듯한 상태.


그때, 아무 말도 없이 무언가 내 곁에 와 있었다.


존재는 말이 없고, 감각만 선명하다

귀를 기울여도 아무 소리 없다.

하지만 숨이 조금 더 차오른다.

기척 없는 존재감이 가장 큰 존재감을 남긴다.


꿈속의 배경이 그대로 남은 방 안에서

낯선 세계가 느리게 섞여 들어오는 순간.

그곳에 누군가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다.

말하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마주보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있는 것처럼.

경계는 늘 그 순간에 열린다


꿈과 현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이 있다.

잠들 때 열리고

완전히 깨어나기 전까지 닫히지 않는다.

그 문은 조심스럽게 열려 있다.

그리고 어떤 존재들은 그 틈이 좁아도 충분히 지나온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깨어 있는가

혹은 아직 잠 속에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존재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끝을 움직여본다.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제서야

조금 안도한다.

그러나 이상하다.

안도감 속에서도 사라져버리길 바라는 마음과

조금 더 머무르길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 삶에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이 있고,

그 감정들이 때때로

스쳐가는 존재로 모습을 바꾼다는 걸.



✨ 다음 화 예고

스쳐가는 존재들: 말 없는 메시지

– 존재는 사라져도, 흔적은 남는다

월, 목, 일 연재
이전 03화현실과 꿈의 틈에서 –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