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틈에서 – 2화

스쳐가는 존재들: 낯선 존재와 마주한 밤

by 로다Roda
문틈 뒤에 흐릿한 그림자.png


밤은 모든 걸 숨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밤은 오히려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진짜 어둠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하루 동안 외면했던 마음의 구석들이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낯선 감각이 스며든다.


마치 누군가가 바로 곁에 다가온 듯한 느낌.

기척은 없는데, 침대 발치 쪽 어둠이 조금 더 짙어진 것만 같다.


“너는 누구지?”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개 환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설명으로 지워지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어느 정도의 공포는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시선이 한 곳에 고정될 때, 우리는 안다.

그 자리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마주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시선 문틈은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어둠인지, 빛인지 알 수 없는 기운이 틈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그 틈이 분명히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등이 서늘해졌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숨소리는 없고, 발소리도 없는데, 시선만 또렷하게 느껴진다.

나는 잠들어 있는 게 맞을까?

아니면 깨어 있지만 아직 꿈속에 남아 있는 걸까?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

이상한 건, 그 존재가 두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

도망치고 싶은 감정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서로 엇갈리며 흔들렸다.

그 존재는 소리 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여기에 있다.”

“너는, 느끼고 있지?”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 밤 이후로, 문틈이 조금만 열려 있어도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


낯선 존재와 마주한 그 밤이 분명 실제였다는 듯이.

이름 없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일


이제 나는 안다.

그 존재가 전부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걸.

불안은 언제나 상상보다 먼저 온다.

상상은 그 뒤를 따라오며 그 모양을 채워 넣는다.


그렇다면 그 존재가 실제인지 아닌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감각이 내 마음 속 어떤 공간을 확실히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있다.

이름을 모를 뿐.



✨ 다음 화 예고

3화. “깨어 있으나, 아직 잠들어 있는”– 의식의 문이 반쯤 열린 상태에서


“오늘 밤, 당신의 틈은 열려 있나요?”

매주 목·일 밤 9시, 조용히 문을 열어둘게요.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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